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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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1]
"제 꿈이 뭐냐구요?"
친구사이 회원들의 꿈 이야기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너무도 상투적인 질문이지만, 진지하게 대답하려고 하면 이보다 더 어려운 질문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진솔한 대답을 들을 수 있고, 그만큼 생각해 볼 거리도 많겠지요? 여기는 오래된 포장마차 구석 선풍기 옆자리입니다. 밖은 어둑어둑하지만 여기는 백열등이 태양처럼 뜨겁습니다. 다들 적당히 기분 좋게 취한 것 같아서 몇 사람 꿈 얘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황이의 꿈
1.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꿈이요. 있습니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여기에 특별히 더해 그 꿈을 위해서 사는 것까지도 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도 꿈이 있었다. 하지만 이룰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일찌감치 접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건 지금에 와서도 참 잘한 일이었다.’ 고 말합니다. 물론 맞는 말이에요. 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한때 다른 길을 찾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어느 날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거에요. (아무래도 이때 미친 것 같습니다.) 나는 천년만년 살 수 없고,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세상인데 어디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이 굶어 죽는 마당에 천운으로 하루 두 끼 정도는 근근이 해결할 수 있다면 기왕지사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일이나 도전하면서 살자. 물론 여기엔, 이직 중에 갑자기 백수가 된 일과. 피붙이처럼 친했던 전도유망한 친구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운명을 달리하기 며칠 전 제게 유언처럼 남기고 간 격려가 한 몫 단단히 하긴 했습니다만..
어렵고 배고픈 꿈만 꿈이라는 소리도 아니고, 꿈이 없다고 황량한 인생이라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저 같은 경우, 제가 서 있는 길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느닷없이 길이 끝날 때 제 발끝이 어디로 향해있었는지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인생관이 이렇다 보니 오래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그래서 애인이 없나 봐요. (……)
물론. 언제 또 생각이 바뀔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세상이 워낙 알쏭달쏭하잖아요~
2. 당신이 꿈꾸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무엇입니까?
얼마 전에 자주 가던 홈페이지에서 퀴어퍼레이드 때 노출 의상을 입는 것에 대해서 학을 떼던 어떤 분들과 자판 전쟁을 조금 했습니다. 단순 혐오증이라면 무시하고 말았겠지만 이 사람들은 본인이 혐오하고 있다는 것 조차도 모르더군요. “왜 굳이 항문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애들 다 보는 거리를 활보해야 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이미지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반감을 살 뿐이다. 본인들을 똑 같은 사람으로 대해주길 원한다면서 음란한 이미지를 대놓고 드러내면 어쩌자는 걸까? 사람들이 게이들은 모두 다 그런 줄 알면 손해 아닌가? 해외의 행사를 그대로 가져다 쓸 생각은 버리고 우리나라에 맞는 행사를 기획해라.” 이 사람에게 진정한 다양성의 존중과 행간에 내재된 혐오와 해외 행사에서도 굳이 하고 있는 노출의 의미에 대해서 설파하려고 했는데 이 사람 다음 말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난 포비아가 아니다. 나도 게이다.”
이것이 우리 커뮤니티의 현실이고 앞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할 주 과제인 것 같았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그것을 각자의 주변에 전파할 수 있는 긴밀한 연결이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안의 공동체로써의 역할이나 튼튼한 울타리의 기능도 갖출 수 있게 되겠지요. 그렇게 한번 꿈꿔봅니다.
디오의 꿈
1.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꿈이란 것은 누군가에게는 정말 이루고 싶지만,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저에게 있어서 꿈은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것들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결국 이루지 못할 것들도 있지만, 그것은 저에게 크게 중요한 고려사항은 아니거든요. 저에게 꿈은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위시리스트 같은 것이고, 기회가 될 때마다, 꼭 시도하고 싶은 것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꿈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가 떠오르네요. 직업적으로는 좀 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 싶고, 돈도 적당히 벌면서, 나중에 가서는 저만의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또 언젠가는 음악을 좀 더 공부해서 작곡도 해보고, 앨범도 한번 내고 싶기도 하고, 오픈리 게이로서 좀 더 편하게 저의 지인들과 소통하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계속해서 저의 파트너와 점점 더 많이 사랑하면서 행복해지고 싶고,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이 건강하게 제 곁에 최대한 오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 밖에도 한 번쯤은 장기적으로 해외에서 거주해보고 싶기도 하고, 좋은 곳에 직접 설계한 집을 지어 살고 싶기도 합니다.
