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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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천익(친구사이 정회원)
친구사이 전 대표 김조광수가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친구들에게
10년 전쯤인가, 어떤 기자가 내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물은 적이 있어. 그때 내 대답은 “내가 감독이 되어 만든 퀴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고, 회사 빚 좀 다 털고 싶고... 그리고... 공개적으로 결혼하고 싶어요.”였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는 그에게 이렇게 덧붙였지. “50이 되기 전에 꼭!” 그 기자와 그게 가능하겠느냐, 다른 건 몰라도 공개적인 결혼은 어렵지 않겠느냐 뭐 그런 수다를 한참 떨었었어. 10년 전이면 한참 전인데도 그날 일이 또렷하게 기억 나는구나. 난, 아직 늙지는 않은 것 같아. 헤헤. 음, 왜 ‘50이 되기 전’이었는지 모르겠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지론이 있는 내게도 50은 어떤 분기점처럼 생각되었던 모양이야. 그랬던 50이 되었고, 그 전에 이루고 싶었던 소원 같은 일들을 하나씩 이루었어.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감독이 되었고 회사의 빚도 모두 갚아 옥탑방에서 월세 살던 일이 추억이 되었고 50이 되기 전의 마지막 해에 청계천에서 결혼식도 올렸잖아. 정신없이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해야 맞을 것 같아. 1983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왔어. 때때로 어렵고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고 좌절감에 몸부림치기도 했지만 악착같이 버텼어. 내가 악착같다는 느낌이 들만큼 열심히 살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어. 무엇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야. 부모가, 다른 그 누가 기대하는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들만 하려고 했었어. ‘이기적이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만을 찾았고 해왔다고 생각해. 그래서 힘들었지만 행복했어. 실패할 때가 훨씬 더 많았지만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았고 그러면서 더 커지고 단단해졌지.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이제 50이 되었네.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어. 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 그건 무조건 지지는 아니고 비판적 지지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아. 힘들 때는 위로와 응원을 해주었지만 잘 못할 때는 냉정한 비판을 해주는 사람들이었어. 그런 친구들 덕분에 흔들리긴 했지만 꺾이지는 않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어.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친구사이 친구들에게 늘 고마워. 나이로 보면 다 동생들이지만 내겐 친구 같은 존재들이야. 2003년, 친구사이에 발을 들여 놓지 않았다면 내 반세기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 친구사이 회원이 되어 10년을 지내는 동안 여러 친구들 덕분에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 동성애자로 살아오는 동안 동성애자 연인은 있었지만 동성애자 친구는 없었거든. 굳이 동성애자 친구가 필요할까 싶었고 이성애자 친구들만으로도 괜찮았어. 하지만 친구사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동성애자 친구들이 꼭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 이성애자 친구들 사이에서는 채워지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채워지는 걸 느꼈어. 내가 받은 것이 많았지만 주는 것도 있었어. 받는 고마움에 주는 즐거움이 더해져 행복할 수 있었어.
친구사이와 함께 한 10년을 잊을 수 없을 거야.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사무실 문고리를 잡던 때,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던 순간, <소년, 소년을 만나다> 크랭크 인을 앞두고 잠 못 들던 새벽, 친구사이의 대표로 뽑히던 날 생각이 참으로 많던 밤, 결혼 생활 10계명을 낭독하던 청계천 광통교, 오물을 뒤집어쓰고도 노래를 해 준 지_보이스.
내가 살아 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친구사이 친구들이 있어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더 커. 친구사이만 놓고 보면 지금껏 지내온 세월보다 앞으로 만날 세월이 더 많으니까. 지난 10년보다 더 많은 일들이 내게 있을 거니까!
친구사이 대표에서 평회원으로 돌아온 날, 50이 되는 날 아침에
광수가 보냄
* 추신 : 대표가 아니라도 나랑 놀아줄 거지? 대표가 아니라 더 잘 놀아줄 건가?
친구사이 전 대표, 정회원 / 김조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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