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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2025-11-03 오후 17: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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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0월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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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RUN/OUT 캠페인입니다. 10월 24일 RUN/OUT 두 번째 파일럿 모임이 개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지원과 후원으로 함께 해주시는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 사무소의 이태원 공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 날은 영화 <초선>, 데이비드 킴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게이의 미국 연방하원의원 도전기를 보았습니다. GV로는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 차해영 마포구의원, 전후석 감독이 함께 하고 약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소수자 정치를 위해 용기를 낸다는 게 어떤 것인지 마주하고,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엉켜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태원에서 이주민과 성소수자 정치 이야기를 교차하여 나누는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 날은 소수자를 대변하기 위한 출마를 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점점 더 가시화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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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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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금) 이태원에서 열린 RUN/OUT 상영회에서 영화 <초선, Chosen>이 다시 관객을 만났습니다. <초선, Chosen>은 2020년 미국 연방하원 선거에 도전한 다섯 명의 재미한인 후보들을 통해 정치, 신앙, 젠더, 성정체성의 경계를 넘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용기와 공존의 가능성을 묻는 작품입니다.
 
2022년 11월 초 개봉 당시 이태원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고, 영화가 지닌 가치와 의미가 많은 분 들께 전해지지 못한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태원이라는 공간에서 <초선, Chosen>이 다시 상영되고 2시간 넘는 깊은 대화로 이어지는 현장을 보며, 영화가 다시 살아나는듯한 특별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보수적인 목사 아버지를 둔 진보적인 성소수자 변호사인 데이비드 김 후보의 아픔과 고민, 도전이 담긴 분투기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으시는 참석자들의 모습을 보며 이 작품을 세상에 전한 보람과 감동이 있었습니다.
 
RUN/OUT 상영회를 통해 영화가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로서 어떤 힘을 지니는지, 그 본질과 역할을 다시 확인하게 해준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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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Chosen> 배급사
커넥트픽쳐스 대표 /
남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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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성소수자 정치인을 양성하는 ‘런아웃(RUN/OUT)’ 프로젝트의 세 번째 모임이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 사무소에서 열렸다. 사무실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재미한국인으로 미국 연방하원 선거에 출마한 이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초선(Chosen)'을 함께 관람했다. 상영 후에는 '초선'의 전후석 감독, 그리고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 차해영 마포구의원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두 의원은 소수자로서의 정체성과 동시에 정치인으로서 다수를 대표해야 하는 역할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는지, 그들만의 솔직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소수자 정치인’을 떠올릴 때, 사람들은 종종 ‘비례대표 제도의 특혜를 받은 이들’, 혹은 ‘정체성 정치에만 집중하는 정치인’이라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들은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유능하고, 더 성실하게, 더 많은 시민의 요구를 충족시켜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허물 수 있을까.” 매일 스스로에게 던지는 과제 앞에 각자의 누적된 경험과 지혜 속에서, 나중 올 더 많은 소수자 정치인들을 위해 '소수자 정치의 지도'를 그려내고 있었다.

 

‘일 잘하는 의원이 알고 보니 성소수자였더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차해영 의원은 한 의원이 공식 회의장에서 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을 때, 어떻게 그를 ‘일깨웠는지'를 들려주며, 그를 반격의 대상이 아니라 동료 의원으로 관계를 맺고 ‘투쟁의 언어’ 대신 ‘정치의 언어’로 신뢰를 쌓아가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소수자 정체성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다는 검열의 잣대를 넘어서는 법을 체득하는 과정'이었다는 이자스민 전 의원은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주자의 목소리를 의회 안팎에서 이슈화하자'는 신념으로 비판을 마주해도 꿋꿋히 일할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두 사람이 감내해 온 이중적 책임과 그 무게를 상상하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들의 헌신과 열정이 든든하고도 고마웠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하인리히 뵐 재단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지만 종종 보이지 않는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당당하게 울려 퍼질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는 곳이다. 그런 재단의 일원으로서 ‘런/아웃 프로젝트’의 세 번째 만남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이런 대화의 자리가 자주 열리고 더 커져서 소수자의 목소리가 정치에 싹을 틔우고 당당히 열매 맺길 희망한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전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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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 사무소
커뮤니케이션 담당관 /
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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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가 필요하다. 더 많은, 더 확실한, 사회 전방위적인 가시화가 필요하다.' 이번 2회차 <RUN/OUT> 에 참여하며 다시금 너무나도 절박하게 느낀 감각이었다. 1회차 행사에서도, 그리고 10월 16일 국회에서 진행된 혼인평등 컨퍼런스에서도 역시.

 

24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남짓 영국 런던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다. 워킹 홀리데이를 간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에 나가면서 본인이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주류성을 박탈당하고, 외국인이라는 소수자성을 부여받는다. 그로 인해 그들은 처음으로 사회의 비주류로 사는 경험을 하게 되고, '사회적 소수자' 로서의 불편감을 경험하게 되며 이를 토로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달랐다. 서울의 심장부가 광화문 광장이라면, 런던에는 트라팔가 광장이 있다. 내셔널 갤러리 앞에 넓게 펼쳐진 그 광장으로 가는 횡단보도에 서면 당신은 여성 기호가 겹쳐진, 남성 기호이 겹쳐진, 인터섹스 기호 모양의 신호등을 보게 될 것이다. 호텔 위로 당당하게 나부끼는 여섯 빛깔 무지개 깃발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혐오 범죄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라는 런던 교통국의 포스터를 보게 될 것이다. 어느 박물관에 가든, 미술관에 가든 프라이드 플래그 빛깔을 입은 상품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 모든 무지개들이 당신을 반길 것이다. 환영할 것이다. 그랬기에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역만리의 타국에서 나는 그 땅의 자국민이 아닌 어린 동양인 외국인 여성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생 처음으로 강렬한 소속감을 느꼈다. 내가 나고 자란 모국에서도 느껴 보지 못한 감각을 그 머나먼 타지가 내게 안겨 주었다.

