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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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결혼식' 이후의 변화
-'변화는 내 곁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9/7일 결혼식을 올린 김승환 김조광수 부부, ⓒ한겨레>
이 글을 쓰는 지금 시각은 10월 7일 저녁 7시 30분, 정확히 지난 9월 7일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몸살도 크게 앓았고, 결혼식 준비로 밀렸던 일들을 처리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기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니깐 뭔가 달라진 것이 있냐고 물어본다. 어떻게 보면 둘이서 같이 산지는 이미 여러 해가 지났기 때문에 나 자신조차 식을 올렸다고 해서 특별히 우리 둘의 삶 자체는 달라질 것은 없을 줄 알았다. 겉보기에는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는 지도 몰라도 분명 우리 둘 사이의 관계, 그리고 가족들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 둘의 관계를 더욱 더 단단하고 안정되게 해주는 것이었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많이 다퉜지만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돼
난 사실 이 사람과 9년 가까이 사귀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서로에 대해서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여행도 여러 번 길게 같이 다녔었기 때문에 이보다 더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혼식,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올리는 동성결혼식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함께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1주일에 1번 이상 싸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주 싸우는 것 자체가 매우 괴롭고 힘들었지만, 그러다보니 그동안 서로에 대해서 몰랐던 점들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믿지 않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나는 사실 앞장서서 나서거나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를 가능한 많이 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반면에 나의 배우자인 광수형은 연극영화과 출신에 원래부터 무대체질이다. 그리고 도리어 준비를 지나치게 많이 하면 그 제약에 묶여서 스스로 무대를 즐기지 못해 진행을 망치게 되는 스타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서로가 이러한 점에서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끊임없이 싸우다가 결혼식을 2주 앞두고서야 결국 서로의 다른 점을 알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었다. (물론 광수형은 결혼식 당일 노래연습을 적게 해서 음정, 박자, 가사를 계속 틀리는 실수를 저질러 나에게 계속 잔소리를 듣고는 있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김승환 김조광수 부부>
변화는 내 곁에서부터 시작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주변의 변화 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가족들의 변화였다. 그동안 나의 부모님은 아들이 성소수자이고 공개적인 결혼식을 하는 것에 대해서 최종 지지와 동의를 보내셨지만, 결혼식 직전까지는 그 태도가 '내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들로부터 차별받는 상황에서 부모라도 자녀 편에 서서 도와줘야 한다.'라는 데에 가까우셨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우리의 결혼식을 지지하고 돕는 수천 명의 인파와 환호성을 확인하시고는 그 태도가 '당연한 지지'로 바뀌셨다.
지금은 어느 자리에서든 누군가가 우리를 알아볼까봐 전전긍긍 하지 않으시고 편하게 행동하신다. 결혼식이 끝나고 맞은 첫 명절이었던 지난 추석 때 광수형과 함께 집에 찾아갔었고, 누나, 매형, 조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 때 부모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온 가족이 다 모여서 함께 시간 보내니깐 행복하다. 자주 보자.’ 그리고 어머니께서는 본인의 절친한 친구의 자녀 결혼식에 우리를 초대하셨다. (참고로 어머니의 친구 분은 나의 결혼식에 직접 오셔서 축하를 해주셨던 분이시다.)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많은 분들이 지지해 주셨지만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개인의 행사를 운동적으로 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 역시 한 때 그러한 의심을 했었다. 나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 결혼 또는 결합’을 법제화하기 위해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우리의 사랑은 더욱 단단해졌다. 왜냐하면 결혼식을 통해서 서로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 역시 우리를 진심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친구사이 데이(김승환)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내 남자 어디있는 거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