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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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큐브학개론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돌고 돌아 다시 연대로…
한국 대학 퀴어들의 고민의 장이 될 QUV (Queer University)
[QUV : 큐브]
[명사] 한국 대학 내 성소수자 및 퀴어 관련 모임들의 연대체
인터뷰이 : 미묘(서강대 춤추는 Q, QUV 의장), MECO(서울대 QIS, QUV 행정팀)
QUV의 탄생
미묘 : 대학모임들 간의 어떤 이야기의 장이나 연대체에 대한 고민은 QUV(이하 큐브) 이전에도 꾸준히 있어왔죠. 큐브 결성의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은 작년 5월 초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공동행동을 위해 대학모임 대표들이 같이 만나게 된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됐어요.
MECO : 과거 2007년이나 2010년에 시도되었던 대학 연대체와 달랐던 것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카카오톡)로 인해 각 대학모임 회장들의 채팅방이 존재하게 되면서 꾸준하게 여러 가지 서로의 소식을 알고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움직임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어요.
각 대학의 학생모임이 어떤 지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인가?
MECO : 그 당시엔 ‘차별금지법’이란 큰 이슈가 있었죠. 그것이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끼리 모여서 예컨대 자보나 공동성명서 등 한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 볼 수 있겠구나’라는 정도의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그러다 작년 10월에 QIS 내 자치언론 ‘퀴어, 플라이(Queer Fly)’가 각 대학 성소수자 모임 대표들을 모아 대담의 자리를 만들었고, 10개 대학 모임이 이화여대에서 모였죠. 사실 그때 이야기는 거의 각 학교모임 운영의 힘든 점에 대한 ‘한풀이’였어요. 그렇게 대담을 끝날 때쯤 대학 성소수자 모임이 연대의 필요성에 모두들 공감했고, 그 뒤로 총 3차 회의를 더 진행했어요. 그 후 네 번째 회의였던 2014년 1월 17일에 공식적인 발족을 했죠.
많은 단체들이 결합하기까지 어려움도 분명 있었을 텐데
미묘 : 다양한 학교의 구성원들이 모여서 학내 사안에 대응 시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큰 틀에서 논의를 시작했어요. 나아가서 어떤 연대체가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동의를 했죠. 예를 들자면 학교모임이 동아리 성격이든, 친목모임이든 아니면 인권운동을 하는 학생회 산하의 단체든 우리가 다함께 움직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시작하게 됐어요.
큐브는 정확히 어떤 단체인가?
MECO : 큐브를 ‘인권운동단체’ 라고 했을 때, 애매한 부분들이 분명 있어요. 큐브는 분명 인권운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인권 사안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각 학교의 모임이나 개인 중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있고, 큐브는 그 사람들을 포괄하는 걸 우선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목적의식이 분명한 단체가 될 수 있을까?’하는 점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미묘 : 모임을 시작할 때 고려한 것은 우선 ‘많은 성소수자가 함께하면 좋겠다’라는 것이었어요. 학교모임들의 활동이 지속가능성 문제에 부딪히는 것을 두고 당사자들이 같이 이야기를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죠. 퀴어플라이 대담 때도 확인했듯이 각각의 단체가 가진 맥락도, 공간도 굉장히 다르고 지향하는 바도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에서 만들어진 게 큐브죠. 일단은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느슨한 형태의 연대로 시작을 했고, 그것이 갖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각 단체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소수자 문제에 공통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을 제시하는 게 우리의 첫 번째 방향이에요.
큐브가 성소수자 인권운동에서 갖는 함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묘 : 우리가 하는 게 ‘정말 운동인가, 운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는데 이게 상당히 어려운 문제에요. 다양한 의견들이 있고, 군형법이나 차별금지법이라던가 거대담론들이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각자의 삶을 어떤 식으로 꾸려나가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이며 생각을 하는 것이 또 다른 의미에서 운동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학교 모임과 큐브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의 동력은 무엇인가?
