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
지난 6월 1일. 홍대 거리에 무지개 깃발이 펄럭였습니다. 작년의 청계천에 이어 올해에는 홍대로 자리를 옮긴 퀴어문화축제와 퀴어퍼레이드가 열렸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자리에 언제나 빠지지 않는 친구사이가 있습니다. 처음 거리로 나서는 순간, 부끄러움이 어느새 자긍심이 되는 놀라운 경험! 나를 드러내는 것? 보세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을요. 2013년 친구사이가 경험한 퀴어문화축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친구사이 부스 이모저모
지루한 축제는 이제 그만. 이번 친구사이 부스는 전체적으로 신비로운 보라색으로 통일해, 축제의 룩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서낭당을 테마로 하여 비는 마음으로 춤을 출 수 있는 클럽도 꾸몄고요.
<염원할 것이 많으니 마음 속에 한을 품고 놀거라..하는 깊은 뜻을 향한 열광적인 반응들>
그런데 왜 클럽 이름이 애널/로그인이냐고요? 이 무슨 음란 마귀 같은 소리인가요. 신이 나는 복고풍 음악과 함께 아날로그의 감성에 빠져보자.. 하는 그런 얌전한 의미거든요. 그런데 옆에서는 왜 핫도그 파냐고요? 소시지가 대체 무엇을 상징하느냐고요? 퍼레이드 하고 나면 출출하니까 허기를 달래시라고 준비한 거거든요. 너의 '소시지'를 들고 '애널 / 로그인'해라. 뭐 이런 거 절대 아니거든요. 강한 성적 뉘앙스를 느끼셨다고요? 회개하세요.
뿐만 아니라, 친구사이는 이번에도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에 관한 내용을 담은 피켓을 만들기도 했고요. 부스에서는 군형법 92조의 6 폐지를 위한 입법 청원서의 서명 받기 캠페인도 열심히 진행했습니다.
설마 아직도 동참하지 않으신 분 계신가요.. 이게 말이죠.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이거든요.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고 혐오를 정당화하는 악법이죠.
<나타샤를 위하여............ http://chingusai.net/xe/freeboard/310182 >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이날은 햇빛이 선명하게 우리를 핥고 있는 것이 분명한 그런 날씨였습니다. 이런 날씨에 핫도그를 팔라니요.. 하지만 친구사이 판매 스태프 6인은 묵묵히 준비한 핫도그를 모두 판매하여 그 더운 날씨에 완판 신화를 새롭게 썼습니다. 그 핫도그 맛의 비밀은 그들의 땀 맛이었다는.
그리고 이번 축제를 준비하는 데, 직접 소스를 만들고, 음료를 덜컥 후원한 새로운 적십자녀(30세. 모태 솔로 추정)가 출현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이 모든 이들의 노력과 정성이 모여서 가까스로 적자를 면한 것은 대단한 일이죠. 그래요. 그러니까.. 뒷풀이에서 회비를 빼고도 흑자를 눈물 나게 상회하는 적자가 난 것은 덮어두기로 해요.
<부스에서의 다양한 모습들>
부스 밖에서는 어떤 일이..?
친구사이는 축제 때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참가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들을 준비해왔습니다. 올해는 깜짝 플래시몹을 했어요. 이번엔 부스들이 모여있는 행사장을 벗어나 보기로 한 것이죠. 어쩌면 홍대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알릴 기회가 되었을 거예요.
<어떤 노래인지 궁금하다면, http://youtu.be/sQ8uSQQ1OPU >
지난 5월 17일 아이다호데이 캠페인으로 진행했던, 'You Make Me Proud'를 퀴어문화축제 행사장 입구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우렁차게 불렀습니다.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어요. 그리고 노래하는 우리도 많았고요. 친구사이 회원들뿐 아니라 <언니네트워크>의 소모임인 아는 언니들과 <마포레인보우주민 연대> 활동가들, 그리고 개인 참가자분들도 합류해서 함께 했거든요. 노래를 시작하니, 시민들이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마구 찍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누군가에겐 이런 상황이 몹시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그래도 굴하지 않고 노래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한목소리로 외쳤어요. "모든 사람은 평등합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합니다!"
<같은 안무, 어딘가 다른 동작>
춤에 재능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말았던, 몇몇 회원들은 원더걸스의 노래 'Like This'에 맞춰 댄스 플래시몹을 하기도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라서 그런지 반응이 참 대단했어요. 준비하면서 두려움이 컸지만, 막상 거리에 나와 춤을 출 때는 하나같이 자신 있게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 중 몇 사람의 안무가 아무리 괴상했다고 해도, 우리는 그 몇 사람이 '퀴어'의 사전적 의미를 몸짓 언어로 해석한 것임을 알아야 해요. 아마 일부러 그랬을 거예요.
<퀴어타운프로젝트 팀>
친구사이에서 진행하는 '퀴어타운프로젝트 시즌2' 팀도 오래간만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음. 예쁜 피켓도 들고, 포즈도 취하고요. 화기애애한 가운데 혼자 몹시 아련한 상황 설정에 들어가신 분도 있는 것 같아요. 뭐 어때요. 그래도 찍어요. 남는 건 사진이니까요. '퀴어타운프로젝트'는 우리가 직접 만들고 꿈꾸는 공동체에 대해 전망해 보고,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함께 연구하고 나누는 프로젝트예요. 실제 생활과 밀접한 프로젝트인 만큼 그 결과가 몹시 궁금해요!
