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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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게이가 만든 스마트한 영화 상영회 관람기
글: 현식 님
사진&편집: 규환
내부 비공개 상영회가 있던 날 나는 비공개라는 사실을 모르고 무작정 친구사이 사무실로 향했다. 이왕 온 김에 살짝 보라고 해주신 덕분에 아직 편집되지 않은 따끈한 영상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음악이 입혀지지 않았고, 추가분 촬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의 상영회였기에 이후의 개봉 당일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마주할지가 더 기대가 되기도 했다.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처음 "스마트 폰으로 찍는 영화"라는 기획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 걸까? 12주의 교육과정만으로 영화를 찍는 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게이봉 박두' 그날에 내가 마주했던 여덟 편의 작품은 그러한 의구심을 한방에 날려버린 화끈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3편의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남겨보려 한다.
<그대 잠든 사이> 감독: 이준호
고등학교 시절 나를 좋아했던 친구가 한명 있었다. 분명 내가 먼저 좋아했던 거 아니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난 다음엔 내가 더 좋아했지만, 그때도 사건은 밤에 발생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난 그 친구 집에서 잘 일이 있었고, 나란히 누웠던 그 친구의 손이 나의 가슴에 얹어진 건 얼마나의 시간이 지난 후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아니면 그 아이의 잠버릇이 그러했었는지, 분명했던 건 그 아이의 손이 나의 가슴 위에서 토닥토닥 거렸고, 난 숨을 고르게 쉬느라 엄청 애를 썼었다. 까맣게 내려앉은 어둠 안에서 우리 둘은 그렇게 잠이 들었고, 다음날 우린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난 그 친구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마주했는지 모른다. 그 아이가 내미는 손이 따뜻해서 좋았고, 마주보는 그 순간이 좋아졌고,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으로 난 분명 설렜었으니까. 그러면서도 마음을 열어보는 일에 서툴러 그 아이에게 한 번도 내 마음을 전달한 적이 없다. 그 아이도 나에게 일상적 언어 이외의 단어를 꺼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내 마음 어딘가에 아쉬움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대 잠든 사이" 작품 속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으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혹은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어 서로 숨기며 애를 태우기만 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게이들이라면 누구나 일반인 친구를 마음에 담아 둔적이 있지 않을까? 그 친구를 내 마음에 담으면 내가 아플 거 뻔히 아는데, 마음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아련함만 남겨버리는 바보 같은 짓.
"왜 아무것도 안 물어봐? 아까 좀 이상했잖아." 민수를 와락 안으며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버린 후 던진 물음에. 민수는 그저 웃었다. 아무 말을 하지 않고도 많은 대화를 나눈듯한 느낌. 구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이해되는 상황들 그 둘도 마찬 가지었겠지. 답을 말로하기 보다, 그저 바라보고 씽긋 웃어 보이는 것으로도 진실 된 답이 전달되었을 테니까. 영화의 마지막 이후 모습이 더 궁금해지는 건 아무래도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 전개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좋은 사람 생기면...> 감독: 함승일
우선 이 작품은 비공개 상영회 때부터 굉장히 공감이 갔던 작품이기도 했다.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 작품이었다고 할까? 나 자신 또한 그러한 상황에 처해질 경우의 수가 많을 거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더 많은 공감과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왜? 마지막이 판타지로 끝나지 않고, 꿈이라는 것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죠?" 비공개 상영회 때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작품의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다. 감독이 원래 의도했던 마지막은 주인공(현우)이 꿈에서 깨어나며, 영화 속에서 이야기 되었던 모든 상황이 꿈으로 비춰졌고, 시간적으로는 다시금 1주년을 맞이하는 그날 아침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연출했었다. 영화에서 이야기 되었던 모든 과정들이 꿈이라는 장치로 허상이 되어버리는 마지막 결말을 두고선 한참을 옥식각신 했었다. "난 영화의 마지막이 기분 좋은 판타지로 끝이 났으면 좋겠어, 그것이 꿈이라는 결말로 마무리 짓는 건 아닌 것 같아." 비공개 상영회에 모였던 대부분의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같았다. 그리고 반찬을 가지고 다시 올라온 엄마를 왜 방안으로 들이지 않았는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도 꽤나 길게 논쟁이 되었던 부분이기도 했었다. 작은 방안. 그 곳은 주인공(현우)만의 세상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애인(정환)에게만 허락되어진 자신만의 세계. 현우는 그 세계에 본인의 어머니라는 존재가 들어오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며 거부하게 되고, 그랬기에 두꺼운 철문을 쉽게 열지 못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자신만의 세계이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한 공간이기도 했을 테니까. '조금 전에도 저의 방안을 들어왔다가 나가셨잖아요. 그런데 왜 또 오신 거예요?' 반찬을 챙겨들고 다시 올라온 엄마를 외면해버린 현우는 그런 외침을 질러대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나, 엄마한테 커밍아웃 할까?"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현우)은 애인(정환)에게 슬쩍 커밍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그 둘은 서로 마주보며 씽긋 웃고선 원룸 밖으로 나선다. 감독이 의도했던 마지막 결말에서 현우는 꿈에서 일어나 어머니에게 커밍아웃을 하겠노라 정환에게 이야기를 하며 굳게 잠겼던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며 끝이 났다. 자신이 만들어 두었던 빗장을 걷어내고 한 발짝 나서는 모습이 나에겐 또 다른 이름의 희망이기도 했다.