미묘 : 단체와 분리되어 있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저는 삶에 대해 관심이 많고 고민이 많아요. 어떻게 주변의 늘 어려운 상황들이 있는 것이고, 저와 함께 하는 사람이 각자의 삶에 대해서 뭘 느끼고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집중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삶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적절히 대응하고 대처할 수 있고 안정을 찾는 지점이 무엇이냐, 그리고 사람들이 그 삶 속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즉, 생존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거죠. 큐브나 춤추는 Q에도 해당되는 사항이에요. 거기에 기본적으로 즐거운 부분들이 있으니 논의를 하다보면 그것이 회의가 되고 활동이 되고 사업이 되고 그런 식의 방향이 되는 것 같아요.
MECO : 저는 개인적으로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게 전혀 아니에요. 성소수자 해방 사회를 이루는 게 주된 저의 동력은 아니고 지금 당장 우리에게 뭔가 있어야 할 것 같고, 단지 거기에 기여를 하고 싶을 뿐이에요. 내가 지금 이걸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 이 모임을 통해 무언가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테니 그 때까지 조금이나마 현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누군가가 이로부터 무언가를 이루어낼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어요.
큐브가 퀴어 담론 뿐 아니라 청년 문제까지 포괄할 수 있을까?
미묘 : 그 문제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총학생회 아래에 있는 단체들(한양대, 이대, 서강대) 같은 경우는 청년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긴 한데, 그 외에 학내에서 인준 받지 않은 모임들은 대부분의 경우 그 모임을 유지하는 것부터가 문제에요. 우리가 모인 구심점은 성소수자 의제 하나인데 청년의제를 갖고 활동을 해나가는 것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같은 청년이라도 그 문제에 참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해요. 춤추는 Q 같은 경우는 학내 다른 단체나 자치기구들과 학내 문제(학사 개편, 등록금 개편) 청소노동자 문제, 생태주의, 밀양 송전탑 문제 등 연대하고 있지만, 지금 큐브에 그 의제를 갖고 와서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회의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불거진 학내 성소수자 단체 대자보 훼손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MECO : 각 대학별로 현수막을 통해서 신입생을 환영한다는 컨셉은 ‘마레연 현수막 사건’ 이후 많은 학교들이 시도를 해왔는데, 올해 유독 훼손 사건이 불거졌어요. 일단 고려대와 이화여대, 한양대, 서강대 등에서 현수막, 게시물 등이 연이어 훼손되었고 각 대학별로 발 빠르게 대처를 했어요. 고려대에선 경찰서 진정까지 가는 것으로 처리를 했고, 이화여대도 경찰서 진정을 넣었고, 서강대는 범인을 잡아서 총학생회와 함께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 중입니다. 큐브는 각 대학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알리고 피해를 받은 학교들의 대처 방법을 공유하는 정도에요. 경찰서 진정을 넣거나 학생단체 레벨에서 대응은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지켜보면서 더 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학내에 게시된 LGBT신입생 환영 현수막>
친구사이 같은 시민단체와 연대를 그려본다면?
미묘 : 기존 각 모임에서 시민단체나 외부의 연사 분들의 도움을 얻어서 진행한 사업이 꽤 있었죠. 학내에서 세미나 같은 행사를 하던 영화제 등 문화 사업을 해도 외부의 분들이 많은 도움이 돼요. 그 외에도 학내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 예를 들어 영화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상영 방해 사건 같은 경우 ‘바성연’이라는 걸출한 단체에 대응을 할 때 큐브의 차원에서 싸우는 건 단순히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학교에서 비협조적이고 차별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행동에 외부적인 도움이 필요하죠. 그런 부분에서 친구사이 같은 인권단체와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ECO : 또 학생들이 졸업 후 학교모임에 나오기 애매한 경우에 앞으로 ‘어떤 성소수자 집단에 소속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실제로 많이 하고 있어요. 만약 그 고민의 하나의 대답이 친구사이라고 했을 때 서로 연결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이미 서울대 출신으로 친구사이에 활동하는 분들이 계신 것처럼, 큐브를 통해서 친구사이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묘 : 아무래도 대학의 이름이 학생사회에선 시민단체보다 더 친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춤추는 Q’에 가입할 때 30문30답을 하는데 거기에 ‘가장 친숙한 성소수자 단체는?’이라는 질문이 있는데, 두 군데 이상 대답하는 사람이 절반에 못 미쳐요. 한 개도 기입하지 못한 사람도 많고요. 그런 걸 봤을 때 아직 많은 학생들에게 ‘무지개행동’이나 친구사이 같은 인권단체의 존재, 이유가 설명될 여지가 많은 거죠. 큐브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비수도권대학, 모임이 없는 학교 등 대표성에 대한 비판도 존재할 것 같다.
