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7월 |
|---|
[활동스케치] ‘여름아, 부탁해’ - 2016 친구사이 워크숍 후기
6월 25일 토요일, 구름 많음


2016 친구사이 워크숍 ‘여름아, 부탁해’가 진행될 주말 동안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작년 워크숍에도 비가 왔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려나 싶었다. 토요일 점심, 여느 때처럼 탑골공원 앞에 옹기종기 모여 경기도 양평의 한 펜션으로 출발했다. 그래도 가는 길에 만난 오랜만의 뭉게구름에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나의 첫 워크숍이었던 2012년과 같은 장소라는 소식에 그때의 추억도 이따금씩 떠올렸다. 버스 안에선 이번 달의 정기모임이 간단히 진행됐다. 오늘 처음 나오신 분들, 이번 달에 정회원이 된 분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인사를 듣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떴다. ‘남자가 한밥’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잠시 잠이 들었을까. 두 시간 정도 도로를 달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손목에 감긴 파란색 띠는 나의 조를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이틀 동안 함께할 팀원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차돌바우 형, 석이처럼 익숙한 얼굴들 외에 오늘 처음 만난 분들과 함께 하게 됐다. 그중 JAY 형은 매력적인 긴 다리를 가지고 계셨고, 닉네임을 까먹은 한 형은 작년 워크숍 때 보고 1년 만에 보았다. 항상 정체가 궁금했지만 ‘워크숍에만 나타나는 형’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조금 무서웠지만 반가웠다. 그리고 늦게 도착한 인상 좋은 영준이까지.



개인적으로 워크숍에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물놀이다. 파란, 빨간색의 길고 짧은 각자에게 어울리는 예쁜 수영복을 준비했다. 예상대로 보기가 좋았다. 나도 준비한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면서 ‘비가 오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해가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계곡에 발을 담글 때쯤엔 비가 조금 오긴 했지만, 피부를 툭툭 건드리는 빗방울의 촉감이 나쁘지 않았다. 기환이 형의 센스 넘치는 몸풀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게임은 4년 전과 변한 게 없었다. 그게 친구사이 워크숍의 매력이다. 그래도 나름의 귀여운 재미가 있다. 수영장에서는 다 같이 미끄럼틀을 타고, 어설픈 다이빙을 했다. 숨이 찰 때쯤이 되자, 빗줄기는 굵어졌고, 그렇게 어느덧 오후가 다 갔다.

저녁으로 맛있는 카레를 먹고, 마음 만지기 프로그램 ’너와 나의 친구사이’가 진행되었다. 여러 가지 단어와 감정으로 친구사이에 대한 저마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첫 질문 ‘친구사이에서 느끼는 좋은 감정'으로 나는 ‘소속감과 안정’을 꼽았다. 이날 처음 나오신 어떤 분은 앞으로 친구사이에서 이런 느낌을 바란다고 했다. 루빈카는 “책읽당 활동을 하면서 소속감을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디오 형은 “고향 같은, 자신에게 기반이 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여기 있는 누구나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할 것이다. 철호 형의 말마따나 “친구사이만 한 단체가 없다”라는 데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진 질문은 ‘친구사이는 내게 어떤 곳인가’였다. 누군가에겐 기본 목적에 충실한 ‘인권단체’일수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공감과 위안을 주는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는 곳’ 일수도, 함께 웃으며 술 마실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곳’ 일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포함된 단어는 ‘함께 꿈을 꾸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들의 욕구를 건강하게 실현해 낼 수 있는 곳. 그래서 앞으로 ‘친구사이에 기대라는 것’으로 ‘사람들이 자주 모일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랐다.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 이곳에 오면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 말이다. 4년 전 워크숍에서 처음 만난 소년 같던 기로형은 회원지원팀장이 되어 “활동을 시작한 지난 3년의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모두 이 시간이 원동력이 되어 열심히 활동했으면 좋겠다”라는 멋진 이야기를 해주었다. ‘너와 나의 친구사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사람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올해 워크숍에서 가장 뿌듯한 시간이었다.



