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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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퀴어 참관기] 묻지마 중창단의 씽씽퀴어 이야기
자루 (언니네트워크 묻지마 중창단)
즐긴만큼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쓰고 싶었으나 역시 그렇지 못한 뮤직캠프 후기
“뮤직캠프 어땠어?”
캠프가 끝나고 난 뒤 만난 친구가 던진 이 일곱 글자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친구는 주문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어느 새 싹 다 비웠더랬습니다. 웃음기, 군더더기 싹 빼고 그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했다 라는 얘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죠. 말을 하면서도 이것이 정녕 1박2일 동안 내게 일어났던 일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지_보이스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았... 아니 뭐, 그만큼 알찼다는 얘기입니다. 뮤직캠프 이후로 며칠을 몸살로 앓았다는 얘기는 왠지 자존심 상하는 것 같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후기를 쓰고 있으니만큼 살짝 애교로 덧붙여봅니다.
지_보이스를 항상 먼발치에서 흠모해왔던 1인으로서, 기회는 이때다 하고 참여했던 뮤직캠프. 정말 1박2일을 쉼 없이 달렸건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사실 웃고 떠들고 즐기느라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지_보이스 안에서 펼치고 만들고 나누어왔을 자원들을 보면서, 특히 모둠별로 주어진 노래 미션들을 척척 해내고 서로가 만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순간순간들을 목격할 때마다 입이 딱 벌어졌더랬죠. 무엇보다 그간의 시간과 경험을 지나며 무르익었을 지_보이스의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았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같이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또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무언인지를 소수자 문화운동의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고, 어울리고 함께 웃고 즐기는 자리에서도 나이나 반성폭력에 관한 원칙들을 공유하려는 깨알같은 노력들을 보면서, 그런 지_보이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르고 다른 이들이 만나 조심스러움으로 먼저 선을 긋는 것보다는 이렇게 마주치고 만나는 가운데 긴장과 경계들의 실체를 확인하면서, 때로는 그것을 넘기도 하고 때로는 가로지르기도 하는 것. 그리고 같이 얘기할 수도 있고 농담을 주고 받을 수도 있고 나중에서 함께 무대에 서서 입을 모을 수도 있게 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사실 차이라는 것은 만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함께 노래하며 생각했던 씽씽퀴어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실로 감동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인지 입을 모은다는 것은 마음만큼 또 생각만큼 쉬운 것도 그저 즐거운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함께 부르는 노래는 그저 무언가에 무언가를 더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나누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가진 자원을 나누고 역할을 나누고 그것을 통해 각자가 가진 것들이 우리가 가진 것들이 되고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임을, 사실 이번 뮤직캠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_보이스의 함께 부르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느끼게 되는 감동이나 찡함은 그러한 노력들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이겠죠. 작년 연말 학생인권조례 통과를 위한 농성에서도 지_보이스가 부르는 <벽장문을 열어>나 <길고양이의 노래>를 듣을 때마다 울컥하며 눈물을 쏟아 주변 언니들에게 어찌나 울보라고 놀림을 받았던지. 사실 뮤직캠프에서 같이 <벽장문을 열어>를 배우고 부르면서도 몇 번이나 혼자 울컥울컥했답니다. 다음에 어떤 자리에서 이 노래가 불리울 때 저 또한 같이 입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기쁘게 느껴지네요.
<묻지마 중창단>을 시작한지 이제 반 년. 중창단의 앞으로를 이야기하고 고민할 때마다 지_보이스는 좋은 참조점이 됩니다. 지_보이스가 스스로 만들면서 내온 길을 확인할 때마다 든든하기도 하고 자극도 받아요. 함께 부르는 노래가 가질 수 있는 힘과 감동을 새삼 떠올리게 해 준 것은 지_보이스였으니까요. 뮤직캠프에서 ‘본의 아니게’ 자꾸 마이크를 잡게 될 때마다 긴장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고민을 하게도 되고 나눌 수 있게 되어 좋은 기회였던 것 같고, 너무 즐기다가만 온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합니다. 완벽히 같은 고민은 아닐 지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진 고민의 좋은 청자가 되어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친구이자 자매로서^^; 지_보이스의 다음 무대, 그리고 다음 초대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묻지마 중창단도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