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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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아트인컬처》12월호에 「‘모두’의 결혼, 우리는 부부다 — 2025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부부 입력 허용, 미술계의 변화는?」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칼럼을, 잡지사 허락에 따라 친구사이 소식지에도 함께 소개합니다. 소식지에 실린 글은 지면의 차이로 인해 제목을 포함한 원고의 분량과 이미지가 편집·조정된 버전임을 알립니다. |
[기고]
온 시간대로 비추는 삶
—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배우자 관계의 통계적 인정을 지켜보며
종로3가에 위치한 성소수자인권단체 사무실에 일한 지 일 년쯤 지났다. 출근지는 종종 바뀌어 대통령실 앞이나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으로 나가기도 했다. 기자회견이나 집회로 하루를 시작하면 사무실로 돌아올 즈음에는 벌써 지쳐있었다. 낮 시간을 성소수자인권운동에, 저녁 시간을 퀴어예술에 배분하겠단 다짐은 허약한 체력 탓인지 급습하는 인권침해 사건들 탓인지 잘 지켜지지 않았다.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음에도 어쩔 수 없는 미술가인 터라 ‘하루의 시퀀스가 제법 아름다운데?’라는 혼잣말을 자주 했다. 각 분야가 나뉘어진 이유가 있다고 한들 나는 전시가 필요할 때 전시를 하고, 글이 필요할 때 글을 쓰고, 광장에 나가야 할 때 광장에 나가는 것이 아름답다고 여긴다. 또 필수적인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과잉성애화된 게이, 우울하고 가난한 레즈비언, 죽은 트랜스 등 한 축으로만 비대해진 성소수자의 삶을 그려내는 창작물이 적지 않다면, 퀴어예술가는 현실의 성소수자 삶을 어떻게 견인할지 고민할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퀴어’ 자 붙은 창작물이 ‘소수자가 등장하는 컨텐츠’가 아닌 ‘낮에도 퀴어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의 창작물’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니 삶에 주어진 이미지 너머를 자주 상상해야만 했다. 퀴어 주체의 능동적 권리실현은 비단 퀴어예술가만의 과업이 아니기 때문에, 성소수자인권운동 현장에서 머물며 만나게 되는 인연과 상황으로부터 새로운 상을 배우기를 기대했다.

그중 성소수자의 삶을 온 시간대로 확장하기 위한 작은 변화가 올해 10월 22일에 있었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는 처음으로 성별이 같은 가구원 사이에도 관계를 ‘배우자’나 ‘비혼 동거’로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동성 배우자를 선택하면 뜨던 메시지의 ‘오류’가 국가의 실책임을 인정한 셈이다. 국정감사장에서 국가데이터처장은 이번 변화를 두고 “통계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라고 말하며,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 부분을 빼고 비출 수는 없다고 첨언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이를 기술적 수정에 가깝게 설명했다. 외려 이 변화를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부른 쪽은 행정이 아니라 성소수자인권운동의 현장이었다. 전국 49개 단체가 모인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올해 4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성소수자 국정과제 요구안’을 발표하며 차별금지법 제정·혼인평등·가족구성권 보장과 함께 “성소수자 인구 통계 등 실태조사”를 올렸다. 응답하듯 생긴 변화에서는 성소수자 이슈가 인정투쟁에서 구체적인 사회·복지·노동 정책을 설계해야할 인구집단으로 바뀌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동시에 작년 10월 11쌍의 동성 부부가 ‘모두의 결혼’ 캠페인과 함께 혼인평등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을 다투는 소송 서류에 이름을 적었던 손으로, 이제 인구조사 화면에서는 관계 항목을 ‘배우자’로 선택할 수 있다. 법원은 아직 이들을 부부로 받아들이지 않지만, 최소한 국가 통계는 더 이상 “없는 관계”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거슬러 올라가 2013년, 친구사이 회원인 김승환·김조광수 부부는 청계천 앞에서 수많은 하객과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연한 결혼식’을 올렸다. 언론은 이를 “한국 최초의 공개 동성 결혼식”이라고 불렀고, 그날의 장면은 이후 한국성소수자인권운동에서 중요한 이미지가 되었다. 하지만 행정 기록에서 두 사람은 끝내 서로의 ‘배우자’로 불리지는 못했다. 내가 어렸을 적 진행된 ‘당연한 결혼식’을 찾아보며 벅차올랐고, 모멸감마저 함께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변화는 그러한 두터운 시간 위에 올라온 아주 얇은 한 문장이다. “이것은 부부이다.”

나는 무엇이 사회를 그대로 비춰야 한다는 당위를 절반쯤만 믿는다. 통계의 은유는 환영할 만한 맥락이었지만 같은 이유로 참담하게도 들렸다. 국가가 들고 있는 거울은 늘 어떤 얼굴을 틀 안쪽으로 초대하고, 어떤 몸은 잘려 나가길 의도해왔으니 말이다. 무엇도 저절로 사회를 비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야속할 때면, 틀의 방향을 돌리거나 성소수자의 삶을 온 시간대로 확장하는 데에 밤낮을 쏟는 사람들이 있음을 떠올린다. 그들을 믿으며 나머지 절반의 마음을 채운다. 그제서야 ‘퀴어’와 ‘예술’이 붙어 무엇이 될는지 아른거리면서 모양을 잡아갈 것이다. 나 자신과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삶을 함께 견인하는 미술을 이어갈 테니, 많은 사람들이 동료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사진 제공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모두의 결혼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
참고자료
무지개행동, 「제21대 대통령선거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 2025.4.21.
모두의 결혼, 「10월 10일 혼인평등소송 시작 기자회견 참석자 발언」, 2024.10.10.
규환. 「그 남자의 사생활 #11 – 어느 멋진 날, 당연한 결혼식」. 『친구사이 소식지』 39호, 2013. 9. 13.
신동욱. 「인구총조사에 ‘동성 배우자’ 등록 가능…성소수자단체 “역사적 결정”」. 『한겨레』, 2025.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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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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