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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은둔 사이의 터울 #1 : 자신을 죽인다는 것은
2016-06-18 오후 18:52:44
기간 6월 

은둔 사이의 터울 #1 : 자신을 죽인다는 것은


 

1. 

 

나는 서른 살에 게이커뮤니티에 데뷔했다. 데뷔라 함은 보통 내가 게이임을 어느 정도 마음굳히고 그를 바탕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남자에 끌린다는 걸 알았던 적은 훨씬 옛날이지만, 그 세월 동안 나는 내가 게이임을 확신하지 못한 채 어중간한 상태로 나를 놓아두었다. 내가 어중간했으므로 어중간한 관계들이 오다가다 했고, 나는 무엇으로도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성애에 얽힌 어떤 확신도 불가능했다. 그런 상태를 보통 은둔이라 부른다.

 

그렇게 무언가 내 핵심이 정해지지 않은 채 부유했던 세월은 이제와 대개 어둡게 기억되고, 남들에게 이야기하기에 주로 부끄러운 무엇이다. 따라서 그런 거지같은 세월을 겪다 게이로 정체화하고 난 후 지금의 찬란한 내가 되었다는, 멋들어진 자기 성장의 서사로 그 시절을 재빨리 봉합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지난 은둔 시절의 일들이 그런 부드럽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싸안기지 못할 때가 있고, 여기서는 그 일들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자칫 이야기 중에 연루될 내 슬픔이, 다른 누군가의 기쁨과 즐거움을 공연히 입다물게 할까 두렵다. 생각컨대 이 두려움 또한, 은둔 시절에 생긴 내 고약한 병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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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많은 은둔들은 사실 별 큰 문제 없이 잘 산다. 나도 그러했다. 성정체성을 폐절하고 산다는 게 당장에 무슨 티가 나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이전 이 땅의 호모들이 그랬듯이 다 사는 방법이 있고, 그것 자체가 어떤 삶의 양식이 되기도 한다. 성정체성 말고도, 사람은 자신의 많은 것들을 모른척할 수 있다. 인간의 몸과 머리는 영악해서, 결정적인 부분을 문닫고도 그것들을 우회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합리화하며, 이내는 그것이 처음부터 친숙했던 것처럼 만들 수 있다.

 

가령 골칫거리인 어떤 섹슈얼리티가 있다. 가끔 남자를 달라고 울부짖는다. 나는 이 성애의 욕망과 내 사회적 인격을 연결시킬 방법이 없다. 그럼 따로 떨어뜨려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영위하면 된다. 둘 사이의 관계가 섞이지 않도록. 삶과 급진적으로 떨어진 섹슈얼리티만큼 뿌리없이 낭만적인 것이 있을까. 누가 나를 단죄하겠는가. 이미 스스로 몸과 마음이 그렇게 마음먹은 바를 남이 어쩌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렇게 호방하게 갈라논 평온한 질서 속에 무언가 비어있다는 것을 나는 몰라도 내 마음은 알아챈다. 사실 은둔이란 것은 상시적인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흠씬 느껴지지 않는 것들에 반쯤 적응하는 척하고, 확 불타오르는 어떤 마음을 매번 접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 불편을 감수하는 나의 외양은 언제나 평온하고 멀쩡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그렇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안팎의 평온함과 불편함이 반응해, 가끔씩은 내가 닦아놓은 사회적 자아의 세팅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누구 하나 그렇게 참으라 시킨 적 없건만, 애써 참아온 마음이 그간의 견적서를 들이미는 때가 오는 것이다. 

 

누구 하나 그렇게 시킨 적이 없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내 상태는 고스란히 내 문제가 된다. 은둔이 겪는 내면의 문제는 대부분 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할지 아득해지기 때문이다. 진심의 논리는 어렵고 평온함의 논리는 쉬우므로, 평온함을 뚫고 제 존재를 주장하는 저 진심의 회로가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 때 느껴지는 고립감이란 엄청나다. 이런 내 감정을 남에게 알리는 것이란 참으로 대책없는 일이다. 아니, 이런 내 슬픔을 누구도 알지 못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안으로 고인 집념은 쉽게 바깥으로 뻗어나가기도 한다. 저렇게 기쁘게 아무 티없이 즐거운 사람들은 어째서 저렇게 즐거운가. 저렇게 아무 데서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저자들은 대체 무엇인가. 내 진심이 이렇게 불가해하고 함부로 다뤄지는데, 저자들의 저 진심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내가 내 성애를 폐절했으므로 너 또한 폐절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내가 갖지 못한 저 시퍼런 진심들이 저잣거리에 돌아다니는 것이 불쾌하다. 내가 즐겁지 못하므로 너도 즐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으로 고였던 썩은 마음과 밖으로 뻗쳤던 턱없는 광기들은 자신에게 어떤 흔적을 남긴다. 20대를 그렇게 보내고 데뷔를 하여 지금은 짐짓 쾌적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저런 방식으로 움직였던 마음의 회로엔 관성이 있어, 나는 지금도 시시때때 나를 방치하고, 그 방치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찢고 나온다. 한번 망가진 내면은 한번 망가진 세계처럼 좀체 복구되지 못한다. 진실로, 자신을 죽이는 것은 세계를 죽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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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6년 6월 12일, 성소수자들이 드나드는 클럽 'Pulse'에서 한 청년이 자동소총을 난사했다. 그의 이름은 오마르 마틴이었다. 그는 응용범죄학을 배우고 20살에 보안회사에 취직했으며, 미국 경찰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22살에 한 여성과 결혼했고, 처음에는 괜찮았다가 점점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24살에 그는 아내와 이혼했고, 이후 그는 종교에 깊이 빠져들었다.

 

26살 즈음부터 그는 플로리다 올랜도의 게이 클럽에 드나들었다. 구석진 곳에서 혼자 술을 마셨고, 취하면 몹시 시끄럽게 주사를 부렸다. 그가 게이 데이팅 앱으로 다른 게이를 만났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 이듬해, 그는 마이애미에서 한 게이 커플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크게 화를 냈다.

 

범행 당일 그는 클럽 안에서 음악으로 오인될 첫번째 총탄을 발사했다. 클럽 안이 피바다가 되어서야, 사람들은 아까의 총성이 음악이 아님을 알았다. 사람들은 도망치듯 화장실로 달려가 숨었고, 따라 달려간 그는 화장실에 숨어있던 31명의 사람들 중 살아남은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끌어내 죽였다. 그 한 명의 생존자에 따르면, 그는 사람들에게 총을 쏠 때 미소를 지었고,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에게 또 총을 쏘았다. 

 

그에게는 3살짜리 자식이 있었고, 전처가 아닌 다른 동거인 여성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범행에 대해, 동성애는 신께서 직접 단죄하실 일이지, 자기 아들과 같은 신의 하인이 할 일은 아니었다고 촌평했다. 게이 클럽을 드나든 그가 게이였다는 소문이 있다고 묻는 기자에게, 그의 아버지는 "사실이 아니다, 만약 내 아들이 게이였다면 왜 그런 일을 했겠는가"라고 대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학살을 끝내고 세 시간에 걸친 인질극 중 그는 차분하고 고요한 모습이었다. 사살 명령을 받은 무장경찰이 클럽 벽을 부수었고, 이윽고 그가 쏘았던 탄환이 곧 그의 몸 위로 뒤얽혔다. 그의 죽음은 한동안 그가 죽인 성소수자들과 함께 사망자 수로 집계되었고, FBI는 테러 사망자 수에서 그의 목숨을 공식 제외해 발표했다. 그의 나이 29세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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