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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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팔월의 어느 저녁, 저번 달에 친구사이 정회원이 된 고래밥 회원을 종로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어와 고래밥 회원 둘 다 친구사이 물(?)을 먹은지 꽤 되었음에도 아직 데면데면한 사이인지라, 서먹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게다가 누군가를 인터뷰한다는 것은 인터뷰어에게도 낯선 경험. 하지만 이내 그 특유의 밝은 모습에 서서히 긴장은 풀리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며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그.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저는 고래밥입니다. 스물 여덟이고요. 수원에 살고요. 인터뷰에 뽑혀서 놀랐어요. 아 위드(친구사이 회원지원팀장)형이요. 저를 인터뷰하라고 하셨다고요. 아무튼 새로운 경험이고 해서. 부족하겠지만 해보기로 했어요.
친구사이 활동은 작년 여름, 8월부터 했어요. 친구사이 정기모임에 처음부터 나간 건 아니고요. 책읽당. 연애를 하건, 파트너를 만나건, 그게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쪽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그래서 나왔어요. 불순한 계기도 있었겠지만(웃음). 처음에는 책읽당에 나와서, 친구사이에 조금씩 나오다가 올해들어 정기모임에 꾸준히 나갔어요. 그래서 정회원이 늦게 됐죠. 이제 열심히 하려고요.
나와 같은 사람들과 그런 관계가 아닌 관계로 만나고 싶다
고3때 처음 연애를 했거든요. 같은 반 친구. 청소년 기였으니까 자기에 대한 고민을 막 하다가, 그냥... 던졌어요. 그 친구가 사귀자고 하길래. 막 던졌는데, 대학교 올라가면서 헤어졌죠. 그 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대학생 때는 연애도 안하고,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죠(웃음).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 집을 나왔어요. 집을 나오니까 독립된 공간이 생기고, 자유로워지고, 그러다 보니 혼자 있으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처음으로, 사진 모임이었나? 그런 모임들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신기하잖아요. 술번개도(웃음). 어쨌든 여러 게이 커뮤니티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사람들도 만나보고, 그러다가 작년에 만났던 사람과 정리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이 바뀌었죠. 그래서 친구사이에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친구사이는 대학생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인터넷 가입은 해놨었는데, 서울 올라오고 나서, 연애하고 그런 기간이 있었고, 작년에 엑스랑 깨지고 나서, 다른 사람들, 나와 같은 사람들과 그런 관계가 아닌 관계로 만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오게 됐죠.
책읽당 오세요.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먹고 딱 읽으면 상관이 없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좀 있어요. 책읽당을 하면 선정된 책은 꼭 읽어야 하니까.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도 참 좋고, 좋은 친구들과 만나서 재미있게 놀 수 있으니까요. 책읽당 오세요. 책읽당은 얼굴은 없어요. 와서 같이 수다떨 수 있으니까. (그 말씀 어떻게 감당하시려고요?) 다들 알 거에요. 서로 디스해서. 아. 빼야되나? 다 잘생겼어요. 저 빼고 다 잘생겼어요. 얼굴 다들 아실 텐데?(웃음)
책읽당에서는 여러 이야기를 해요.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했었고, 사회적인 이슈들이 있으면 그와 관련된 책들을 읽고 이야기 해요. 차별에 관련된 이야기도 하고요. 전에는 동화책을 가지고 어른들의 시각에서 보기도 했고요.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을 하려고 해요. 사회적인 이야기, 사는 이야기... 남자 이야기도 빠질 수 없고요.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귀결되는 건 남자이야기가 아닌가... 이건 빼주세요. 하하.
똥차 가면 벤츠 온다고
요즘은 좋은 분과 만나고 있어요. 좋은 형이랍니다. 친구사이 회원이고. 그래서 위드형이 저 인터뷰하라고 그랬나봐요. 바로 밝히기가 좀 그래서, 둘이 사귄지 한 달 좀 안됐을 때 정기모임에서 팡 터트려서, 욕도 많이 먹었죠. 친구사이 내에서 연애를 한다는 것에, 조금 두려움을 안고 시작하기는 했어요. 근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어쨌든 친구사이 내에서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사람이다 보니까 이제. 그거는 그거고, 우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마음은 접은 거죠.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전에 비밀 아닌 비밀이었을 때, 제가 이야기 안 했을 때는 불편했는데 밝히고 나니까 오해려 오히려 편해진 것 같아요. 몇몇 사람들 만나 봤지만, 그래서 형하고 만날 때는 좀 더 신중했던 것 같아요. 옛날에 겪은 것 때문에요.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죠. 똥차 가면 벤츠 온다고.