물론 개봉당시 공개되었던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워서, 영화가 끝이 나고 입 꼬리가 한참동안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만의 세상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은 끈끈한 연결고리를 만든 것이 되기도 해서, 묶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세상이 평범한 것이 되는 순간엔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일이 되기도 한다. 영화 내내 불안한 눈빛으로 마주하던 현우와 정환은 마지막에 환하게 웃으며, 엄마에게 달려가지 않았나, 그 둘이 방안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T.N.T> 감독: 변천
영화시작부터 강력한 코미디로 영화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었던 작품. 영화의 시작은 "폭탄"처럼 시작 되었으나, 마지막에 드러난 반전 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했고, 상황으로 빗어낸 유머코드는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이끌어내는데 성공적이었다. [체형, 외모, 나이, 직업의 유무] 등 셀 수도 없을 만큼이나 다양한 조건들을 제시하며, 자신이 원하는 타입을 고르는 우리들은 처음, 혹은 마지막에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조건이 분명 있다. "성향이?" 아뿔싸,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데, 이것이 맞지 않는다면 조금은 곤란한 상황이 오는 건 영화에서나 현실에서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일단 속궁합을 보고 사귈지 말지를 결정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과히 쉽게 넘어갈 문제만은 아니다. 감독은 유쾌한 상황을 설정하긴 했으나, 우리들이 처한 현실적 상황도 배재하지는 않았다. 커플티를 입고 다니는 두 남자. 그리고 느껴지는 주위의 시선들은 그 둘을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또 다른 압력으로 존재했다. 시선의 타협점을 만드는 것도 우리들이고, 그 시선을 따갑게 여기는 것도 결국은 우리들인데, 그래서인지 결론도 우리식대로 내려버리곤 한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거야.", "사람들이 뒤에서 뭐라고 할 거야."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은 선생님께서 이름만 불러도 오금이 저리는 것처럼 말이다. 글쎄, 그 전에 나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주의 깊게 쳐다보고는 다녔나? 영화는 T.N.T 가 가지는 의미적 결말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가고 마지막 T.N.T 에 도달하는 순간, 영화는 반전 포인트에 웃음 마침표를 찍으며 막을 내린다. 영화 안의 모습처럼 관심사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는 일반적으로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어디까지나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기에, 그런데 우리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일반 사람들은 불가능 하겠지만 말이다.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어제 새벽에 졸린눈을 비비며 읽고 썼더니 굉장히 감정적이 되버린 댓글을 지우고 수정합니다 ㅋㅋ
모든 영화가 좋았지만, 특히나 첫번째 영화는 클리셰를 안고 가는 느낌이라 진부할수도 있었지만 의외에 부분에서 웃음을 유발하거나 살짝 비꼬면서 조금은 참신함도 함께 주지 않았나 생각되는 영화였어요~
현식님도 쓰셨지만 ㅎ 누구에게나 비슷한 상황들이 한번쯤은 있지 않았을까....일반을 상대로 말이죠~ ㅋ 다행히 영화에서는 두사람다 게이인것 같아 앞으로가 기대되었지만요 ㅎ
두번째 영화는 저는 개인적으로 비공개 작보다는 개봉한 영화의 결말이 좋은거 같아요~
꿈이였다면 왠지 허무했을거 같은 느낌......... 우리의 현실은 처절하고 구질구질 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영화에서 만큼은 네 사람 모두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는 마음. 그마음이 잘 드러난거 같아요 ~ 공개작이 말이죠 ㅋㅋ
아무튼 정리안되는 저는 현식님의 글 솜씨에 감탄하고 이 비루한 댓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