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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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이스의 대만원정기
지난 10월 31일, 대만에서는 퀴어 퍼레이드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11월 1일에는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성소수자 합창단들이 모여 노래하는 ‘2015 핸드 인 핸드 페스티발 인 타이베이’가 열렸어요. 한국에서는 지보이스와 아는언니들 두 팀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스무명이 훨씬 넘는 단원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노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대만에 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조금은 무리해서 다녀온 느낌도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녀오길 참 잘했다는 마음입니다.
대만의 퀴어퍼레이드
공식적인 행사 시작에 앞서, 하루 먼저 대만에 도착한 단원들은 주최측이 준비한 리셉션에 참여했습니다. 식사를 하며 서로를 소개하는 자리와 클럽 파티가 준비되어 있었어요. 게이 합창단의 모습은 다른 나라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진 않았습니다. 어딜가나 끼순이는 있고, 파티의 흥을 돋우는 데에 그들을 대신할 사람은 없습니다. 대만의 클럽에서는 케이팝이 자주 나와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 걸그룹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합니다. 여기가 이태원인지 대만인지.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드디어 대만의 퀴어 퍼레이드 날이 되었습니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대만은 아열대기후이기 때문에 10월과 11월에도 낮에는 더워요. 게다가 습하고요. 하지만 이 날은 퍼레이드를 즐기기에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집결지에 도착하니, 넓은 광장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곳의 퀴어 퍼레이드는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두 그룹이 동시에 출발해 각자의 코스를 돌아요.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참여하는 인원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겠죠.
다양한 옷으로 자신을 꾸미고 나온 사람들을 구경합니다. 한국에서와 달리 단체 부스는 별로 없었어요. 눈에 띈 부스가 열 개 정도로 그것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반면에 행진을 하는 참가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더운 나라라 그런지 참가자들의 옷차림이 참 가벼워요... 참 좋았습니다.
정말 평화롭게 행진합니다. 실은, 함께 행진을 하다가, 땀이 너무 많이 나고 또 코스가 너무 길었기 때문에 행렬을 빠져나와 지름길로 행렬을 추월했어요. 멀찌감치 앞서가서 길가에 서서 행렬을 구경하려고요. 각양각색의 참가자들 덕분에 구경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서울의 퀴어퍼레이드에서는 북치고 발레하면서 분위기를 띄워주셨던 그분들이 계셨는데.. 그 모습이 익숙해서인지 대만의 퍼레이드는 상대적으로 정말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모두 다함께 즐기는 와중에도 좀.. 뭐랄까. 조용한 느낌이에요. 아쉽기까지. 어쨌든 서울의 퀴어퍼레이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막 신나게 춤추면서 행진하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대만의 퀴어 퍼레이드가 아무리 평화롭게 보이고, 동성결혼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과반을 넘긴다고 해도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은 아니에요. 기사를 조금만 찾아보아도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와 지금 대만의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한국과는 그 상황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내는 것이 더 낫다고 할수도 없고요. 하지만 이렇게 퍼레이드를 대하는 많은 이들의 분위기를 보면서 부러운 점이 눈에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퍼레이드에 신나게 참여했지만, 타국에서 온 이방인인 것은 도리가 없습니다. 전단을 받으면서도 무어라 씌여있는지 알 수가 없고 어물쩡 근처에 있게 되었네요. 으아 답답.

2015 Hand in Hand Festival in Taipei
고단한 행진을 마치고 지보이스가 공연을 해야하는 합창제의 날이 밝았습니다. 공식적인 명칭은 ‘2015 핸드 인 핸드 페스티발’입니다. 이것은 프라우드 보이스 에이시아를 통해 연결된 성소수자 합창단들이 교류하는 행사예요. 일본과 중국, 미국, 싱가포르, 한국 그리고 주최국 대만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행사에 함께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프라우드 보이스 아시아에는 이밖에도 필리핀, 태국, 인도의 합창단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시내에서 멀고 가는 길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택시를 나누어 타기로 했습니다. 지보이스 단원 중에 놀랍게도 대만 출신의 단원이 있어서 이 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늘의 합창제는 대북예술대학의 문화예술센터 아트홀에서 열렸습니다. 합창팀들 중에서는 지보이스가 제일 먼저 도착했어요. 이어서 다른 국가의 합창단들도 모이기 시작합니다. 짧게 주어진 무대 리허설을 마치고, 한동안 대기하고, 그리고 공연을 했어요. 실제로 많은 합창단들이 뒤섞여 대기실은 언제나 사람이 바글바글 많았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정신이 없었어요. 다른 합창단들이 공연할 때는 서로를 응원하고 공연 후에는 멋졌다고 서로 칭찬도 나눕니다. 지보이스는 공연 뒤에 시애틀의 음악감독으로부터 러브콜까지 받았답니다. 근데 우리 돈이 없...

사실 아시아의 성소수자 합창단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는 행사는 올해가 처음이었어요. 해서 주최측의 운영 미숙도 조금 있었고 소통이 잘 안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모인 자리는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각 팀마다 각자의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어요. 아시아.. 이 사연 많은 아시아에서 각각의 공간을 살아내는 팀들이 모이는 것만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할테니까요. 인상을 찌뿌리게 하는 이야기라도 일단은 시작해봐야 알게되겠죠. 그래야 나눌 것도 생기는 것이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자리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이것은 무언가의 시작이기 때문에 첫 한 걸음이라는 커다란 의미가 있고, 그 자리에 지보이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활동 연차가 오래된 단원부터 올해 막 지보이스를 시작한 신입단원까지. 그 얼굴의 면면을 보니 참 여러 생각이 듭니다. 제 눈에 안경이겠지만, 지보이스는 참 잘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한국에 돌아와 잘 다녀왔느냐는 말 뒤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노래는 잘 했는지’, ‘문제는 없었는 지’ 그런 것들이 아니었어요. 친구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대만 게이들은 물이 좋은지’...가 대부분이었는데. 그것은 개인적으로 알려드리기로 하고, 대신 다음에 열릴 이 국제적 합창제는 서울에서 열리게될지도 모른다!는 설레이면서도 불안한 소식은 알려드릴 수 있겠네요. 실무자들 동공에 지진나는 소리.. 부들부들 하는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지만.
그리고 결국 아무도 묻지않은.. 지보이스 공연은 잘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래 영상으로 대신. (4:00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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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이스 단장 / 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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