여러 사람들 중에 나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틀린 게 아니고, 이상한 게 아니다. 그렇게 보여주는 거죠.
학부 때 전공은 유아 특수교육을 했고요. 석사를 특수교육을 해서, 청각장애 아이들, 지적장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일반 학교와는 많이 다르죠. 아이들 수준에 맞춰서 애들하고 놀며, 배우며... 놀고 있어요(웃음). 애들한테 많이 배우고, 그러고 있죠. 지금 일한지가 6년차인데요. 초임 때 힘든 점은 많이 없어졌는데, 올해 새 직장에 들어와서 1학기 때 정신 없이 보내고 이제 2학기 들어왔는데 인간관계 형성이라든지, 동료 관계라든지, 어딜 가나 어려우니까요. 싸우고 그러지는 않는데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서요. 일이야 하면 되는데, 아이들과의 관계나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가 가장 어렵죠.
처음에는 유치원에서 일을 했어요. 유치원에서 일할 때는 제 성격이 문제가 되고 그런 적은 없었는데, 올해 이쪽(청소년)으로 오니까 애들이 여자 같다고 놀리더라고요. 애들한테는 이런 선생님도 있고 저런 선생님도 있다. 이해하고 받아 들여라. 그렇게 말하죠. 교직사회가 보수적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편한 것은, 전혀 생각을 못하시는 것 같아요. 얘가 게이일 수 있겠다. 그런 쪽으로는 아예 생각을 못하시니까. 저 선생은 여성적이구나, 그러고 말고. 제가 유아교육을 해서 이렇게 됐다. 이렇게 말하는게 가장 좋은 변명이더라고요(웃음). 제 성격으로 고민했던 것은 아주 어렸을 때 이후로는 없는 것 같아요. 많이 힘들었는데, 고등학교 이후로부터는 스스로 괜찮아, 괜찮아, 이렇게 생각하게 되고, 대학생 때 많이 깼죠. 이제는 편하게 사는 것 같아요.
제가 특수교육을 하니까요. 이쪽에서는 다양성이 가장 인정되고 존중받아야 하는 현장이니까요. 장애나 여러 다른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만날 보니까. 다양한 아이들이 있죠. 마음에 안 든다고 선생님 깨물고, 식판 엎고(웃음). 그런 친구들 만나면서 나도 변하고, 아이도 변하고. 재미있어요. 아이들 보고 있으면 속상하고 화날 때도 있긴 한데, 아이들이 변하는 것을 보는 것이 제일 재미있죠. 아직 성정체성으로 고민하고 있거나, 그런 친구들은 못 봤어요. 의심가는 애는 있었지만(웃음). 아직 학교라는 테두리가 그런 이야기를 하기 힘든 곳이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러 사람들 중에 나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틀린 게 아니고, 이상한 게 아니다. 그렇게 보여주는 거죠.
살면서 전환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자취 시작했을 때, 작년에 헤어졌을 때, 그리고 지금. 네. 벤츠. 벤츠보다 좋은 차가 뭐지?(웃음)
아, 애인한테 한마디요?
어렵게 결정한 만큼, 재미있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이상입니다.
친구사이 나와서 참 좋아요. 재미있고 즐거워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살면서 숨을 트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여기서만 쓸 수 있는 말이 있고, 여기서만 할 수 있는 행동들이 있잖아요.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거. 그게 가장 큰 것 같고요. 되게 고맙고... 좋은 곳이에요. 감사합니다.
고래밥 (친구사이 정회원)
인터뷰 : 석
정모 등에서 봤지만 옳게 얘기한 적은 없는 것같은데,
이렇게 정회원 인터뷰 보니 궁금해지고 친해지고 싶어요
친구 사이에서 지성미도 추구하시고 애인도 사귀시고... 많은 일 하셨네요 ^.^
더구나 유아 특수 교육이라니, 보통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대단하세요.
인권 단체 회원으로서 다른 소수자들에 대해 감수성을 키우려 하지만
다양한 한계로 장애인들을 만나고 알고 지낼 기회가 적은데,
청소년과 장애인에 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돌봄의 가치와 자세에 대해
많이 나눠주시고 가르쳐주세요.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 기대할게요~ ^ㅁ^b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책 하나를 읽어도 꼼꼼하게 잘 읽고 의견이나 서평할때 요점을 아주 명료하게 전달하는 모습에
감동받았었는데...ㅎ 이제 연애까지 똑부러지게 하고 있으니 참 놀라운 일이야
앞으로도 친구사이활동도 책읽당도 열심히 하자 !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