지금도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앞으로 살면서 또 새로운 것들이 하고 싶어질 것 같아요. 시간상 다 할 수도 없을 것 같고, 시간이 있어도 할 수 없는 것들도 많이 있을 테지만, 어쨌든 살면서 꾸준히 기회가 될 때마다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결국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꿈을 정리해보자면, 살면서 하고 싶은 것 중에서 뭔가를 시도할 때, 크게 좌절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이루어나가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2. 당신이 꿈꾸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무엇입니까?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일원이지만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존재한다는 데는 약간 의구심이 듭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라는 것이 관념적으로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거든요. 그나마 각 정체성별 커뮤니티가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는데, 그것도 각자 자기 커뮤니티 멤버를 돌보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고, 외부적인 활동을 하고 있거나 하려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생각하니 정말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일단 제가 꿈꾸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단결성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하여 하나의 단결된 목소리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자면 다른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에도 나의 일처럼 관심을 갖고 도와줄 수 있는 현명함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다양성의 매력도 함께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커뮤니티 멤버들이 소수자의 시각을 가지고 다양한 곳에서 활동한다면 사회가 더욱 풍요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흐르더라도 이러한 장점이 변하지 않고 꾸준히 유지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라는 것은 다양한 개인의 집합이고, 성소수자라는 점이 같을지 몰라도 커뮤니티 멤버의 인권 의식이나 생각은 각자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단결성을 가지고 한 가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100%의 찬성은 아니더라도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주된 의견이라는 것을 만들 수 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목소리가 커뮤니티를 하나로 모아줄 수 있다고 봅니다.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더 나아가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 그러한 의견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마도 앞으로 친구사이가 할, 그리고 그 안에서 제가 할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보성의 꿈
▲보성이 직접 그린 그림. 이 그림에 보성의 꿈이 담겨있다.
(보성은 글 쓰는 것을 싫어하여 크리스가 몸소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따냈다. 질문은 본인의 꿈에 대한 것으로 한정. 편집자 황이는 음성지원을 원하시는 여러분의 귀중한 의견을 십분 존중하여 글로 읽기 거슬리는 부분도 편집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정말로. 귀찮아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님.)
“2010년 추석 연휴 때 집에도 못 내려가고 그린 그림이에요. 졸업작품으로. 20개를 쫙 깔아놓고 다 완성해야 하는 내 작업인 거야. 그 당시 내가 걸어가고 있는 과정이 기록되는. 연작이 쫙 있는데 다 좀 슬프고 아련하고 괴롭고 돌아가고 싶고 그래요. 그때가 어떤 느낌이었냐 하면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고 현실에 대한 감이 생기면서 이게 끝이 나면 이제 앞으로 그림을 못 그리겠다라는 생각이었어요. 작업실도 엄청 컸는데 이렇게 호화롭게 지낼 수 있는 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컸지. 절망적이면서도 절망 뒤에 기회는 있을 텐데 내가 죽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정체성도 그렇고 유아기부터 해서 사건사고 등 때문에 남 탓하면서 되게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는데 이 작품으로 인해서 정리가 되었어요. 좀 더 어른이 된 것 같아요.
20개 시리즈 연작 중에 제일 잘 나온 작품이고 이것만 빼서 부모님 집에 걸어놨어요 안 팔려고. 좋은 작품은 귀신같이 또 팔리니까. 암튼 그 시점을 계기로 정리가 되어버렸어요. 난 꿈을 이뤘어 그 때. 어릴 때부터 난 작가가 되고 싶었고 그림을 그리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막연한 꿈이었는데. 난 작가가 되었고 작가가 되었더니 사실 별거 없었고 현실에 있어서는 살려면 돈이 있어야 되고 내가 좇던 거는 돈과는 많이 엮이지 않았고 그래도 어떻게든 살긴 살아야겠는데. 근데 그 전까지는 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태어났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난 피카소처럼 될 거라 생각했고 굉장히 건방졌었어요. 그리고 잘 나갔어요 나름. 그래서 그 전까지는 나는 무조건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 그림을 그린 시점부터 이제 내가 알게 된 거지. 내가 살아가는 게 중요한 거지 그림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를.
그 때부터 삶의 방향이나 태도가 많이 바뀌었죠. 나는 내가 그릴 수 있을 때 그리는 거고 그리는 게 좋으니까 당연히 그리는 거긴 한데 이걸 못 그린다고 해서 굳이 내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거나 마치 고흐처럼 되고 싶다거나 하는 건 욕심이었던 거지. 사실 그 생각이 들고나서 고흐를 봤더니 고흐는 너무 불쌍한 거예요. ‘내가 왜 근데 저런 삶을 지향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지. (예술가는 어쩔 수 없지 않나?)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위인전에 실리는 게 성공이 아니라는 거지. 얼마든지 행복하게 웃으면서 밥 먹고 잠 잘 자고 사랑하는 사람들 보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그런 게 인생인 거잖아. 나는 이제 내 꿈대로 살고 있고 굉장히 좋아요. 그림은 여전히 1순위인데 시야가 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그 때 정말 내가 말마따나 줄 잘 타서 잘 됐으면 지금 또 대학강사라든지 뭔가 하고 있겠죠. 근데 그러면 안 행복했겠지. 그래서 내가 나온 거잖아 다 때려치우고. 지금은 행복해요.”