미묘 : 예컨대 기존 대학생연합 같은 경우 학생들의 민주적인 절차로 선출된 총학과 그 절차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동의를 얻는다는 전제 하에 굴러가죠. 하지만 지금 현재 성소수자 모임이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거죠.학내에서 드러내는 것조차 꺼려하는 친구들의 생각을 모아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사실 큐브가 아니라 학내모임들이 애초 시작부터 가져왔던 고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무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모이긴 했지만, 모든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죠. 현재의 성소수자들이 어떤 의견을 말하고 있는가. 어떻게 잘 들을 수 있고 그들의 의견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큐브가 어떻게 그런 고민들을 가지고 어떻게 발전해 나가면 좋을지
MECO : 큐브는 ‘무지개행동(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가구넷(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의 일원이기 때문에 기존의 운동에 접촉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활동에 대해 홍보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있다면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 각 대학모임이 파티를 주최했던 적이 있는데 큐브에서 다같이 해보면 어떨까 해요. 가능하다면 추친 해보고 싶어요.
미묘 : ‘Empowerment’ 역량강화가 큐브의 주된 관심사가 될 것 같아요. 각자의 삶과 그 안에 존재하는 위기에 대처해나가고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출거에요. 기존 운동의 맥락이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생활적인 측면에서 구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MECO : 큐브는 우선 존재 자체가 과제이기 때문에 내부를 탄탄하게 만드는 게 일차적인 목표에요. 각 대학의 모임이 워낙 다채롭다 보니 저희가 뭔가 예측하고 기획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각 대학의 모임들에서 벌이는 일들을 최대한 지원하는 것을 목표를 두고 있어요. 일종의 ‘인큐베이팅’이죠. 예를 들어 ‘아이다호 주간’에 행사를 하는 대학모임이 많이 있어요. 각 대학모임에 필요한 건 행사에 참여해줄 사람, 각 대학모임 별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인데 ‘우리 대학모임에서 이런 걸 한다’고 홍보하고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이 가장 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큐브는 어떻게 열려 있는지
MECO : 큐브 공식 트위터(@quv_korea)나 전자 우편(quv.korea@gmail.com)을 통해서 다양한 분들의 연락이 오고 있어요. 큐브에서 활동하고 싶은 학생 성소수자는 저희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주시면 행정팀 차원에서 같이 활동을 하며 학내에 다른 성소수자와 인연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행정팀은 항상 일손이 필요하니까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저흰 반갑게 맞이해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활발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미묘님과 MECO님께 감사드립니다.
- QUV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가나다 순)
건국대 Cue the Felix
경희대 Mainstream, KHULs
고려대 사람과사람
동국대 비행, 동반
부산대 QIP
서강대 춤추는Q
서울대 Queer In SNU
성균관대 Queerholic
연세대 컴투게더
이화여대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인하대/인하공대 Queer Inha City
중앙대 레인보우피쉬(Rainbowfish)
한국외대 Q사디아
한양대 하이퀴어, 한양LGBT인권위원회(준)
홍익대 홍대인이 반하는 사랑(홍반사)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