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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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호명은 생각이 됩니다. 프레이밍 효과 - 같은 사실이라도 이를 제시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의 판단과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을 우리에게 어떻게 제시하고 있을까요? 사회에서 우리는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평소에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와 같은 정체성 기반의 단어를 쓰고, 조금 더 공식적으로는 ‘남성동성애자’, ‘여성동성애자’, ‘성소수자’라는 표현이 사용됩니다. 더 넓은 범위에서는 ‘사회적약자’라는 말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이 단어들은 모두 사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래서 문제가 없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사회가 더 평등해지고 가시성이 높아져도 생물학, 통계학적 비율로 보자면 동성애보다 이성애가 많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지난 수백년 동안 논의조차 되지 않던 우리의 권리 향상은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표현들은 다수와 소수, 강자와 약자라는 구도를 자연스럽게 전제하고, 우리를 그 안에서 ‘적은 편’, ‘약한 편’으로 위치시킵니다. 마치 어딘가 소외되고 누군가의 보호를 늘 필요로 하는 존재처럼요.
영화 <State of Firsts>의 세라 맥브라이드와 GV에 함께하신 도쿄의 가미카와 아야 구의원, 직장인 마케터 세레나 그리고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박한희 님은 이 오래된 프레임을 스스로 깨뜨린 사람들입니다.
세라는 의료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정치에 나서 미국 최초의 오픈리 트랜스젠더 연방하원 의원이 되었습니다. 아야 의원은 누구도 자신의 성별정정을 돕지 않을때, 오히려 스스로 출마에 도전해 제도 변화의 길을 열어냈습니다. 인플루언서 활동을 이어가시던 세레나 님은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밝히고 이직에 성공하며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도 낮에 일할 수 있다는 오늘을 보여주셨습니다.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변호사’이신 박한희 님은 커밍아웃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로 인권운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프레임이라는 액자를 깨고 최초가 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고 정의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기억합시다. 이름은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생각의 변화는 바로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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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 한윤하

친구사이 RUN/OUT 프로젝트, 세 번째 공동체 상영에 참여하면서 저에게 정치는 무슨 의미일까를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다보면 제도권 정치와 협업보다는 싸우고 규탄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만큼 성소수자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부재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인권운동과 정치의 관계가 좀 더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스테이트 오브 퍼스트’, 제목 그대로 최초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은 각별합니다. 최초의 인물은 수많은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도 주어지지요. 영화의 주인공인 사라 맥브라이드가 말미에 고뇌하며 하는 선택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최초의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변호사’로 제가 겪었던 일들에 비추어 동감은 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그렇기에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의 누군가가 아닌 다수의 성소수자 정치인이 배출되기를 바랍니다. 결국 정치란 영웅 1인이 아닌 시민들의 연대와 토론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최초의 성소수자 국회의원이 아닌 수많은 국회의원이 성소수자를 대변하는 모습까지 변화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10년 만에 만난 가미카와 아야 의원과 두 번째 만나며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연말 약속까지 잡은 세레나와 함께 한 GV, 이후에 이어진 네트워킹 파티까지, 함께 즐기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의미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친구사이와 RUN/OUT 프로젝트 활동가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이어질 RUN/OUT 프로젝트에도 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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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 박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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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my name is Chase Joynt, and I'm the director of State of Firsts.
We are so honored that our film is playing as part of your festival.
As a trans director, I am invested in the ways documentary film can act as a vehicle for social change by brokering access to conversations, issues and communities that can otherwise feel siloed or held at a distance.
I hope that our film can sit in dialogue with other work you have programmed at the festival, and that we can continue collaborating toward more just and expansive futures for all trans people.
Enjoy the screening.
Chase Joynt, Director of <State of Firsts> 체이스 조인트, <State of Firsts> 감독 (영상축사) |

영화 <State of Firsts>의 GV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해서 마음이 묵직하게 흔들렸다. 세라 맥브라이드의 여정은 단순히 ‘트랜스젠더 정치인의 성공기’가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중 앞에 드러내고 살아내는 데 필요한 용기와 실패, 그리고 매 순간의 버티기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까웠다. 나 역시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그리고 마케터이자 인플루언서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첫 장면을 어떻게 써왔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됐다.
세라는 “나는 완벽한 대표가 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오히려 더 많은 신뢰를 만들어간다. 그 장면을 보며 가장 크게 공감했던 건, 나 역시 회사라는 공간에서, 또 온라인이라는 무대에서 늘 ‘정상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품은 채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스스로를 검열해온 기억들이 떠오르며, 그녀의 선언이 조용히 내 마음 깊은 곳을 밀어 올렸다.
GV에서 가미카와 아야 의원님, 박한희 변호사님과 나눴던 대화 중 인상적이었던 건 두 분의 삶 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나를 드러내는 용기’였다. 트랜스젠더인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결국 우리의 삶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주고받는 일상적인 순간들이었다. 때로는 낯설게 느껴질지 몰라도, 내가 가장 평범하게 존재할 수 있는 그 순간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 두 분의 존재가, 그리고 영화 속 세라의 존재가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영화 후반, 그녀가 선거 운동을 하다 지친 얼굴로 “나는 그저 나의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오래 남았다. 인플루언서로 알려진다는 것이 때때로 나를 설명하는 데 도움도 되지만, 동시에 내가 원하는 ‘그냥 김도경’의 삶을 비껴가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세라처럼, 나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무작정 피하기보다 그 빛을 일상 쪽으로 끌어오는 방식을 배우는 중이다.
<State of Firsts>는 트랜스젠더의 정치적 대표성에 대한 다큐멘터리지만, 결국 ‘숨기지 않고 살아가기로 한 모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내 첫 장면도 다시 쓰고 싶어졌다. 더 솔직하게, 더 흔들리더라도, 그 순간을 나답게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 GV에 함께하며 깨달은 건 하나다. 우리가 살아내는 작은 첫 장면들이, 결국 누군가의 첫 가능성을 만든다. 그리고 그 밤, 세라의 이야기가 내 또 다른 시작을 조용히 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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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마케터 및 인플루언서
세레나 / 김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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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친구사이 사무국장 종걸입니다. RUN/OUT 프로젝트 현장에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저는 성소수자 인권운동 현장에서 아주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데요.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 정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의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대변해줄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것 차별과 혐오의 정치 그리고 불평등한 현실에 맞서서 평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대중들과 함께할 수 있는, 대중들을 모을 수 있는 정치 그리고 힘없고 취약한 우리네 인권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운동과 만나는 정치
이렇게 정치는 정말 다양한 현실과 만나며 목소리를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러한 목표를 적극적으로 마주하기 위해 RUN/OUT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앞으로 현장에서 더 드러내고, 달리고, 뛰도록 하겠습니다. RUN/OUT 프로젝트, 투쟁!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영상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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