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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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활동보고] 스틱을 아시나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이종걸
저는 2002년 2월 1종 보통 운전면허를 땄지만 10년 째 장롱 면허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 내게 운전대를 양보한다면 기꺼이 운전할 의양이 있습니다. 만약 그 차가 스틱이라면요. 오토는 문외한입니다. 스틱의 그립감은 묘합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기사님이 기어 변속하는 모습을 보며 스틱 운전을 상상하던 어릴 적이 있었습니다. 기어를 바꾸면 차가 반응하는 느낌. 스틱은 운전하기에 오토에 비해 불편하지만 결국 내가 이 차의 진정한 운전자라는 생각을 줍니다.
4월 11일 총선 이후로 저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 활동가나 주위 사람들은 멘탈 붕괴 상황이었습니다. 민주당의 패배보다 녹색당, 진보신당의 실패가 너무나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무엇으로 의미를 삼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선거는 어느 새 잊혀지고, 현실 감각을 찾아 친구사이는 계획했던 사업들에 몰두 했습니다. 홍석천씨와의 성소수자 인권지지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커밍아웃 인터뷰 최초로 레즈비언 지현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공개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꾸준히 이슈화 되었던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 때 친구사이 회원들은 공연 장 앞에서 'Born this way'로 플래시몹을 했습니다. 5월 17일에 있을 아이다호 데이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를 위해 ‘You make me proud'라는 곡으로 영상을 만드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5월 중에 공개되겠지요. 친구사이가 참여하는 가족구성권연구모임과 언니네트워크가 함께하는 가족구성권네트워크 사업인 ’찬란한 유언장‘ 행사도 있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원하는 방향과 속도대로 아무런 탈 없이 운전하려면 운전자의 정확한 판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운동의 스틱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현명한 판단과 잘 짜인 전략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을 적절한 시기에 동을 띄우고 알리고 이끌어야 하는 것은 스틱의 역할이 아닐까합니다. 친구사이도 그러할 것이고요. 게이 커뮤니티의 욕구나 생각들을 잘 버무려서 운동의 동력으로 삼고, 친구사이는 이것을 잘 이해하여 시의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기어를 변속하는 의무가 있을 것입니다. 5월 17일 아이다호 데이 , 5월 24일에 시작되는 서울 LGBT 영화제, 6월 2일에 있을 퍼레이드. 결국 성소수자들은 다시 힘을 내어 운전을 시작합니다. 친구사이는 광장으로 게이 커뮤니티를 불러드릴 것이고, 성소수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도 알릴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사이는 언제나 닦고 쪼이고 기름칠하고 있습니다.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