<춤추고, 노래하고, 입맞춤하기>
<도란도란 모여앉아 쉬고 있는 친구사이 회원들>
<하나님이 보시기에 차암 잘 논다>
<그대와 나.. 우리 모두의 염원.>
때가 왔다. 퍼레이드!
올해에도 대망의 퍼레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친구사이는 어떤 모습으로 퍼레이드에 참여했을까요. 퍼레이드 시간이 다가오자 몇몇 회원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본격 퍼레이드를 위한 준비>
퍼레이드 트럭 위에 올라가는 일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미디어에 노출될 확률도 높지만, 과감한 의상을 소화할 수 있는 자신만만한 태도 역시 필요하거든요. 올해에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종 6인이 트럭에 올랐습니다. 평소 숨겨왔던 댄스 본능을 트럭 위에서 마음껏 펼쳐 봅니다.
<친구사이 행렬의 꽃. 트럭녀들>
트럭 위에 트럭녀들이 있다면 트럭 아래에는 라인 댄스팀이 있습니다. 해마다 친구사이의 라인 댄스팀은 빠지질 않죠. 단순히 트럭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던 시민들에게도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올해에는 이효리의 '미스코리아'라는 곡에서 힌트를 얻어, '게이 코리아' 컨셉으로 꾸몄습니다. 귀여운 왕관과 어깨띠로 포인트를 주어 퍼레이드 룩에서도 우리가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줄 뻔했다고 합니다.
<트럭녀들아, 너희가 퍼레이드의 꽃이라면 우리는 꼬ㅊ.. 라인 댄스 팀.>
올해는 더욱 주목할 것이 있어요. 행렬과 함께 걸으며 에너지를 한층 높여 주었던, 분위기 메이커 팀입니다. 사무실에 모여 퍼레이드 때 어떤 옷을 입을지 깔깔거리며 준비했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람이었던.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마음속의 무언가를 대방출한 '크리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잘나가는 금발 소녀로 귀엽게 변신한 '홍이', 마지막에 남은 옷을 주워 입었음에도 불평하는 내색 전혀 없이, 난 아무거나 입어도 예쁠 테니까! 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고수미', 당신을 위해 특별히 공수해 온 드레스를 입고 언제나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는 '재경', 그리고 라인 댄스팀 뒤에서 화려한 레깅스와 킬 힐을 신고, 흥겨운 춤사위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두 자매 '현식'과 '상언니'. 이들 덕분에 올해 친구사이 행렬이 훨씬 풍성해졌음을 부인할 수가 없어요. 내년 그들의 모습이 벌써 기대됩니다.
<올해 친구사이 행렬의 최고 분위기 메이커는?!>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다지 눈에 띄는 역할이 아니었더라도, 이 축제를 위해 많은 회원이 노력과 봉사를 아끼지 않았어요. 이 모두가 퍼레이드를 충분히 빛나게 해주었던 값진 원동력이 되었죠. 무엇보다, 퍼레이드에서 함께 걷는 것. 그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을 거예요.
<지금 여기 홍대에 친구사이가 있다. 우리는 게이다, 그래서 뭐?>
이번 퍼레이드에서 시민들의 반응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좋았습니다. 손을 흔들고,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할 수 있을 정도로요. 사실 해마다 조금씩 반응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이번 퀴어문화축제는 특히, 홍대 걷고 싶은 거리 상인들과의 협력을 통해 개최되었고요. 만족할 만한 속도는 아닐지라도, 아주 조금씩 이 사회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자꾸만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어쩌면 우리 안의 불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퍼레이드에서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함께 걷는 많은 친구가 있어요. 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 여기 우리 전부 다 이상하잖아요. 우리는 그냥 당당하게 이상하면 되는 거죠. 어떻게? 당당하게!!
<당당하게 파워워킹>
사진제공
차돌바우, 터울 / 친구사이 정회원
엄훠, 모르고 틀려서 죄송요들~ ^^;;;;
앗, 2001년인 걸 저도 틀렸네요~
(계속 틀리네요 ^^;;)
라잌디스 사진은 저만한 사진이 없는듯!
낙타 왜이리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너무 고생하셨어요~
아름다운 보라빛으로 물든 행사였습니다!!!
그럼 내년엔 더 벅차고 신나게! ^ㅇ^
이제야 이걸 보다니!ㅋㅋ
완전 재미진 글이네요 +_+
그때의 벅찬 감동이 새록새록ㅎㅎ
앞으로 더 퀴어하고 더 신나게!!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준비하신 모든 분의 고생도 고맙고
그 날의 감동도 되살아나네요.
근데 사진이랑 글 모두 워낙 깨알같아서
초성 남발을 안 할 수 없다는~ ㅋㅋㅋㅋ
샌스쟁이 소식지 팀장님, 감사 만땅이예요...! ^ㅁ^b
(참, 2000년에도 홍대에서 축제 열지 않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