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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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 2014 책읽당 4주년 문집발간회+낭독회 [북돋움]
수능 한파가 무색할 만큼 포근한 날씨였다. 하지만 11월 22일 토요일, 책읽당의 낭독회 '북돋움'이 있던 날, 행사장소인 안국역 W스테이지를 찾아가는 나의 모습은 마치 수능을 보러가던 10년 전처럼 잔뜩 웅크려져 있었다. 도대체 얼마 만에 문학이란 말인가? 성년이 되고나서 읽었던 책을 곰곰이 생각해 보며 승강기에 올라탔지만, 4층 행사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부 꼽을 수 있을 만큼 모자란 독서력은 나를 더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행사장에 도착하자 고사장 앞에서 나눠주던 커피처럼 따스한 분위기에 얼었던 몸도 조금씩 녹아내렸다. 책읽당이 참석한 사람들의 움츠린 마음을 ‘북돋아’ 주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 덕분이었다.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 14명의 작가의 캐리커처와 다과들이 사람들의 입과 눈을 즐겁게 해주었으며, 여는 무대를 장식한 왁킹, 라떼, 미르님으로 구성된 ‘끼스타’의 데뷔 겸 은퇴무대는 사람들을 웃게 해주었다. 총재 라떼님과 친구사이 고문인 코러스보이님의 재치 있는 등장에 사람들의 박수는 이어졌고 뒤이어진 북토크에서 미르님과 제이님의 ‘행사가 끝나면 필시 싸울 것 같은’ 만담 덕에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부담감은 이미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이러한 가벼움은 낭독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꼭 필요했다. 문학이 가진 부담과는 비교도 안 되는, 문집에 실어낸 고민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서였다. 웃고 떠들던 시간이 지나 조용한 음악이 깔리고 조명이 어두워지자 본행사인 낭독회가 시작되었다. 류근, 제이미, 황이님 등 세 명의 작가가 차례로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자, 종로포차에서 거하게 취해 내뱉던 한숨과도 같은, 맨 정신에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문집 제목 그대로 우리들의 ‘속사정’이 퍼져나갔다.
‘왁킹. MTF’는 내가 알 던 왁킹이 아니었다. 시종일관 밝은 모습만을 보여주던 나의 벗, 왁킹은 문집에선 ‘왁킹. MTF’가 되어 ‘갈수록 여성스러워지는 외관과 변하지 않는 주민등록번호’사이에서 고민하며 집에서도 편히 쉴 수 없었던 MTF로서의 시간들을 고백하였다. 달라진 이들은 왁킹뿐만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나와 웃고 떠들던 황이님도 낭독회에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괴물 ‘황이.G’였다. 그리고 나머지 12명의 작가들도 모두 하나같이 뒤에 알파벳을 붙여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모두 다 낯선 모습이었지만 서로가 이해 할 수 있는 익숙한 이야기이었기에 공감의 눈물들이 하나둘 터져 나왔다.
그래도 이렇게 책 읽는 즐거움을 오롯이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마지막을 장식했던 자유낭독의 매력 때문일 터인데, 이 시간에서는 왁킹, 존슨, 제이, 단팥빵, 미르님 등 5명의 책읽당 멤버가 나와 서로가 좋아했던 글귀를 낭독하였다. 그 중 압권은 불구로 태어나 평화로운 시대를 즐기지 못하고 악역이 되어버린 왕을 그린, 셰익스피어의 희극 ‘리처드 3세’를 마치 연기 하듯 낭독한 존슨님이었다. 책을 읽는 모임인 책읽당의 매력을 한껏 펼친 순간이었다.
2시간 가까이 진행 된 낭독은 흡사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듣는 듯 했다. 이 땅에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목소리를 소중히 기록하고 간직하려는 신성한 의식과도 같은 시간들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종로3가로 향하는 동안 사람들의 모습은 바깥 날씨보다도 더 푸근해 보였다. 내년에는 어떠한 내용으로 우릴 북돋아 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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