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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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또 다른 나
2013년 3월. 반년 전부터 기다리던 시간. 친구사이 상근자로서 3년 근무 후 얻게 된 한 달간의 짜릿한 휴식 기간. 안식월. 그 한 달을 위한 계획을 세우려고 이런 저런 생각도 했지만 그 또한 기다리는 한 달에 대한 스트레스 아닐까 하는 생각에 대강의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해외여행 1번, 지방 순회 여행 1번, 고향 방문 1번. 3번의 여행과 지난여름 스마트폰 퀴어 단편 때 구상한 단편 영화 이야기를 시나리오 작업하기. 이 정도의 숙제를 두고 한 달을 지내보고자 했다. 윤곽을 그리고 세부 스케치를 신경 쓰기보다 그 윤곽이 내게 맞을지, 그 대강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마냥 3월을 기다렸다. 특별한 준비도 할 새 없이 3월이 왔다. 시간은 그렇게 거부할 새 없이 찾아 왔다.
웬만한 것은 혼자하기로 했다. 혼자서 있는 시간을 즐겨보기로 했다. 고향 집에 가더라도 친구를 만나 약속을 잡기보다 내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스쳐 지나가는 길들을 느껴보기로 했다. 송광사로 가는 길은 따뜻한 봄 품안에 안긴 듯 포근했다. 한 30분 동안 천자암을 향해 오르던 길은 너무 무리하지 말자고 혼자 말하며 내려왔다. 그래 이런 게 여행이라고 빨리 마음을 접고, 낙안 읍성으로 향했다. 담날은 순천만. 집에서 순천만까지 편한 걸음으로 3시간을 걸었다. 평일 오후에도 전망대에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순천만 가는 길에 무진기행의 지은이 작가 김승옥의 박물관에 들렀다. 길 따라 사람을 만난다고, 순천만 가는 길에 만난 김승옥이란 사람은 좀 더 사람처럼 느껴졌다. 밤의 순천은 은근히 야릇하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두 개의 게이바가 있다. 하나는 가라오케, 하나는 소주 방. 잠이 오지 않아 부모님 잠든 사이를 틈타 3~4시간 동안 외출을 감행했다. 맥주 선물도 받고, 재미난 이야기도 듣고. 아쉽지 않은 야행이었다.
안식월 계획 중 하나가 먼 거리에 있어 평소 보지 못한 사람을 만나는 것. 그래서 그 분들을 만나기 위해 지방 순회 여행을 하려고 했다. 경북 영주, 강릉, 부산, 광주, 충남 서산. 이 코스로 돌면 정말 지방 순회가 되겠다고 했는데. 경북 영주에서 더 넘어가지 못했다. 예산도 부족했고, 막상 저 일정을 간다고 하니 준비가 부족함을 알았다. 참 아쉬웠다. 그래서 안식월의 마지막으로 계획한 대만 여행을 더 준비하기로 했다.
주위에서 쉬려면 다들 한국을 떠야한다고 했다. 그러면 어디로 떠날까 했는데 가까운 거리로 갈 수 있는 곳 중에 쉴 수도 있으면서 게이씬이 가장 극적인 곳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택한 곳이 대만이다. 대만 전문 여행가에게 몇 가지 팁을 얻고, 그전부터 게이전문 어플을 통해 친하게 지내고 있던 타이베이 친구에게 여행소식도 알렸다. 4박5일 동안 짧은 여행 속에 나는 타이베이란 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혼자라는 순간을 더 즐겼던 것이기도 했다. 게이들의 크루징 장소로 유명하다는 단수이 해변에서는 날이 좋지 않음에도 몇몇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하고 공항철도를 통해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여행에서의 다양한 감정들로 많이 힘들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길을 통해 만난 또 다른 나를 이제 어떻게 읽어야할까 고민했다. 나는 왜 지금 이 길을 가고 있을까? 내가 왜 이 길을 택했을까? 나에 대한 고민들로 점점 더 빠져들었다. 답을 찾았다기보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 여행들이었다. 그래서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스쳐간 사람들이 참 많이 생각난다. 그 것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것도 참 그렇고. 고이 가슴으로 주워 담고 싶은데 내게 그런 넉넉함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 순간을 잊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한 달의 쉼의 기간을 허락해준 친구사이 식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또 다른 한 달을 위해.
P.S_ 쓰기로 했던 시나리오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더 좋은 이야기로 만나야지 싶었다.
기즈베 / 친구사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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