이어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 ‘게이육감만족’이 진행되었다. 여섯 가지 감각의 요정들이 우리의 감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여섯 개의 방에서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밀도 있게 진행되었다. 다양한 게임들이 착착 진행되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교감 속에 팀원 분들과도 한 층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진행되는 ‘달빛 데이트’도 빼놓을 수 없는 백미였다. 나는 기즈베 형과 짝을 이뤘다. 서로가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여름밤 특유의 정취는 속마음을 내비치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올려다본 밤 하늘에는 수만 개의 별이 소금처럼 아로새겨져 있었다. 얼핏 헤아려봐도 내가 사막에서 본 밤하늘의 별 보다 많은 숫자였다. 계곡을 따라 10분 정도 사람들과 함께 걸었을까. 묘한 달빛이 우리 모두를 비춰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달빛을 좋아한다. 어둠이 찾아오고 골목을 구석구석 비춰주는 달빛은 왠지 평등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 밤 사람들 수만큼의 이야기들이 이 방안을 가득 채울까. 그렇게 자리에 돌아오니 푸짐한 술과 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일요일 날씨 맑음
친구사이 워크숍은 1년에 한 번 잠시 멈춰 서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을 떠올리기 좋은 시간이었다. 온통 낯선 공기와 사람들로 복작복작하지만,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소속감을 느낄 만한 여유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짧았던 이틀도, 마주쳤던 익숙한 이들도 고맙게 느껴진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움직인다는 점이다. 2016년 여름의 친구사이 워크숍은 술이든, 사람이든 혼곤히 취해 자긍심에 풍덩 빠지기 제격이었다.
글/

사진/

* 소식지에 관한 의견이나 글에 관한 피드백, 기타 문의 사항 등은 7942newsletter@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 소식지 정기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해당 게시판에서 신청해주세요. ☞ 신청게시판 바로가기
*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친구사이의 활동을 후원해주세요.
후원참여 바로가기
좋다
친구사이에서 활동했던 무수히 많은 밤들 중에 워크숍의 밤은 특별해요.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누군가는 별을 헤아리기도, 누군가는 속내를 누군가는 노래를, 많은 것들이 함께 공유되는 시간.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길!
우와 싸게랑 달빛데이트 할 때 봤던 북두칠성이다!
[185호][이달의 사진] 첫 번째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
2025년 11월 8일, 친구사이 RUN/OUT 팀과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합동 주최한 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방의원 당선의 역정을 다룬 영화 <State of First>(2...
기간 : 11월
사무실 임대 재계약을 마치고 올해 11월은 여느 달 못지 않게 성소수자 인권 현장에서 행사가 많았습니다. 11월 1일 제주, 11월 22일 부산, 30일 광주에서 퀴어들...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호명은 생각이 됩니다. 프레이밍 효과 ...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 본 행사는 하인리히 뵐 재단(동아시아 사무소), 서울국제...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23年無所属6選当選の奇跡」 日本初のトラ...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올해 2월 7일부터 16일 사이, 친구사이는 기획전《흘리는 연습》를 열었습니다. ‘...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어느새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11월 가을날, 친구사이 교육팀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은 매년 11월 20일, 전 세계 곳곳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매년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전국의 성소수자 인권...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책읽당은 11월 한달 간 낭독회와 총회라는 두 가지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11월 1일에는 책...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1.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 Why We Sing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Why We Sing>이 많은 분들의 성원...
기간 : 11월
[185호][기고] 온 시간대로 비추는 삶 —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배우자 관계의 통계적 인정을 지켜보며
2025년《아트인컬처》12월호에 「‘모두’의 결혼, 우리는 부부다 — 2025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부부 입력 허용, 미술계의 변화는?」라는 제목으...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재정보고 *10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12,983,361 일시후원: 1,738,614 사업 지보이스: 3,550,000 재회의밤: 810,000 웰컴데이: 1,2...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후원보고 2025년 10월 정기후원: 655명 2025년 10월 신규가입: 15명 10월의 신규 정기 후원회원 강*구, 김*준, 김*훈, 김*준, 김*환, 박*...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일시: 2025년 11월 29일 오후 7시~8시 30분 장소: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5층 엔피오피아홀 (1) 2026년 감사 선거 (감사 2...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12.5.)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친구사이는 매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자체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HIV감염인의 인권을 상징하는 빨강...
기간 : 11월
[184호][이달의 사진] 우리가 잘 노는 게 인권운동
2025년 11월 1일 토요일, 이태원 참사 이후 3년만의 할로윈이 돌아왔다. 참사 현장에는 추모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과 꽃들이 놓였다. 이태원로에는 종종 행인들...
기간 : 10월
10월 친구사이 : 웰컴!! 추석 명절과 개천절, 한글날 등 공휴일로 10일에 가까운 연휴로 시작했던 10월이었습니다. 친구사이는 ‘재회의밤’으로 그 1...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리 대단하...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찾아 나...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