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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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이기호,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정상기후가 뉴스가 되는 시절이라는 걸 감안해도 올해 더위는 때 이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나는 바깥출입을 삼가고 집안에만 머무른다. 이삼일 밖에 안 나가는 건 예사다. TV는 보지 않는다. 뉴스는 팟캐스트로 듣는다. 미국드라마는 간혹 보지만 6월부터는 휴방기다. 게임은 전혀 못한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하는데 더운 날 극장까지 가는 것도 일이다. 그럼 무엇으로 소일하는가? 에어컨, 냉커피, 책 피서삼합 되시겠다.
나에게 독서는 소설읽기다. 번역서는 잘 보지 않는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데보라 스미스의 ‘The Vegetarian’을 다른 책이라고 생각하는 고종석씨의 의견에 동감한다. 한국소설만 읽어도 여름 한철 시간은 잘 간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서양고전도 읽을 생각이다. 그렇다면 왜 소설인가?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상상력인데 그 상상력을 유지, 발전시켜 주는데 가장 좋은 것이 소설이다. 영화도 꽤 좋아하지만 영화는 남이 상상한 걸 보는 것이지 내가 상상하는 것은 아니다. 상상하지 않고 소설을 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고1, 담임 선생님의 지명으로 부반장이 되었다. 곧 임원 수련회라는 것을 가게 되었고 8명이 모인 반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했다. 수학경시 1등 한 놈, 과학경시 1등한 놈, 영어 말하기 상 탄 놈, 해외연수 다녀온 놈, 무술이 도합 5단인 놈, 춤 잘 추는 놈, 노래 잘 부르는 놈 그런 놈놈놈들 사이에서 난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전 상상을 잘합니다.' 수줍게 말하고 조용히 앉았다.
그런 내 소개를 기억한 어떤 놈이 집에 가서 삼촌에게 내 말을 했나 보다.
“삼촌, 취미도 아니고 특기가 상상이라는 게 말이 돼?
계집애 같이 생긴 놈이 수련회에서 그러더라고.
걔는 낙하산인 게 분명해!”
당시 문창과를 졸업하고 집에서 방바닥을 동무 삼아 상상을 즐기던 삼촌,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자격지심으로 비칠까 꾹 참았다. 하지만 몇 년 뒤 발표한 자신의 첫 소설집을 이렇게 마무리 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나가 눈앞에 보이는 아무 땅이나 파보아라. 지상에서부터 약 십오 센티미터 정도만 파고 들어가면, 그곳에 당신이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당신이 상상치도 못했던, 씨감자가 싹을 틔우고 있을 테니... 주변이 온통 시멘트 천지라고? 철물점에 가서 시멘트 깨부수는 망치를 사라. 이 친구야. 시멘트 밑에 뭐가 있겠는가? 제발 상상 좀 하고 살아라.”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 中-
이렇게 서평을 끝내려 했는데 '무슨 서평이 이래?' 분명 그럴 테지. 해서 사족을 덧붙인다. 제대로 된 서평을 보고 싶으면 책 뒤에 우찬제/신형철 평론가가 쓴 글을 봐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놨더라. 난 단편 4편을 추천하련다. 먼저 첫 단편집의 ‘버니’(이것은 소설인가? 랩인가?)와 ‘최순력 성령충만기’(정녕 성경이 아니란 말인가?) 그리고 두 번째 단편집의 ‘원주 통신’과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앞 두 편은 형식의 새로움을 뒤 두 편은 이야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해도 안 읽을 거 안다. ‘서평 클릭해서 여기까지 읽어보는 사람이라면 혹시...’ 이런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래도 안 읽을 거 다 안다.
[M] 상상력, 고것이 뭣이 그렇게 중하냐고? 상상을 안 하면 애들 그림 보고 수박씨가 많네, 적네 타박하는 할머니의 통치를 받으며 개/돼지로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의심 말고 이기호를 읽으라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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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천국 무플지옥
*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친구사이 소모임 '책읽당'의 6월 선정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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