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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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회원 인터뷰 - 제이
첫인상은 전형적인 모범생 그대로였다. 그날따라 정장에 과묵한 모습만 봐서 더더욱.
그런데 뒤풀이 첫날부터 밤을 새웠더랬다. 그리고는 항상 친구사이 술자리에서 밤을 새운다는 이 청년.
새내기 정회원 제이, 과연 어떤 친구일까?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할게요.
저는 제이라고 하고 나이는 20대 후반이고요. 데뷔라는 걸 한지 이제 갓 석 달 정도 됐어요. 뭐 이 정도..?
- 아. 석 달이면 친구사이에 나온 기간이랑 딱 맞네요. 어떻게 처음 나오게 됐어요?
음 친구사이를 처음 알게 된 건 2012년 초쯤인데 그때 즈음부터 고민을 좀 했던 것 같아요. 2012년이 저한테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였는데. 그 전부터도 그렇고 그 해에도 사실 여자친구만을 사귀면서 살았거든요. 그런데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언제까지 내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외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좀 더 많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너무 바빠서 1년 정도 허송세월을 보냈어요. 그러다가 그 다음해 지보이스 공연을 보게 됐는데 느낀 게 많았고, 그 전에 친구사이 홈페이지에서 몇몇 분들께 쪽지로 문의를 드리기도 했고요. 굉장히 장문의 답변을 주신 분이 있는데 그게 가람형이었어요. 되게 친절하게 답변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 그래서 한번 나가보자. 1월 중순쯤이면 바쁜 게 마무리되니까. 마침 2월 1일에 토요모임에서 영화 본다고 해서 영화나 한 편 보고 오자, 뭐 그런 마음으로. 그걸 시작으로 그 다음 주에는 책읽당도 처음 나갔고요.
- 와 좋네요. 결국 친구사이에 나오면서 게이 커뮤니티에 데뷔한 거군요.
그게 또 계기 중 하나가 어떻게 보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는데. 2012년에 한창 고민할 때 후원하던 어떤 인권단체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에서 읽은 게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대학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글이었어요. 그 전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인권에 관심 있으면서도 성소수자 인권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다물었거든요. 그런데 그 글을 읽고 반성도 하게 되고, 진로에도 영향을 받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 글 쓴 사람이 친구사이 회원인지 몰랐는데, 처음 토요모임을 나가려고 공지글 보니까 그때 그 글 쓴 사람인 거예요. 킴이요. 그래서 뭔가 이 사람이 운영하는 모임이니까 처음 나가도 안전하지 않을까 했어요. 아무튼 신기했어요.
- 재밌다. 뭔가 드라마 같네요.(웃음) 그런데 2012년부터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그 전에도 성적 지향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저 같은 경우는 학창시절에 남자가 엄청 좋았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사실 일단 중학생 때는 노느라 바빴고, 흔히 말하는 야동 같은 것도 늦게 접했는데 별로 관심이 안 갔어요. (공부하느라?) 공부도 공부지만 게임하느라.(웃음) 그러니까, 분명 남자를 보고 끌리는 걸 일찍 깨닫긴 했는데, 그에 비해서 크게 고민을 하거나 짝사랑에 힘들어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난 남자에 끌려, 근데 그거랑은 별개로 여자를 사귀고 여자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거야”라는 생각을 너무 쉽고 당연하게 했던 듯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그러면서도 제 스스로가 남자에 눈이 간다거나 하는 것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안 했어요. 그렇게 대학교까지 졸업하고 나서 저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나니까 본격적으로 성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 거죠. 그게 2011년쯤인데 슬슬 나이도 들어가고 주변의 압박도 느껴지니까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와중에 내가 바이섹슈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다 2012년에 여러 가지 고민들도 하고, 책도 좀 읽고, 공부도 좀 하면서 확실히 내가 이성애자는 아니라고 느꼈고. 지보이스 공연 보고 쪽지로 상담도 받고 생각도 정리하고 하면서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뒤늦게나마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 거죠.
- 그렇군요. 그게 참 근데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보통은 친구 소개나 아니면 애인 따라 오거나 그러는데.
