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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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올해 2월 7일부터 16일 사이, 친구사이는 기획전《흘리는 연습》를 열었습니다. ‘1994년부터 시작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소식지를 돌아보며.’라는 부제와 함께 말이죠. 그리고 친구사이 소식지 176호부터《흘리는 연습》에 기획하고 참여한 이들의 글과 후기, 관람객의 후기가 이어졌습니다. 이 글은 이 여정에 좀 더 힘을 보태면서, 친구사이 사무국장으로서의 생각을 담은 짧은 소감을 이어갑니다. 이 기획전이 가능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잘 들여다 보고자 하는 마음에 글을 적어봅니다.
기록하고, 잘 남기고, 잘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흘리는 연습》이라는 기획전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수많은 성소수자들은 억눌려있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곳 저곳, 여러 시간들 속에서 흘려왔습니다. 1994년 부터 발행된 ‘친구사이’ 소식지는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활동을 전국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서의 시작이기도 했지만, 당사자인 성소수자 커뮤니티 일원들에게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우리들의 공간’이 있음 알리고자 했던 것이기도 하죠. PC 통신, 인터넷 등 수많은 온라인 공간들부터 SNS 등 공유의 현장의 유행은 계속 변화했습니다. 그 속에서 다양한 매체와 형식의 기록들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는 지금, 곳곳에 흩어져 있으면서 누군가는 조금씩 흘려왔던 난무한 기록들의 유산 속에 자신의 고민을 정리하여 소중한 기록물을 엮어왔습니다. 친구사이 소식지 글들, 기록들 역시 마찬가지죠. 친구사이 활동에 참여한 이들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들의 힘겨운 고민의 흔적들이 모인 결과들인 것이죠. 수많은 이들의 인내와 고통들이 모인 결과를 세상과 잘 소통될 수 있도록 다듬고 정리하고 공유한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친구사이 소식지의 30년의 역사가 있었고,《흘리는 연습》은 탄생했을 것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저는 이러한 기록의 유산 속에 참여한 수많은 이들의 노고를 기억하는 것이 운동의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0년간 마음과 시간을 내어준 분들에게 인사로 다할 수 없는 고마움과 미안함 마음을 전합니다.
《흘리는 연습》은 ‘꿈’을 실현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친구사이가 30주년 기념 사업 논의 속에서 ‘30년의 친구사이 소식지의 역사를 전시회로 드러내자’는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였고, 다들 너무나도 ‘전시’를 하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데 이러한 전시를 해본 적이 없다라는 현실이 같은 선상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것을 실현할 수 있을까 하던 차에, 친구사이 소식지 전시회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흘리는 연습》은 점점 구체화 되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모인 것이 2024년 2월 1일이었고, 수많은 논의와 업앤다운의 과정을 거치며 전시회가 진행된 것이 2025년 2월 7일이었던 것이죠. 2월 7일은 친구사이의 설립일이기도 합니다. 1년여 사이에 이렇게 전시회가 현실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친구사이 소식지라는 유산의 바탕 위에, 기록의 소중함을 잘 ‘전시’하고자한 주요 구성원들 (기획: 박민영, 협력기획: 김대현, 남선미, 심기용, 이경민, 이종걸) 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책임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흘리는 연습》의 서문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역사학자, 미술가, 디자이너, 출판 발행인, 활동가들이 모인 이 주요 구성원들은, 우리의 동지들이 흘려왔던 역사를 현재와 마주하게 하겠다는 책임과 더불어 ‘잘 흘리는 내일’을 위해 기록을 잘 정리하고, 드러내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꿈이 있었습니다. 친구사이는 그러한 ‘꿈’이 실현할 수 있도록 역할을 주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단체입니다. 그렇지만 그 1년이라는 시간이 그 책임과 의지를 실현하는 데 너무 짧고, 외로운 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논의의 자리가 힘겨운 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시간을 견디고 힘을 모아준 전시를 기획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해낸 주요 구성원들과 전시회를 진행하는 데 참여해주신 자신의 역량을 투여해주신 분들, 전시회 행사를 풍성하게 하는 데 참여해주는 친구사이 내 회원들, 소모임들에게 너무 늦었지만, 다시 한번 고마움의 인사와 미안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게이/퀴어 커뮤니티의 힘으로 가능한 《흘리는 연습》이었습니다. 최근 친구사이 한윤하 대표와의 현 대화 속에서 저에게도 힘을 주는 말이 있었습니다. 친구사이는 “커뮤니티 단체이자 인권단체”라는 접근이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힘이 나오는 인권단체” 라는 관점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인권운동은 결국 그 운동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 비롯하다는 것입니다. 친구사이는 그 게이/퀴어 커뮤니티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고, 그것이 인권운동의 힘으로 조직될 수 있도록, 그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는 언어와 기준을 만드는 것에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지난 30년 동안 친구사이가 속한 게이/퀴어 커뮤니티의 활동들의 힘이고, 소식지는 그것의 집합체이며, 《흘리는 연습》이 그것을 대표하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사이는 그러한 뿌리 속에서 커뮤니티와의 접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를 위해 우리가 견지해야하는 것,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토론해왔습니다. 그 안에서 나름 정리된 활동양식은 끊임없이 배우고, 배운 그것을 ‘사유’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용기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소수자의 인권증진과 차별없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성소수자들의 삶의 이야기에서만이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낙인과 혐오,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마다의 현장에서 고민하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들입니다. 게이/퀴어들의 삶 속에서 노출되는 수많은 낙인과 혐오, 차별들이 인권이 취약한 또 다른 이들에게는 어떻게 엄습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갖고, 사유하며, 그 고민 속에서 우리의 활동을 이어간다는 원칙을 잘 나누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은 단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제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전과 같은 ‘흘리는 연습’을 각자의 현장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마다 그 고민을 먼저 끝낸 이들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지금 고민하고 사유하는 중일 수도 있고요. 아직은 게이/커뮤니티 내에 국한된 관심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음을 인정하고, 친구사이는 그 자장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금의 《흘리는 연습》으로 이어졌다면, 저는 앞으로 《흘리는 연대》, 《흘리는 수행》, 《흘리는 평등》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도 합니다. 왜냐면 게이/퀴어커뮤니티의 앞으로의 변화는 무궁무진해질 것이니까요.
지난 2월의 기획전《흘리는 연습》를 마치고, 건네고 싶었던 짧은 소감과 생각을 두루뭉술하게 적어봤습니다. 친구사이 사무국장으로서 그 과정에서 미처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미안함을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했는데 그 목적이 잘 이루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이 어느 새 12월 3일 내란 사태는 1년이 되었구요. 그 이후 우리는 일상 속에서 내란에 준하는 수많은 버거움과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힘이 되었던 것은, 문제를 드러내어 말할 때, 같이 고민하겠다는 마음들이 모일 때였습니다. 독단적으로 고민하고 결론 짓는 것이 아니라 같이 모여 고민을 나누고 말할 때 비로소 문제를 위한 변화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1993년 겨울 <초동회>의 시작이 그러했을 것이고, 1994년 2월 7일 <친구사이>의 시작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고민을 드러내는 용기로 시작한 우리의 활동. 또 다시 용기를 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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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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