 

국가가 안전망을 제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국은 1967년에 동성애 처벌법을 폐지했고, 2013년부터 동성 결혼이 법제화 되었다. 현재 40개의 나라에서 동성혼이 가능하고 성소수자의 법적 권리가 보장되지만, 한국은 여전히 차별금지법조차 현재까지 입법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광장을 통해 소수자들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깊어지고 단단해졌지만, 여전히 사회가 제도적으로 성소수자의 가시화를 막고 있었다. 정상성을 선망하고, 의도적으로 다양성을 지우며 소수자의 삶을 여전히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운동가들이 소리쳤음에도, 그렇게 오랫동안 요구했음에도 권력을 차지한 그들이 끝끝내 응답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자리에서 직접 바꿔야 할 것이다. 우리 손으로 쟁취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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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용인시 당원 /
김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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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하원 의원 선거를 앞둔, 지역구도, 정당도 다른 다섯 명의 후보 중 데이빗은 가장 정치적 기반이 없는 후보이고, 성소수자다. 그는 정말 밑바닥부터 시작해 발로 뛰며 선거를 준비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지지를 얻고, 그의 캠프에 점점 더 많은 봉사자가 모인다. 한편 데이빗에게는 동성의 연인이 있다. 진보적인 데이빗과 달리 그의 부모는 보수를 지지한다. 아버지는 한인 교회 목사로 일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우리는 데이빗이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 상상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GV 이후 마지막 시간은 모든 참여자가 소감을 말하는 것이었다. 처음 참여해보는 성소수자 모임에서 성소수자 정치인의 영화를 보고 난 비성소수자인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나는 정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치를 “꿈꾼다”고 썼다가 그 정도로 낭만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시 고쳐 썼다. 내가 꿈꾸는 것은 정치가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그래서 수단으로서의 정치가 필요했고 그래서 뭔가를 계속 하고 있다. 뭘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건 그냥 사람을 많이 만나고 뭔가를 배우고 어디를 많이 가고 피곤하게 사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보기로는 그렇다… 그래서 피곤하고 그래서 할 만하다. 어차피 어떻게 될지 몰라. 그냥 해.


나는 데이빗에게 나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막 선거 운동을 시작하는 그처럼 내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냥 직장인이었고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고, 지금 내가 어디쯤 있는 지도 알 수 없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홀로 길가에 홍보 표지판을 꽂는 데이빗처럼 외로웠다. 요즘 내게 가장 어려운 건 내가 속한 위원회에 꾸준히 참여하는 멤버들 중 여성이 나 혼자라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남초 문화’ 분위기가 가득했다. ‘형님’과 ‘소맥’, 뭐 그런 것들. 나는 꾸역꾸역 모든 모임과 뒤풀이에 참여했지만… 그러지 않으면, 내가 두 손으로 꼭 붙들고 있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내가 나가떨어지면 아무도 나를 찾거나 염려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의 부재를 그들이 후련해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날 그 자리에 함께한 차해영 의원과 이자스민 의원이 현역 그리고 전 ‘의원’으로 내 앞에 앉아있다는 게 의아했다. 나는 그날 패널들을 향해 두 번이나 되물었다. 그냥 여성이라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진짜 어떻게 하셨어요?” 행사가 끝나고 건물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이자스민 의원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 했다. 자신이 버티지 않으면 아이들이 그대로 어려움을 겪게 될 테니까. 나는… 내가 가진 당사자성은 ‘당사자의 친구’라는 당사자성이다. 나는 여성이고, 그리고 장애인의 친구이고 성소수자의 친구이다. 나는 친구들을 위해서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과 함께하는 나를 위해서 한다. 친구의 편한, 가장 그 다운 얼굴을 보고 싶어서. 친구랑 같이 있을 때 우리의 관계가 아닌 다른 외적인 이유들로 분노하거나 슬퍼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당사자의 주변인 당사자’가 아니고 진짜 ‘당사자’였더라면 더 강했을까?


성소수자 정치인의 가능성을 개발하기 위한 행사의 후기에서 “진짜 피곤하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외롭고”, “의원님들 도대체 진짜로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이렇게 늘어놓아도 괜찮은 지 조금 걱정스럽다. 그래도 우리가 같이 했으면 좋겠다. 아는 게 별로 없는 나라도, 뭐라도 도울 테니까.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RUN/OUT의 기획자 친구를 포함한)여러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이니까. 혼자서 하지 말고,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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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
배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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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행사를 올때까지만 해도 우리 커뮤니티 안에서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위 관찰자적인 시점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찾아 보자는 생각으로 왔었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직접 정치에 임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다큐를 보고, 소수자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채 세상을 바꾸고 계신 정치인분들과의 GV에 참여하면서 그런 관조적인 생각이 많이 깨졌던 것 같습니다.

 

많은 운동과 연대에서 "나부터 시작하자."를 모토로 삼아왔는데 왜 정치에 있어서는 그러지 않아왔을까요? 새삼스레 그런 질문을 하며 어느새 제 머릿속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정치인으로써 단상에 서고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 모습으로 가득해졌습니다.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싹 트는 데 도움을 주신 <RUN /OUT> 행사진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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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 /
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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