그렇죠. 그 전까지 저는 주변에 아는 게이 한 명도 없고, 그러다 친구사이 커밍아웃 인터뷰도 그렇고 정회원 인터뷰도 다 읽어봤는데, 보면서 나도 이렇게 나를 당당히 마주하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하면서 힘도 많이 얻었어요. 정말 저는 20여 년을 완벽하게 이성애자로 살아왔고, 내면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형성되어 온 외면이 한 순간에 바뀌는 건 거의 불가능이잖아요. 어떤 계기가 필요한 건 분명한데 정신없이 재미있게 살아와서 그런 고민이나 계기가 있지도 않았죠. 어플 같은 것도 전 작년에야 처음 써봤는데, 그걸로 사람 몇 명 만나보니 그런 방식은 저랑은 좀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공통의 관심사나 일상을 공유하는 게 거의 없기도 하고. 그러다 어떻게 친구사이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인터뷰 글도 읽고, 커뮤니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끼고, 그렇게 고민하면서 결국 나오게 된 거죠.
- 얘기 들어보니까 더 물어보고 싶은데, 친구사이 처음 나와 보니까 어땠어요? 토요모임도 나가고 책읽당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어떤지도 궁금하고.
일단 토요모임은 비회원제 모임이긴 하지만, 제가 처음 토요모임을 나간 2월 1일이 종로3가역을 처음 온 날이었어요. 그 동안 왜 올 일이 없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사무실 앞에 도착했는데 너무 떨리는 거예요. 저 좁은 계단을 올라가 3층 문을 열면 이제 내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는 느낌도 있고.(웃음) 근데 그때가 처음 수많은 게이들을 본 거였는데 그냥 앞으로 이 사람들과 같은 고민을 하며 즐거운 일이든 슬픈 일이든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친구사이가 인권단체라 좀 경직된 분위기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빙고 게임에서 짓궂은 질문도 나오고, 여러 의미에서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렇다고 너무 막나간다는 건 아니고.(웃음) 그 다음 2월 8일에는 책읽당을 처음 나갔는데 마침 책 <분노하라>를 이미 예전에 읽었고 해서 편하게 갔어요. 그때 어쩌다 보니까 몇몇 분들과 밤을 새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참 고맙더라고요. 그리고 정모까지 참석하니 친구사이가 잘 놀면서도 의미 있는 활동도 많이 하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그때도 밤새고.(웃음) 그런데 저 원래 밤새 술 마시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상하게 친구사이 뒤풀이 때는 계속 밤을 새워요. 올해 밤새 달린 날은 다 친구사이 뒤풀이였죠.
아무튼, 그러다 이제 갓 정회원이 됐는데, 뭔가 소속감도 느껴지고 작게나마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앞으로도 친구사이가 더 발전하고 긍정적인 변화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 그 마음 변치 말고 앞으로 꼭 기여해주길. 이전과는 변화된 삶을 사는 건 어때요? 특히 요즘 주위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커밍아웃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는 데뷔한지 5년이 다 된 지금도 커밍아웃이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삶 자체만 보면 데뷔를 전후로 해서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 갑자기 제 공부할 양이 줄어든다거나 통장에 1억원이 들어온다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웃음) 커밍아웃은 사실 친구사이를 나오기 전인 작년 말에 동아리 사람 중 몇 명에게 처음 했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되게 편하고 다 이해해줬어요. 그리고는 올해 들어 대학교 친구들 중 몇 명에게도 했는데, 또 다행히 다 이해해주고, 이런 거를 이렇게 어렵게 말해야 하는 현실에 오히려 대신 분노하는 친구도 있었고. 고마웠죠. 지금까지 한 10명 정도? 아무튼 커밍아웃 후에도 정말 변화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커밍아웃이 쉽지는 않은데, 굳이 안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느낌이거든요. 어차피 주변 사람들 중 커밍아웃을 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을 골라내고 골라내서 커밍아웃에 이르는 건데, 그 사람들은 내가 커밍아웃을 한다고 나를 다르게 대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럼 굳이 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반대로 그럼 굳이 안 할 필요도 없다는 거죠. 사실 그냥 한 번 시작하니까 봇물 터지듯이 터져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어차피 믿을 수 있는 사람들한테만 하니까. 그 친구들과 평소처럼 밥 먹고 농담하고, 일상생활도 크게 달라지는 것 없고. 지난 정기모임 때 정회원 된 소감 말할 때도 그냥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그게 커밍아웃 전후에 있어서도 정답인 것 같아요.
