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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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즈 게임
#4
1872년.
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4번째 게이머즈 게임

80 Days
(iOS / Android)
오늘은 영국맛인가.
그래. 미국 맛 많이 봤으니 영국맛 한번 보세. 파스파르투.
파스파? 뭐야 그게.
'80일'이라고 하면 뭐가 떠올라? 아마 역사상 가장 유명한 80일이라고 하면,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와 그의 하인 파스파르투가 함께한 80일 간의 세계일주 아닐까. 1873년에 나온 유명한 모험 소설. 아마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이야기야.
규칙적인 젠틀맨 포그가 어느 날 갑자기 세계를 80일만에 돌 수 있다는 내기를 걸고 세계 한바퀴를 돌아(로맨스와 추격전도 곁들이지) 돌아왔더니 80일 하고도 하루가 지났더라. 하지만 알고보니 지구를 동쪽으로 돌았기 때문에 하루를 벌었더라. 과학적 반전 오오. 뭐 이런 내용이었지.
오늘 다룰 게임은 프랑스 소설인 <80일 간의 세계일주>를 영국에서 게임으로 각색한 <80 Days>야. 이 게임의 발상은 이렇게 시작돼. 실제로는 포그와 파스파르투가 갈 수 있는 경로는 한가지밖에 없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서 인도로, 인도에서 일본,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 횡단 열차, 뉴욕에서 대서양 건너기. 하지만... 만약 그 때 당시의 세계가, 쥘 베른이 꿈꾸었던 그대로 과학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세계였다면? 오리엔트 특급이 십년 일찍 개통된 것? 그 정도는 별 것 아니지. 증기선, 증기 자동차, 비행선, 수중익선, 시베리아 횡단 열차, 각종 실험적인 탈것들... 이런 것들을 이용하면 그 어느곳을 통해서라도 80일 간의 세계일주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이 게임의 목표는 온갖 운송수단과 경로를 이용해서 80일 내에 세계를 한바퀴 도는 거야. 원작과 똑같이, 포그는 영국 신사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안 해. 플레이어는 파스파르투가 되어서, 이 쓸모 없는 짐짝을 먹이고 재우며 모험을 하는 거지. 이 게임에서 재창조된 1872년의 세계는 혁신으로 터질 것 같은 세계야. 하루 하루마다 엄청난 발명들이 쏟아져 나오지.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낙관을 뻥튀기 한 듯한 느낌. 심지어 인공지능 자동인형까지 돌아다녀.
하지만 이 세계의 혁신은 유럽에서만 일어나지 않아. 이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야. 원작의 근간을 뒤틀어버리거든. 원작 소설은 사실은 이런 내용이야. 두 명의 백인 남자가 대영제국 땅을 밟아보고 돌아옵니다. 오오 이국적인 식민지! 그 속에서 꽃핀 문명! 예쁜 아시아 여자! 오오 세계를 선도하는 유럽! ...이라는. 외국에 대한 묘사는 오리엔탈리즘을 그대로 답습했고, 여자는 그냥 성적 대상이고, 역시 백인이 우월하다는 감성이 아주 짙게 묻어나지. 하지만 재창조된 <80 Days>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아. 남아프리카의 부족들은 유럽을 선제공격하기 일보 직전이고, 아랍 세계는 이미 유럽을 아득히 초월한 과학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어. 이 세계의 세계대전은 인류를 멸절시킬 것 같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지금은 벨 에포크니까. 그것도, 유럽의 벨 에포크가 아니라, 전 세계의 벨 에포크. 원작에서 드러나는 제국주의의 안티테제로, 만국이 미친듯이 성장하는 세계를 그려낸 거야.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여행은 순탄치만은 않지.
아하. 원작의 내용으로 원작을 까는 그런 거구만.
응. 상당히 신랄하게 까. 제국주의를 까기 위해서 <80Days>라는 게임을 만든 것처럼. 그리고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건 뭐... 대놓고 삐딱하게 가는 겨. 운전수, 함장, 과학자 등등... 원작과는 반대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들이 마구 나옵니다. 이 여자들은 돕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하고 뒷통수를 치기도 하면서 살아 숨쉬어. 사실 당연한 건데, 이게 <80일 간의 세계일주>라는 걸 생각하면 재미있는 부분. 그리고 이 게임에는 실존 인물이 딱 두명 나와. 장난처럼 나오는 쥘 베른("뭐? 80일 만에 세계일주를 한다고? 소설 주제로 딱이구만!")과, 미국 최초의 여성 치안판사 에스더 호바트 모리스(Esther Hobart Morris). 여성 참정권이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지. (쥘 베른 농담을 빼면) 유일한 실존인물로 이런 사람을 등장시킨 건, 작정하고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80일>을 재창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거야.

로맨스 이야기를 해 봅시다.
빠질 수 없지. 동성애도 의외로 심도깊게 다뤄지고 있어. 플레이어가 파스파르투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파스파르투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플레이어가 결정하거든.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를 선택할 수 있는 거야. 재미있게도 게이를 위한 선택이 눈에 띄게 많아. 가령 내가 플레이한 파스파르투는 주인 포그 씨를 남몰래 사랑하며 마음졸이다가 어머 내가 무슨 망측한... 이러기도 하고, 뉴올리언스의 신비로운 크리올 청년과 달빛 아래의 키스를 나누기도 하고. 난 한번도 내가 게이라고 한 적이 없거든. 근데 나도 모르게 파스파르투가 게이가 되어 있는 거야.
니가 남자만 보면 꼬셔보겠다는 쪽으로 선택하니까 그렇지.
흠흠. 아무튼 중요한 건! 동성간의 로맨스가 이성간의 로맨스와 다를 바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가 있다는 말이지. 플레이어의 성적 지향이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게끔. 난 이게 제일 감동적이었어.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임에서,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 제작자에게 '금기'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시도는 하지 못했을 거야. 여담이지만 이런 짓(?)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겠지.
홍길동이 게이라서... 분신술을 쓴 다음에...
(한숨)
(흐뭇)
이 게임의 전체 텍스트 분량(모든 경로+모든 선택)은 500,000단어라고 해. 책으로 치면 1000페이지정도 되겠지. 한번 세계일주를 하면 전체 분량의 3%정도를 볼 수 있다는구만. 아쉽게도 한국어로 번역은 나와있지 않지만... 관심 있다면 찾아봐.
아 그래? 영어라고? 끝.
으헝헝...
공식 페이지: http://www.inklestudios.com/80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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