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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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은 매년 11월 20일, 전 세계 곳곳에서 혐오와 폭력으로 생을 잃은 트랜스젠더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1999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후,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을 함께 애도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대한 구조적 폭력과 차별을 드러내는 국제적인 추모·행동의 날로 이어져 왔습니다.
올해 서울에서는 11월 22일,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광장에서 제8회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이 열렸고, 슬로건은 〈동네북, 두드릴수록 크게 울리는〉이었습니다. ‘동네북’이라는 표현이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여러 소수자를 손쉬운 표적으로 삼는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이 슬로건은 그 이미지를 되받아 “두드릴수록 더 크게 울리는 북처럼, 우리가 함께 모여 서로의 존재를 더 크게, 더 멀리 퍼뜨리자”는 의미로 다시 엮어낸 문장이기도 했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조직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젠더’ 운동과 혐오 정치 속에서 트랜스젠더가 가장 먼저 공격받는 표적이 되고 있다는 발언들이 이어졌습니다. 겉으로는 “합리적인 논쟁”처럼 포장된 말들이 실제로는 삶의 자리에서 어떤 두려움과 위협으로 다가오는지, 특히 트랜스젠더이면서 동시에 HIV 감염인, 이주민, 여성 등 여러 정체성이 겹치는 사람들에게 폭력이 어떻게 집중되는지를 짚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트랜스젠더를 ‘동네북’으로 낙인찍는 시선을 거꾸로 돌려, 그 경험을 우리의 힘과 지식의 자원으로 삼고, 이제는 사회가 우리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페미니즘을 빌려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려는 시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서로 다른 정체성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함께 존중받으며 살아가기 위해 어떤 언어와 정치가 필요할지, 그 과제를 함께 나누자는 호소도 이어졌습니다.
진지한 발언만큼이나, 무대 위 공연이 만들어낸 에너지와 기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언니네트워크의 합창 소모임 ‘아는 언니들’의 무대는 높은 화음과 가사가 이태원 광장의 오후 빛과 겹치며, 우리가 상상하는 다른 방식의 관계맺기와 변화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기획단에 속한 노란님의 공연은 집회 참가자들을 금세 ‘지역 축제에 온 사람들’처럼 춤추게 만들었고, 락 넘버를 부를 때는 정말 락 가수처럼, 한영애의 〈조율〉을 부를 때는 ‘잠자는 하늘님’이 노란님 아니셨는지… 의심될 만큼 무대를 장악했습니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노란님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옆에 서 있던 경찰과 행인들에게도 감상을 묻고 싶을 만큼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날 행진 코스는 이태원광장에서 출발해 제일기획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익숙한 이태원 게이 클럽과 술집 앞을 지나오기도 했습니다. 놀러 나오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어서 클럽 거리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여러 건물에서 갑자기 무지개 깃발을 찾아 흔들어 주거나, 러쉬 직원이 나와 높이 점프를 하며 환영해 주거나, 여섯 일곱 명쯤 되는 무리의 행인들이 손을 흔들며 마음을 보태 주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사무국에서 기용과 함께 이태원 그 거리를 행진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먼저 그 경험을 맛본 것 같아 설렘이 컸습니다. 언젠가 친구사이가 이태원 거리를 행진한다면, 조금 더 늦은 시간에 행진하여 커뮤니티의 기세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는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친구사이는 ‘퀴어들의 산책모임’을 비롯한 회원들과 함께 이날 집회와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트랜스 깃발과 작은 무지개 깃발, 친구사이 깃발, 각자의 문장을 적은 피켓과 현수막, 북과 클래퍼를 두드리는 손들이 이태원 광장을 채웠습니다. 먼저 떠나간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지금을 함께 살아가는 트랜스젠더 동료들의 삶이 더 안전하고 존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친구사이는 앞으로도 트랜스 해방과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연대에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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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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