- 가족들에게도 커밍아웃 할 생각인가요?
언젠가는? 최종적으로는 이제 부모님이 가장 큰 넘어야 할 산인 것 같은데, 지금 하는 공부 마무리하고 독립할 때가 되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동안 제가 부모님 뜻을 거스르고 진로를 선택했던 과거를 보면 처음에는 거부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받아들이실 것 같아요. 제 삶의 중요한 순간들에 있어서 지금까지 계속 약간은 제가 스스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이라 섭섭해 하실 것 같기도 하고. 한번은 제가 진로를 바꾼다고 했을 때 어머니께서 우셨거든요. 또 내가 정신 못 차리고 엉뚱한 길을 가겠다고 결정해서 속상해서 그러시는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엄마는 제 성격상 얼마나 제가 또 혼자 이걸 싸매고 고민을 했을지 생각하니 안타깝고 슬퍼서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결국 엄마는 내가 행복하길 바라시는구나. 비록 그 동안 별 문제 없이 잘 자라온 아들이었는데, 이런 고민을 얘기할 때마다 이해해주신 걸 보면 커밍아웃을 해도 납득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
- 부모님이 꼭 받아주시리라 믿어요. 분위기를 바꿔서 조금 가벼운 얘기로 넘어가 볼게요. 곁에서 보니까 다양한 곳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평소엔 어떻게 지내요?
평소엔 진짜 단조롭게 지내요. 친구사이 사람들이 모임이나 뒤풀이에서 보는 제 모습은 일상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의도해서 그런 갭을 만든 건 아닌데, 지금은 사실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 친구사이는 주말에 주로 나가니까 주중에는 술도 거의 안 먹고. 일단 제가 술을 잘 못해요 사실.(웃음) 친구사이에만 나오면 밤을 새는 게 재밌기도 한데, 뭔가를 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도 좀 있는 것 같고요. 딱히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평소엔 시간 남으면 컴퓨터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나 자거나 그래요. (피아노를 좀 친다는 말이 있던데?) 피아노는 어릴 때부터 쳤는데 요즘은 안 쳐서 많이 잊어먹었어요. 아주 어릴 때는 전국대회에서 2등 한 적도 있긴 한데. 음 그리고 공연 보는 것도 좋아해요. 수다 떠는 거 좋아하기도 하고. 아 그리고 10년 가까이 일기를 쓰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썼는데, 그냥 일상 얘기부터 말 못할 이야기까지 조금씩 쓰고 있는 게 어느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스트레스 받을 때 쓰거나, 기분 좋은 일상을 기록하기도 하고. 작년부터는 정체성에 대해 풀어놓는 공간이기도 해요. 그 전까지는 스스로도 아예 외면하면서 지내서 일기에조차 정체성 얘기는 쓰질 않았어요.
- 그 일기 보고 싶군요.(웃음) 지금 새롭게 공부하고 있는 분야는 어때요? ‘법’하면 왠지 엄청 어렵고 진지할 것 같은데.
진짜 어렵고 진지하고, 무엇보다도 끝이 없어요. 양이 너무 많아서 하루 종일 공부하고 방에 돌아오면 그날 공부한 게 기억이 안 나요. 첫 학기 끝나고는 진짜 내가 이 길 선택하길 잘한 게 맞는가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결과도 잘 안 나오고. 그래도 재미는 있어서 다행이죠. 원래 하던 전공은 자연을 탐구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학문이니까. 그리고 이제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 마주하며 살게 됐는데, 법을 공부하면 좀 더 내가 살아갈 만한 세상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요. 꼭 법관이나 변호사 이런 게 되지 않더라도, 공부한 이후를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요. 그런 게 꼭 이타심이라거나 그런 숭고한 이유 때문이라고 보긴 힘들고, 그렇다고 하기에도 부끄럽고, 그냥 결국 내가 살만하고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게 되면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확장될 수 있으니까. 우선 내 앞가림도 하면서 주변을 살피자는 생각이에요.
