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5월 |
|---|
지 극 히 주 관 적 인 게 이 용 어 사 전
"은둔과 역대 사이"

게이는 어떻게 사느냐는 물음에, 일반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뭐, 그런 대답을 내놓은 사람이 몇 명 있기는 하지만(‘어느... 양심고백’이라든가...), 대다수의 게이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정체성이 삶의 큰 부분을 지배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누군가는 벽장 안에서도 적당히 잘 산다. 누군가는 안이 너무나 잘 비치는 투명한 유리 벽장 안에서 나름의 안정감을 얻는다. 누군가는 그저 자신을 즐기는 것이 좋다. 성정체성의 스펙트럼이 무한정 다양하듯, 성소수자의 생활 방식 또한 천차만별이다. 이번 달에 살펴볼 말은 게이의 생활방식의 양 극단으로 여겨지는, ‘은둔’과 ‘역대’다.
‘은둔’ 게이는 게이들과 커뮤니티를 이루지 않는다. 같은 게이를 만나는 것은 주로 섹스 혹은 연애를 위해서이며, 주로 일 대 일 만남을 선호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간혹 호모포비아이기도 하다. ‘게이 정체성’을 형성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유부남, 교사, 공직자 등 자신의 정체성을 들키게 될 경우 신변에 큰 위협을 받게 되는 이들도 주로 이런 생활 방식을 택한다.
어떤 이들은 ‘이 바닥’에서 ‘굴러먹지 않은’ 그들이 좋다. 끼와 기갈과 모든 여우짓에서 벗어나있는 은둔은 곧 일틱이고, 일틱은 섹시하니까. 오늘도 수많은 일틱성애자들이, ‘일반이지만 나에게만 게이인 남자’를 찾아 세상을 헤맨다. 하지만 은둔게이들의 ‘악명’은 온갖 무용담을 통해 알려져 있다. 몇 번 만나고 보니 유부남이었다거나, 애인의 손에 자신의 청첩장을 쥐어준다거나, ‘들키는 것’에 극도로 민감해서, 게이의 게 자만 꺼내면 역정을 낸다거나. 게이로서의 삶이 결국 그림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은둔보다 역대가 낫다.’
‘역대’는 피곤하다. 페북 친구는 수 백 명, 종로나 이태원에 가면 5분마다 한 번 꼴로 아는 사람을 만난다. 그들의 몸과 얼굴은 만인의 공공재다. 자기애의 절정이다. 그들은 사랑받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 역대와의 연애는 불안의 연속이다. 왜 계속 페북을 하지? 나보다 페친이 더 좋은가? 마주치는 그의 친구들을 보아하니 다들 나보다 잘난 것 같다. 나를 왜 만나는 걸까? 혹시...? 자괴감과 모멸감의 연속이다. 이런 상황의 연애가 행복할 리가 있나. 연애전선이 순탄치가 않다. 결국 이런 말이 나온다. ‘벅찬 년들은 역시 안 돼.’
우리 모두는 은둔과 역대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 이 극단적인 말들이 너무 굳어지다보니 아무나 붙잡고 역대니 운둔이니 붙이고는 하는데, 그보다 더 나아가 자신(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과 조금만 생활방식이 다르면 고깝게 보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모든 게이들이 똑같은 삶의 방식을 가져야 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면, 모든 게이들이 서로 다르게 사는 것도 당연하다. 그곳에 참견의 여지는 없다. 어떻게 살지 결정하는 것은 삶을 사는 자기 자신이다. “게이는 이렇게 살아야 해, 혹은 게이의 삶은 이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오만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임: 재미있는 것은, 인권운동이나 지보이스 공연 같은, 명시된 게이로서 불특정 다수에 얼굴을 드러내는 일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역대급’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엮이기 부담스러운 사람 되겠다.

[185호][이달의 사진] 첫 번째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
2025년 11월 8일, 친구사이 RUN/OUT 팀과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합동 주최한 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방의원 당선의 역정을 다룬 영화 <State of First>(2...
기간 : 11월
사무실 임대 재계약을 마치고 올해 11월은 여느 달 못지 않게 성소수자 인권 현장에서 행사가 많았습니다. 11월 1일 제주, 11월 22일 부산, 30일 광주에서 퀴어들...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호명은 생각이 됩니다. 프레이밍 효과 ...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 본 행사는 하인리히 뵐 재단(동아시아 사무소), 서울국제...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23年無所属6選当選の奇跡」 日本初のトラ...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올해 2월 7일부터 16일 사이, 친구사이는 기획전《흘리는 연습》를 열었습니다. ‘...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어느새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11월 가을날, 친구사이 교육팀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은 매년 11월 20일, 전 세계 곳곳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매년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전국의 성소수자 인권...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책읽당은 11월 한달 간 낭독회와 총회라는 두 가지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11월 1일에는 책...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1.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 Why We Sing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Why We Sing>이 많은 분들의 성원...
기간 : 11월
[185호][기고] 온 시간대로 비추는 삶 —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배우자 관계의 통계적 인정을 지켜보며
2025년《아트인컬처》12월호에 「‘모두’의 결혼, 우리는 부부다 — 2025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부부 입력 허용, 미술계의 변화는?」라는 제목으...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재정보고 *10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12,983,361 일시후원: 1,738,614 사업 지보이스: 3,550,000 재회의밤: 810,000 웰컴데이: 1,2...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후원보고 2025년 10월 정기후원: 655명 2025년 10월 신규가입: 15명 10월의 신규 정기 후원회원 강*구, 김*준, 김*훈, 김*준, 김*환, 박*...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일시: 2025년 11월 29일 오후 7시~8시 30분 장소: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5층 엔피오피아홀 (1) 2026년 감사 선거 (감사 2...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12.5.)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친구사이는 매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자체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HIV감염인의 인권을 상징하는 빨강...
기간 : 11월
[184호][이달의 사진] 우리가 잘 노는 게 인권운동
2025년 11월 1일 토요일, 이태원 참사 이후 3년만의 할로윈이 돌아왔다. 참사 현장에는 추모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과 꽃들이 놓였다. 이태원로에는 종종 행인들...
기간 : 10월
10월 친구사이 : 웰컴!! 추석 명절과 개천절, 한글날 등 공휴일로 10일에 가까운 연휴로 시작했던 10월이었습니다. 친구사이는 ‘재회의밤’으로 그 1...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리 대단하...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찾아 나...
기간 : 10월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는걸 원치 않고 아니라 부정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다른 게이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친목모임을 나가는것에 똑같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쓰다보니, 결론을 또 해피엔딩으로 내고 싶어졌다. 그래도 그래도 우린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분명 즐거운일들은 가득하다는 것이다.
비오는날 종로포차가 그립고, 언니들과의 수다가 안정감을 주며, 함께 벽장문을 열어젖힌 누군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종로거리를 걷는것이 즐거운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뭔말이 하고 싶었던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석이씌 글 잘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