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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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퀴어 참관기] 지_보이스의 씽씽퀴어 이야기
승구 (지보이스 단원)
2012년 3월 10(토) ~ 11(일) 약 이틀동안 지_보이스 뮤직캠프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뮤직캠프는 지_보이스 단원 1년차인 제가 처음으로 참가하는 뮤직캠프이기도 했구요. 장소는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기독교단에서 운영하는 수련원이었습니다. ‘기독교 수련원과 성소수자 인권단체’라는 조합에 묘한 기분을 느끼며 짐을 풀고 프로그램 참가를 시작했네요. 버스 타고 오면서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도착하고 나니, 처음 뵙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여성단체인 ‘언니 네트워크’ 소모임인 ‘묻지마 중창단’에서 오신 분들, 개별적으로 뮤직캠프 광고를 보고 신청하신 분들 등 다양한 배경, 다양한 성별, 다양한 정체성을 지니신 분들이 오셨더군요.
첫날에는 댄스타임, 조별 게임 및 미션, 음력(音力)발전소, 초청 간담회등으로 그리고 둘째날에는 합창연습, ‘지_보이스에 바라는’점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저에게 있어서 쥐약이라 할수있는 댄스타임 : 처음에는 어렵고 어색했지만 그리고 상당히 힘들었지만, 다 같이 빙둘러서서 댄스를 하니까 정말 좋고 새로운 느낌이더군요. 특히나 이번 댄스타임에서 저는 남성(male) 역할을 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너무 어색했지만ㅠㅠ 살면서 몇 번이나 제가 이런 역할을 해볼수 있을까요!ㅋ
- 조별 게임 및 미션: 새로 오신 분들이 많아서 인지 저희 조에도 제가 처음 뵙는 분이 몇 분 계시더군요. 하지만 승리에 대한 집념(?)으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간에 좀더 가까워질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잊을 수 없었던 오디션 컨셉의 조별 미션..저희조 같은 경우 아이돌그룹 컨셉의 공연이 미션이었는데, 아........생각만 해도 얼굴이 너무 화끈화끈 하네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기억에 남았고 무려 1등이라는 기쁨까지 누렸답니다. 그리고 다른 조원분들의 미션공연도 정말 너무너무 재밌었습니다. 역시 성소수자분들의 끼와 열정, 창의성이란 대단하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 음력발전소: 외부교수님이 강사로 와주셨던 발성법 연습,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봐도 강습 후와 강습 전의 소리가 많이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더군요. 발성 연습후의 실전 합창.. 선정된 합창곡이 쪼~금은 어려웠던 감이 있긴 했지만, 노래 자체는 정말 아름답고 좋았답니다.
- 그리고 간담회 : 지_보이스와, 장애여성극단인 ‘춤추는 허리’, 연분홍치마, 그리고 ‘묻지마 중창단’에서 각 한분씩을 모시고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특히 ‘춤추는 허리’라는 극단에 깊은 관심이 가지게 되었답니다. ‘장애여성’으로서 예술을 매개로 세상과 만난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제가 몸담고 있는 ‘지_보이스’와 비슷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간담회 내내 저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준, 그리고 제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 ‘춤추는 허리’의 공연...언젠가 꼭 한번 보러가고 싶네요.
그리고 모든 일정을 끝내고 밤새 Party time~ 모두 함께 밤새도록 즐겁게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게임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함께해요~
작년 즈음 서울시장 선거가 한창일때 모 언론이 당시 박원순 시장 후보를 공격했던 기사 중 하나의 소재가 바로 이 ‘뮤직캠프’였습니다. 당시 기사 제목은 ‘게이노래문화 육성? 박원순재단 동성애단체 지원’이라는 제목으로서 박후보가 설립했던 ‘아름다운 재단’이 2010년 대안적 공익활동 지원사업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의 뮤직캠프를 지원했던 사실을 비난하는 내용이었죠.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그 기사를 통해서 지_보이스 뮤직캠프가 ‘대안적 공익활동’이 될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답니다. 사실 그때 뮤직캠프를 한번도 참가해보지 않았던 저로서는 뮤직캠프가 단순히 지_보이스 MT수준의 행사인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직접 와보니 ‘대안적 공익활동’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열혈 지_보이스멤버분들은 물론 처음으로 벽장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게이, 레즈비언, 일반 여성운동가분들, 장애여성을 위해 활동하시는 분들 등등 다양한 배경, 다양한 성향, 정체성을 지닌 분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그분들과 같이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제 사고를 좀 더 넓힐 수 있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직장,학교 등지에서 강요된 획일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획일적인 집단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가 언제 이러한 새로운 경험을 가질 수 있을까요.?
베네수엘라라는 나라에는 빈민층 아이들을 위해 ‘엘 시스테마’라는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음악교육을 통해 그들에게 협동, 이해, 질서, 소속감, 책임감 등의 가치를 심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서 사회적인 변화를 추구한다고 하네요. 뮤직캠프, 그리고 뮤직캠프에 참가하신 지_보이스, 춤추는 허리, 묻지마 중창단, 연분홍치마분들 또한 예술을 매개로 ‘엘 시스테마’와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고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비주류인 분들을 위한 대안적 공익을 위해서요.
저를 대안적 공익활동에 참가하게 해주신 지_보이스 여러분
그리고 행사 진행, 준비하느라 수고 많으신 여러 스텝, 진행자 분들.
그리고 만남을 통해 제 사고의 지평을 더 넓혀주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안적 공익활동에 더 참여하려고 합니다.
다른 성소수자 분들 그리고 성소수자분들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것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다음번에는 즐거움, 유쾌함, 아름다운 깨달음이 있는 지_보이스 뮤직캠프에 함께해요~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