▲보성이 그린 시리즈 연작
케빈의 꿈
1.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케빈을 꿈꾸다
나의 이름은 케빈(Kevin)이다. 난 내 이름이 참 좋다. 처음에 영어이름이 필요한 때가 있었는데 ‘난 고급지니깐.. 로얄패밀리 이름을 쓰자’라는 생각에 에드워드(Edward) 같은 걸 생각해 보기도 했다. 어느 크리스마스 연말이었다. TV에 수십 번 본 <나 홀로 집에 2>란 영화가 방영중이었다. 그 영화 속의 꼬마 아이가 바로 그 유명한 케빈이었다. 케빈은 무슨 뜻일까? 아무 뜻이 없었다. 영화 속 케빈의 뉴욕에서의 나 홀로 크리스마스. 그건 어떤 의미였을까? 가족에게는 항상 말썽꾸러기 막내 케빈,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그런 그를 사랑한다. 케빈의 호기심은 해맑으면서도 너무나 엉뚱하지만 모두에게 즐거운 미소를 준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거 같다. 하지만 나에겐 더 이상은 영화 속 케빈과 같은 소년 케빈은 존재하지 않고 41살의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케빈 아저씨”가 되었지만 그래도 난 케빈을 꿈꾼다. 앞으로 지금 살아온 만큼 40년을 더 살아야겠지만 그래서 더욱 케빈을 꿈꾸어본다. 10대엔 나의 꿈이 있었고 20대엔 그것을 위해서 청춘을 불살랐던 거 같다. 30대 때는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나만의 울타리를 만들려고 몸부림치며 치열하게 싸운 것 같고 이제 40대가 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다시 돌아보니 지금은 나에게 케빈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 친한 지인들이 케빈이 없다고 나에게 콕 집어서 말까지 해준다. 너무 슬프다.
오래된 지인들은 20대의 케빈을 기억하고 있었다. 세상 물정은 잘 모르지만 순수한 열정이 있었고 말도 안되고 참 무모했지만 용기가 있었고 그들은 오늘의 나를 보면서 그 때 모습을 찾아보고 그 때를 회상한다. 지쳐있고 처진 어깨를 보며 안쓰러운 눈빛을 보낼 때에는 때로는 나 스스로 억울하고 서글픈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고 세월이 흐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름진 눈가를 보면서 그런 억울한 서러움이 밀려들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자신을 정리해가면서 돌아보며 살아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 <나 홀로 집에 2>의 포스터
최근 없어져 버린 자아를 나 스스로 발견했을 때 모든 것이 무기력함으로 다가왔고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리는 것은 정말 공포에 가까웠으며 그 늪은 점점 빠져 나올 수 없는 수렁 같았다. 이 글을 써보라고 했을 때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보니 난 케빈이었고 그런 케빈을 찾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앞으로의 나의 꿈이지 않나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케빈을 꿈꾸어 보아야겠다. 모습은 반대로 점점 더 변해가겠지만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처럼 50살이 되었을 때, 60살이 되었을 때 다시 찾는 케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또 다시 케빈을 꿈꾸어 본다. <나 홀로 집에 2>의 영화 속 케빈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낙담하지 않고, 순수함을 잃지 않고 케빈의 미소를 지으며 이겨내면 크리스마스 축복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난 크리스마스를 믿는다. 그게 케빈이다.
2. 당신이 꿈꾸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무엇입니까? - 우린 소수자다! 다양성을 스스로 먼저 인정하자!
다수와 잘 어울려서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성소수자끼리 사는 것도 아니고 보편적 윤리 안에서 타당성을 가지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그런 사회에서 여러 다양성 중의 하나의 모습으로 차별 없이 같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스스로의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스스로의 당당함으로 다수에게 고집보다는 이해를, 강요보다는 배려를, 불화보다는 조화를, 분쟁보다는 축제를, 성소수자들이 힘을 모아서 그런 즐거운 작업을 같이 했음 좋겠다.
분명 소수의 의견이기에 많은 다수를 이해시키고 그들의 생소함이 자연스러운 이해가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물리적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끝없이 조금씩 어울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분명 언젠가는 조금씩 그렇게 조화를 이룰 것이라 믿는다.
