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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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약물사용자와 함께하는 사람들' #4]
친구사이와 약물사용자
친구사이는 약물사용자와 함께합니다.
알콜 얘기부터 해볼까요. 한국에 알콜중독자는 상당히 많고, 주사나 주취폭력이 일상화돼 있음에도 알콜 자체를 불법화하진 않습니다. 문제에 비해 우리 주변에 알콜에 대한 악마화나 범죄적 낙인도 그 수위가 대단히 높은 편도 아닙니다. 그런데 다른 약물 사용, 즉 마약에 대한 사용은 공포가 굉장히 과장되어 있고, 사용자에 대한 낙인도 수위가 대단히 높습니다. 알콜의 문제를 100으로 수치화한다면 실제로 우리가 평상시 갖는 문제의식은 10 정도인데, 마약의 문제 100 정도로 수치화한다면 우리가 체감하는 문제의식은 1000 정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는 약물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현상에 비례하는 인식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남기는 코멘트입니다.
한국에서 의료 목적이 아닌 불법 약물사용은 범죄일 뿐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지탄 대상입니다. 악물사용은 보통 중독의 관점에서 문제로 다뤄지며, 국가는 약물사용자를 지금까지 오로지 범죄자로, 치료 불가능한 인생·도덕 파탄자로 규정하고 단속하고 처벌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관점은 한국에서도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물 사용과 약물 중독은 구분되어야 하며, 약물 사용은 반드시 중독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약물마다도 각성제, 환각제 등 그 효과가 상이하고, 중독성이나 유해함의 여부와 수위가 전혀 다릅니다. 어떤 약물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였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의미의 사용인지에 따라 잠재적인 위험이 상이합니다.
중독되었다고 해서 중독치료와 일상 회복이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약물 사용을 일괄적으로 범죄화하고, 그 처벌의 수위가 높을 때 치료와 회복은 어려워집니다. 경찰은 마약에 출구는 없다고 공포를 조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무책임한 주장이고, 약물사용자의 생명을 포기하는 대단히 반인도주의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물중독자는 출구가 없으니 영원히 엉망진창인 상태에서 머물라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손상의 수준이 치명적이지 않다면, 꾸준한 치료와 관계망 회복을 통해 약물 중독으로부터 회복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감금 중심의 단속과 처벌이 약물사용을 음지화하여 낙인을 강화하면서 약물사용자가 의료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고, 약물사용자나 중독자가 관련 사실을 숨기게 되거나 주변인의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관계망을 회복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또한 중독의 회복이 어려운 경우엔 사용자의 트라우마나 사회적 취약함, 고립, 외로움 등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전생적인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이 회복의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약물 사용이라는 삶의 단편으로 사용자를 범죄, 도덕적 낙인을 찍는 것은 그런 이해를 어렵게 합니다.
지금의 친구사이 구성원들도 약물과 약물 사용에 대한 엄청난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예 삶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약물 관련 사회분위기에 문제제기하며, 약물사용자와 함께 하려고 합니다. 이는 약물 사용을 권유하는 것도 아니고, 약물을 수단으로 이익을 착취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망쳐버리는 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물 사용의 효과와 위험을 최대한 현상 그대로 이해하며, 불필요한 낙인과 비난에 항의하며, 약물사용자가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관계망의 일부가 되고자 합니다.
성소수자, 특히 게이 커뮤니티의 약물사용 취약성
청년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이 2021 실시한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 조사에 의하면, 한국 성소수자 집단에서 게이-바이 남성의 약물 사용 경험이 다른 집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혹은 게이 커뮤니티 안에 약물사용 경험자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약물 사용은 명백히 친구사이가 기반한 커뮤니티의 의제라는 것이죠.
누가, 왜, 어떤 경로로 약물을 사용하게 되는가. 특히 게이 약물사용자의 경험은 구조적으로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앞으로 더 이어나가야 할 과제이겠습니다. 하지만 친구사이는 조금 더 실질적인 측면에서 약물 사용 문제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약물사용자 중 자조와 회복을 원하는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존재함에도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약물 사용 경험이 있는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많은데도 정보는 왜곡되어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도 아주 소수입니다. 또한 성소수자 약물사용자는 약물사용 자조모임 커뮤니티에서도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로 배제되고 소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커밍아웃하기 어렵거나, 혹은 자조모임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존재할 수 있는 잠재적인 혐오로부터 안전한 자조와 회복 환경이 필요한 것입니다. 성소수자 약물사용자는 약물사용의 범죄화와 성소수자혐오라는 이중적인 어려움 속에서 사회적으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친구사이는 약물 사용을 시도하려는 구성원, 원치 않게 약물 사용을 한 구성원, 약물 사용을 하고 있는 구성원, 약물에 중독된 구성원들이 각자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는 자원들을 모으는 작업을 천천히 해나가려고 합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 약물사용자와 함께 하기
한국 사회는 약물 사용에 주어진 과장된 공포와 낙인을 넘어, 약물과 약물 사용에 대한 적절한 지식을 재구성하고, 약물 중독으로부터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의 치료와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약물 유통에 대한 국가적 통제와 약물 사용의 비범죄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약물 사용 회복을 위해서 전생적인 이해를 기초로 치료와 회복이 이뤄져야 함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이 중독 회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관계와 돌봄이 필요함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여러 추정이 가능하지만, 아직 한국 게이 커뮤니티에서 왜 약물 사용 경험이 유독 두드러지는지 유력한 원인을 짚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약물 사용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이유에는 게이 커뮤니티만의 외모 위계, 커뮤니티 문화, 특히 성문화에서의 소외, 공허한 관계성이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친구사이, 나아가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이러한 사회적 취약성을 더 드러내고 개입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친구사이,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약물사용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약물 사용이 범죄화되어 있는 환경에서, 자신의 약물 사용 경험과 중독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고, 회복을 위한 과정에서 대화의 장이 되어주고, 또 회복을 돕고 회복을 위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질적인 도움에 앞서, 선언적으로 약물사용자와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확산하고, 약물 사용에 주어진 낙인에 대해 저항하는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약물사용과 관련된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더라도, 오랫동안 알면서도 개입하지 못했던 상황을 끊어내고, 우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월 5일 친구사이 사정전에서 진행한 약물사용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집담회는 그 시작입니다.
낙인 뒤에 사람이 있음을, 성소수자 집단의 범죄화와 연관되는 분야에는 약물사용에 앞서 이미 HIV 감염과 군 복무 문제가 있었음을 기억하며, 긴 싸움에 친구사이가 함께 올라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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