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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의 선물, 여자 인형
2004-01-28 오전 00:48:12


중동 산업 역군으로 일하던, 리비아의 외삼촌이 내게 선물을 보내왔다. 아름다운 여자 바비 인형이었다. 사실관계를 밝히자면 내 첫째 여동생에게 보낸 선물이었지만, 여동생은 이제사 막 돐이었고, 그 선물을 갖고 논 것은 나였다. 중학교 때까지 최고의 선물이 '초코파이'였던 깡촌 무지랭이들에게 파란 눈과 금발머리의 이 이국적인 여자 인형은 분명 낯설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국적인 존재였다.

레이스가 치렁이는 짙은 청색의 드레스를 입은 그 금발 머리의 여자 얼굴은 아직도 기억에 뚜렷하다. 외국에서 촌구석으로 배달된 이 서구적인 인형에 내 눈이 혹했던 모양이다. 난 그녀의 머리를 수시로 빗어 넘겼고, 치마 속을 뒤적여 생식기 구분이 없이 뭉뚝한 사타구니 안을 매번 호기롭게 쳐다보곤 했다.

인간은 모방의 존재다. 모방을 멈추는 순간, 그는 죽은, 혹은 이미 인간의 죽음을 맞은 존재일 게다. 어린아이의 중요한 일과는 관찰과 모방이다. 난 그 파란 눈의 바비 인형을 본뜨기 위해 언제나 방 구석에 틀어박혀 귀한 코카콜라 병에다 나무로 엵은 몸통을 쑤셔넣은 다음 앙상한 나뭇가지에 입힐 옷을 만드는데 겨울의 긴 시간을 통째로 쏟아붓곤 했다.

기이한 일이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인형 옷을 만들라치면 당신이 직접 이불포로 쓰던 천감을 재봉틀로 박아 치마를 만들어주시곤 했다. 또 11명의 사촌 고모에 둘러싸여 성장한 난 고모들과 항상 누가 더 이쁜 옷을 만드는지 경쟁을 벌였다. 어느 겨울엔 큰집인 우리집 안방에 날마다 인형의 패션쇼가 벌어졌었다.

딴엔 그랬다. 바비 인형 따윈 눈을 씻고 봐도 없는 작은 촌동네 아이들이, 리비아에서 바다 건너 산 건너 온, 고급스러운 붉은 포장지를 뜯었을 때 '야'하고 동시에 터져나온 함성을 유발했던 이 양키 바비 인형에 모방의 상상력이 자극되어 서로 경쟁적으로 여자 인형을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 엄마 역시 이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동해 재봉틀을 열심히 밟아댔던 것이리라.

사람들은 게이적 감수성, 레즈비언적 감수성이 존재한다고 믿길 선호한다. 일테면 어느 덜 떨어진 미국의 심리학자는 '게이적 감수성'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군데의 남자 공중 화장실에 붉은 꽃다발을 갖다 놓고 게이들의 반응과 이성애자 남성의 반응을 살폈다. 물론 그는 '오, 이쁘다!'라는 게이들의 오버 액션이 바로 게이적 감수성의 실체를 증명하는 훌륭한 재현 양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여성/남성의 이분법적 젠더는 고리타분한 이성애자들의 삶과 욕망에 말뚝 역할을 한다. 해서 게이들을 생리학적으로나 감수성으로나 여성성에 수렴되는 종속 변수로, 레즈비언을 생리학적으로나 감수성으로나 남성성에 수렴되는 종속 변수로 설정해야, 그들은 여성/남성의 견고한 젠더의 아성 속에서 두 다리 뻗고 편안히 잘 수 있다. 그들은 죽은 게이의 뇌를 톱으로 썰어서 시상하부의 크기가 여성의 것에 가깝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레즈비언의 뇌 용적량이라든지 신체의 어느 부위가 보통 여성에 비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생리학적으로 확인해야 한숨을 내쉴 수 있다.

미국은 유럽에 대한 지독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게놈 지도로 대변되는 현대 유전공학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지지는 유럽에 비해 천박하기만 자연과학의 열등감을 슬쩍 눙치기 위한 눈가림이기도 하지만, 이분법적 젠더 양식에 종속된 비자율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한심한 작태다. 유전공학은 여성성과 남성성을 생물학적 지도로 환원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지 않았던가. 그들은 언젠가 또 핀셋에 어느 점막을 찔러넣고 게이 유전자를 발견했노라 호들갑을 떨 것이다.

어쨌거나 게이적 감수성을 발견하려는 이 불면증에 빠진 심리학자는 게이들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묻곤 한다.
"어렸을 적에 혹시 여자 인형을 갖고 놀았나요?"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네, 물론 갖고 놀았지요. 겨울 내내 옷을 입혔다 벗겼다 했지요. 머리도 빗어 넘길 걸요. 하지만 제가 가장 많이 즐겁게 갖고 논 것은 아랫도리에 난 제 물건이었어요."

예전에 내가 사귀었던 친구의 군대에서의 별명은 '드레스'였단다. 가끔 나도 드레스, 라고 놀려주곤 했었다. 행군을 할 때 길섶에 난 들꽃을 꺽어 철모를 꾸미는가 하면, 내무반 창문에 달려 있는 창문에 살짝 '레이스'를 옵션으로 달아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그게 뭐가 어때서? 탱크를 몰고 다니며 살인이나 저지르는 흉포한 마초들에 비해 훨씬 더 삶을 다채롭게 하질 않는가? 총구멍에 꽃을 꽂는, 너희들이 소위 게이적 감수성이라 부르는 일련의 행동들 말이다.

이성애자들의 여성/남성의 이분법적 젠더 놀이에 놀아나느라, '우리들 게이들도 똑같은 남성이고 남성적이에요'라고 말하는 게이들의 입은 이분법적 젠더 놀이에 포섭된 립싱크에 불과하다. 우리는 남성적일 수도 있고 여성적일 수도 있으며, 그 어느 것도 아닐 수도 있고, 그 어느 것일 수도 있다. 이 모호함의 쾌감은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들이 여성/남성의 이분법적 젠더 양식에 갇혀버린 이성애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며,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동적 잠재력이다.

외삼촌이 보내준 바비 여자 인형 덕분에 난 어렸을 적에 인형 옷을 만들고, 겨울 내내 방 구석에서 고모들과 함께 패션 쇼를 열었다. 그 일련의 행동들은 마치 내가 여름 내내 당숙들과 함께 자치기, 새총 놀음을 했던 것처럼, 지금 내 삶의 어느 부분에 충분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적어도 난 마초 이성애자 남성들에 비해 풍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나중에 내 여동생들이 조카를 낳게 되는 날, 그리고 돌을 맞는 날, 난 사내 녀석이 되었든 여자 아이가 되었든 다채로운 유우머를 선물로 줄 생각이다. 물론 여성의 육체를 화려한 드레스로 드랙시킨 강제적 이성애주의의 젠더 괴물인 바비인형은 빼고.

200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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