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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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을 다하고 있는 자긍심의 달.
6월 3일 조기 대선으로 이재명 정부가 6월 4일 출범했습니다. 동성애가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해가 된다는 메시지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했던 인사가 이 정부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었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질의를 한 청문회 위원은 없었습니다. 자긍심의 달이 무색할 만큼의 정치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성소수자들이 이러한 정치에 휘둘리지는 않습니다. 대전과 서울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이어졌습니다. 5월 28일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5월 27일 온라인 공론장 ‘천만의 연결’에 올라온 사회대개혁에 대한 시민들 바람을 분석한 결과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요구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요구에 아직도 사회적 합의 운운하는 수준의 답변을 하고 있는 정치가 문제이지, 시민들은 여전히 할 일을 하고,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7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1만729명의 목소리를 이재명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서명에서 시민들은 차별금지법을 ‘민생’의 문제로, ‘윤석열 정부와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낼 법으로, ‘내란 세력 청산’과 ‘새로운 사회’를 이루어낼 법으로 인식하며,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었습니다. 단지 소수자 보호를 넘어 민주사회를 위한 필수적인 법으로서 요구한 것입니다. 평등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약속과 근거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모인 10,729명의 목소리를 이재명 정부는 이제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입니다.
‘퀴어들의 산책모임’의 상반기 신입 참여자 활동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2월에 신입 참여자를 모집하여, 3월 부터 5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산책 활동을 위한 훈련 기간이 이어졌는데요. 총 7분의 참여자가 활동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4분이 ‘퀴어들의 산책모임’ 팀원으로 활동을 이어가기로 하셨습니다. 활동을 마치신 참여자 분들이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겨주셨습니다. 퀴어로서의 삶에서 사회적으로 겪고 있는 숨막힘 속에서, 그래도 나를 위해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내어보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산책모임 참여자들의 소감 중 일부를 공유합니다.
“집안에만 있던 나를 밖으로 꺼내준 산책모임에 감사합니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무작정 아무런 생각 없이 걸었지만 지금은 숨쉬기와 마음의 이완을 통해 스스로를 차분하게 가다듬으려고 노력합니다.”
“퀴어들의 산책모임'이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퀴어'와 '산책'이 서로 쉽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임에도, 막상 3개월 동안 산책(연습)을 해보고 나니, 조금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퀴어로 살아내는 것이 여전히 숨 막히는 일인 사회에서, 혹은 내가 지금 숨이 막히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감각이 무뎌지는 상황 속에서, 숨 쉬기에 집중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생존의 기술이더군요. 산책모임을 하며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많은 곳을 이전만큼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다는 일인 것 같습니다.”
“신체적 변화는 미미하지만, 루틴을 만들어간다는 경험이 마음과 일상에 주는 변화가 큰 것 같습니다. 같은 시도를 함에 있어서 필요한 에너지의 역치가 조금 낮아진 것 같습니다.”
“좀 더 내 자신이 밝아진 기분이 들었다.”
“훨씬 더 화를 잘 참게 된 것 같아요. 체감이 많이 돼요. 너무 화나면 강아지랑 산책을 하는데 그것도 정말 괜찮고요.”
“신체적 변화는 미미하지만, 루틴을 만들어간다는 경험이 마음과 일상에 주는 변화가 큰 것 같습니다. 같은 시도를 함에 있어서 필요한 에너지의 역치가 조금 낮아진 것 같습니다.” |
6월 28일 정기모임에서는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총 8쌍의 동성부부 중 친구사이 회원 동성부부 3쌍을 초대하여 결혼을 결정한 마음과 소송에 나선 계기, 세 부부의 일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임을 마친 후 뒤풀이에서 한 친구사이 회원은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오랜 활동과 노력으로 11쌍이 이 혼인평등 소송에 참여한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되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직접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치와 사회의 변화가 더디더라도 이렇게 꾸준하게 준비해서 운동을 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당사자들이 불평등에 맞서서 요구하는 것이 결국 변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더딘 변화 속에서도 힘을 내어 다가올 변화를 마주하기 위해 좀 더 힘을 모으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나누는 6월의 시간이었습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