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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4 : 미래는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까『양면의 조개껍데기』후기
2026-03-05 오전 10: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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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월 

 

 

[188호]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4

: 미래는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까

『양면의 조개껍데기』후기

 

 

지난 2월 21일, 책읽당에서는 하이님의 발제로 김초엽의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야, 저는 뒤늦은 고백을 하나 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사실 오래전부터 SF 세계관을 사랑해온 특히 《공각기동대》를 좋아하는, 이른바 오타쿠입니다. 미래와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며 차가운 금속과 네온빛이 가득한 세계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상상은 현실과 조금 어긋난 감각을 지닌 제 모습과도 닮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김초엽이라는 작가를 책읽당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 작품을 함께 읽고, 이어 또 다른 작품을 읽으며 어느새 이 작가의 책을 두 권이나 읽게 되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이렇게 한 작가의 세계를 연이어 경험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책읽당이라는 흐름 속에서 독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한 작가의 세계를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문장의 온도,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 기술과 감정을 나란히 놓는 방식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체가 만들어준 독서의 궤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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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감정을 결코 밀어내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이 소설은 강한 자극이나 빠른 전개로 독자를 몰아붙이지 않습니다. 대신 미래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끝까지 따라갑니다. 사건은 크지 않지만, 감정의 결은 섬세하게 이어집니다. 기술은 배경으로 존재하지만 중심에 놓이는 것은 결국 인간의 선택, 기억, 관계입니다.


저는 이 소설이 ‘미래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기보다는, ‘현재를 비추는 장치’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미래라는 거리를 확보함으로써 오히려 지금 우리의 감정을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야기들과 달리, 이 소설은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왜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지, 왜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묻습니다. 그 질문은 날카롭기보다는 낮은 톤으로 오래 남습니다.


한강 작가의 문장 ― “과거가 현재를 돌보고,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살린다.” ― 을 떠올렸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미래 역시 현재를 응원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 속 미래는 차갑게 앞서가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또 하나의 시선이었습니다.  SF를 사랑하는 개인의 취향에서 출발했지만, 이번 책읽당 모임은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며 서로의 시선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를 통해 현재를 비추어본 시간. 『양면의 조개껍데기』는 그렇게 우리의 대화 속에서 한 번 더 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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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당 서기 /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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