그것은 성소수자는 틀리거나 잘못된 소수가 아니란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에 그리고 우리도 같은 사회의 같은 구성원이기에 그래서 조급해하지 말고 즐거운 축제를 계속했음 좋겠다.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그럼으로써 즐거워지는 작업을 더욱 많은 성소수자들이 같이했으면 좋겠다. 긴 여정이기에 동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스스로를 차별하지 말자. 그런 성소수자들이였음 좋겠다. 조금씩 다가가자.
철호의 꿈
1.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꿈이 없는 게 꿈이라 하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참 안된 사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그렇게 살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과 말들을 하겠지. 하지만 정말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스스로 어떤 꿈을 가져 본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를 살아가는 게 너무 버겁고 힘들었기에 미래를 생각하는 자체가 내겐 사치처럼 느껴졌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즐거울까?", "오늘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그 짜증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어떻게 지나쳐야 할까?" 이렇듯 하루를 살아가는 자체가 전쟁이었기에 그 하루가 가장 큰 꿈이자 이루어 지나가줘야 했던 생활의 연속이었던 거 같다. 걷는 것도 책을 보는 것도~~~
"대통령이요. 과학자요. 선생님이요." 타인에게 보여야 했던 꿈이 아닌 내 스스로에 내제되어 있던 꿈. 그래 오늘도 나는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묵묵히 하루를 버티고 과거가 되어버린 어제에 감사하며 그 감사가 지금의 날 있게 해주었기에 그 또한 감사하며 또 다시 오늘이 어제가 되어 감사하게 될 수 있도록 지금을 즐겁게 보내자 하는 소소한 꿈을 꾼다.
다시 말하지만 누군가 내게 꿈이 뭐냐 묻는다면 "오늘 하루도 날 사랑하며 내게 스트레스 주지 말고 주위에 피해주지 않고 하루를 마감하는 거"라는 밝고 크지 않은 꿈을 이야기할 뿐이다.
이제 만약 이 글을 읽는 이가 있다면 묻고 싶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고......
2. 당신이 꿈꾸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무엇입니까?
게이라서 어려웠던 건 없었던 거 같다. 아니 그냥 스스로 게이라 받아들이며 살았기에 그리고 모든 성소수자들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바가 없었기에 다른 성소수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내 스스로 친구사이에서 접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모두들 나와 같은 생각 행동 그리고 내가 게이라는 데 여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야'하며 지낸 그릇된 생각. 게이인 걸 인정하며 지내고 나만 만족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며 개인주의적인 생각으로 지내왔던 시간들. 그래서인지 나 또한 누군가"성소수자들이 인권운동을 하며 맞서 싸우고 있다"라는 말을 했을 때 "왜 저다지도 시끌벅적하게 세상에 소리를 높이는 걸까 저렇게 하지 않아도 난 잘 지내고 있는데 말이다"라고 생각하며 지냈던 과거가 있었다. 그리고 친구사이에 들어와서 친구사이가 아닌 다른 성소수자들에게 듣게 된 또 다른 말들. "왜 그렇게 이성애자들과 충돌하며 지내냐"고…
우린 그들과 충돌이나 하는 사람으로 비추어져 있던 같은 성수자들의 이야기 속에 자괴감까지 느껴야 했던 감정. 성소수자이면서 숨겨야 하는 거에 급급했고 당당한 모습까지는 아니어도 숨어 지내며 말 그대로 벽장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 누가 옳고 그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성소수자라서 피해를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별에서 온 그대로 취급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커밍아웃하고 같이 지낸 직장 동료나 일반 이성애자들보다 되려 때론 성소수자들에게 듣게 되는 상처되는 말들도 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성소수자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입으로 표출되는 걸쭉한 욕이 아닌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LGBT로써의 자유로움 그리고 성소수자로서의 행복하고 싶은 권리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세상, 아니 세상까지는 아니어도 그저 같은 한 시대를 살아가고 똑같은 내 주위의 이웃으로 받아들여지는 LGBT커뮤니티가 되었으면 한다.
“특별한 사람들”, “나와 다른 사람” 이런 문구가 아닌 그저 내 주위의 이웃사촌. 반갑게 인사하고 반갑게 허그도 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이웃으로 지낼 수 있는 LGBTH(hettie)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모가 슬슬 눈치를 주십니다. 벌써 마감시간인가 봐요. 다음에 오이 몇 조각이라도 더 얻어 먹으려면 이제 일어나 드려야겠죠?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의미로 건배하면서 이 자리를 떠야겠네요. 건배!
자 그럼, 막차는 어디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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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