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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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도 없는 것들의 영화평1]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위하여
샌더(소식지팀)
이 기사의 제목에서부터 밝혔다시피 저는 영화평을 하기에는 쥐뿔만큼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의 소유자인지라 그냥 기억을 더듬어 써볼 뿐입니다.
사실은, 알쏭달쏭 했던 것 같아요. 좋은건지 나쁜건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해야하나. 두 주인공 설정부터가 인권단체 무급인턴 게이인 '왕자'와 취업 고민을 안고사는 팍팍한 현실 속 게이인 '공주'라는 이분적인 설정입니다. '왕자'는 인권운동을 합니다. '공주'는 안전한 자기 삶의 만족을 위해 생활하고요. 그런데 이 설정, 뭔가 뻔해 보이지 않습니까. 설마..'내 인생에 너 같은 게이는 처음이야!' 드립이라도 치려는 건 아닐까요. 실제로 초반에는 제 감이 맞는 듯 싶었습니다. 심지어 불편할 정도로 대사가 오그라들었어요. 거기다가 아슬아슬하게 계몽적이려고까지 해요. 미묘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 자체는 사실 아주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의 이야기죠. 대부분의 게이들이 '공주'와 같은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블리스 오블리제 드립을 아주 자연스럽게 치는데다가, 유학파의 자유로운 영혼인 '왕자'라는 캐릭터는 점점 더 과장되고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상대역인 '공주'는 그 반사이익으로 오히려 현실감있는 캐릭터라는 설득력을 얻어요. 갑자기 드는 괴리감이 상당히 불편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아마 인권단체 무급인턴인 '왕자'의 편이었을 것이고 그 입장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부잣집 도련님 설정은 제외해야겠지요. 저는 가난하니까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투적인 설정을 기본으로 한 이 영화는 비슷한 설정의 다른 퀴어 영화들 보다는 덜 상투적입니다. 주인공 캐릭터 이름을 뻔뻔스럽게 '왕자'와 '공주'로 설정해 놓고도 연애는 안하거든요. 허허. 그렇다보니 퀴어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섹스나 포지션을 소재로 하는 클리셰도 없어요. 별로 집착적이지도 않고 둘을 억지로 엮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둘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냥 더럽게 안맞는 성격의 소유자인데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 지나치게 될 뿐이죠. 그러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으르렁 거리기를 관두게 되고요.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 둘을 마음 속에서 어떻게든 엮으려고 할겁니다. 그게 재미있었어요. 퀴어영화니까 두 남자 주인공이 당연히 사랑해야할 것 같은 강박은 오히려 관객이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사랑의 가능성 같은 건 보여주지도 않죠. 여기에서 영화가 멈춘 것이 좋았어요. 아마 '공주'가 '왕자'의 삶을 이해하고 태도가 싹 바뀌어서 '그래, 나도 할래 인권운동!'하는 결말이거나, 혹은 으르렁거리다 갑자기 사랑이 불타오르는(!!) 결말이었다면 실망스러웠을 것 같거든요. 둘은 끝까지 가까워지지도 않고 어떠한 영역도 공유하지 않습니다. 싸우기를 그만두고 서로의 삶의 방식을 인정은 했지만 그것이 이해의 단계로 발전한 것은 아닙니다. 어정쩡한 상태로 끝나요. 그렇다고해서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고 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냥 제겐 그 결말이 담백하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남겨 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이야기가 사적인 영역에서만 봉합되는 것이 아니라, 게이 커뮤니티 내부의 고민도 떠올리게 하죠.
이 영화의 감독은 인권단체와는 연이 없고, 친구사이라는 단체와도 가깝지가 않습니다. 그런 감독이 가지고 있을 법한 태도를 생각하니 어쩌면 이런 시선이 더 투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시대의 수많은 '공주'들이 가지고 있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시각이 오히려, '난 년'으로 승화되어 나름의 판타지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하면서 팔은 안으로 굽는 주책스런 생각도 해보고요. 몇 가지의 불편한 표현에도 좋은 것으로 남겨두는 것은, 어쨌든 영화가 긍정적인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다른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선명한 의도들에 비해서 동전의 양면 같은 이 영화가 흥미로웠습니다. 감독의 태도를 전부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의 다음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고 할까요. 사실 이 영화를 택한 좀 더 결정적인 이유는, 영화제 후 뒷풀이에서 감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다, 문득 감독이 귀엽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에라이 그래 좋다, 하고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전 어차피 쥐뿔도 모른다니까요.
그리고 이영화가 재밌었던건...짧은 러닝타임 안에 많은 것을 담아내야 하는 부담감을 이겨내려고 ' 이 영화는 굉장히 작위적이야' 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아 재밌었어요.
갑자기 뜬금없이 공주와 왕자가 경희궁(맞나요? ㅎ)에서 맞닥뜨려 서로 자신들의 처지와 주장을 해대는 장면을 시작으로, 우유배달을 하다가도 만나고 지나가다 우연히 만나고..ㅎㅎ
영화에는 다행히 나오지 않았지만, 나중엔 둘이 잘되길 바라게 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어떤 의도로 우유라는 매개체를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우유를 나눠마셨다는건..... ㅎ 여기까지만 할게요~
어차피 우리 게이라이프의 선택은 자기몫이고 누구의 라이프가 옳다 강요할순 없죠~ 전 서로 충분히 이해했고 앞으로도 잘 이해할거란 희망을 봤어요 ㅋㅋ뭐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함께 같은 사랑을 하는 서로를 응원하니까 !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쥐뿔도 모르지만, 감독이 귀엽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