- 재밌네요. 이제 슬슬 인터뷰가 끝나가는 데, 이대로 마치면 아쉽겠죠? 연애에 대한 얘기가 빠지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요즘 인기의 비결이 뭐예요?
인기요? 저 인기 없는 것 같은데요.. 거품? 거품이란 말도 건방져 보일 텐데.(웃음) 아무튼 아직 잊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3월 모임 때 목소리 좋다고 말씀해주신 건데 그건 뭐.. 별로 인기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짜 인기 있으신 분들은 활동 오래 하신 분들 중에 있죠. 저는 이제 막 나온 뉴페이스니까 잠깐 관심은 받을지 몰라도.
-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죠 뭐.(웃음) 어떤 스타일에 관심 있어요?
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 동시에 그게 외곬으로 빠져 있는 게 아니라 유연함과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그동안 연애한 사람들, 물론 여자이긴 한데, 그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런 점은 대부분 비슷해요. 자기 생활이라든가 자기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걸 보면서 저도 많이 보고 배웠어요. 그리고 정서적인 교감이 중요해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게이인 제가 여자랑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깊게 사귄 사람도 있긴 한데, 그때는 정서적 교감이 정말 잘 된다고 느껴졌어요. 외모에 대한 식은 일관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외모는 뭐 잘생기면 좋죠. 그건 부정할 수 없어요. 잘생김의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그리고 저보다 잘생기면 더 좋죠.(웃음) 아무튼 자존감도 충분하고 자기 길 잃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아, 그리고 저는 첫눈에 반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장시간에 걸쳐서 여러모로 보고 마음을 여는 게 익숙해요. 그래서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한테는 저도 좀 조심스럽고, 반대로 누가 저 좋다고 해도 조심스럽고. 근데 이건 저 스스로도 좀 못 지킬 때도 있곤 해서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래요.
- 그렇구나. 혹시 요즘 마음 가는 사람이라도?
있죠 당연히. 사실 최근에 연애를 시작했어요.(웃음) 제가 아까 말씀드린 그대로의 사람인 것 같아요. 그분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게 참 좋고. 이전에 여자를 만날 때는 솔직히 왠지 의무감에 연락하는 느낌이 있고 그랬던 때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이게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를 하고 있는 거구나, 그러한 진짜 감정이라는 것을 거의 새롭게 느끼고 있어요. 일단 이제 핸드폰을 거의 쥐고 살아요.(웃음) 원래 전 집에 들어가면 핸드폰 거의 신경도 안 쓰거든요. 그런 점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남자와 연애를 시작해보니, 어떻게 보면 내가 왜 진작 이러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들 수도 있을 정도고요. 이제는 내가 게이라는 확신도 있고 정말 내가 진짜 사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고요. 처음이라 조심스럽지만 그래서 더 진지하게 사귀고 싶어요.
- 와 축하해요. 이 인터뷰의 흥행도는 좀 떨어지겠지만.(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는지요.
친구사이에 나온 지 별로 안 돼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친구사이가 어느 정도 역사가 쌓인 단체라서 그런지 장기간 활동하신 분들의 말씀이 제게 조금은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아직 저는 경험해보거나 느끼지 못했는데 당연하듯이 말씀하시는 부분들이 간혹 있는데, 가끔씩은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어찌 보면 제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고. 또 그만큼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좀 더 헤아리는 마음으로 서로를 대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어쨌거나 인권단체이기도 하고. 인권의 출발점 중 하나가 사려깊음이라고 생각해요. 아무쪼록 저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친구사이 처음 나온 날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은 분들로부터 끊임없이 도움을 받고 많이 배우고 있기도 하고. 다들 좋은 사람들이고 제게는 참 고마운 분들이니까요.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