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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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1]
일본 남자 만날 수 있을 거라매...
: 기용 일본 출장기
저는 3월에 일본을 갔다왔습니다. 동성혼 관련 판결이 도쿄, 삿포로에서 3월 14일에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의 <모두의 결혼> 활동가들과 함께 견학을 갔다왔어요. 현장의 활동가들은 판결에 대해서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고 있는지, 평소의 캠페인은 어떤 전략과 슬로건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살피고 배울 수 있는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답니다. 저는 도쿄팀이었어요.
일단 결과가 궁금하시지요? 우선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성혼 소송이 뭔지 알려드릴게요. 일본의 <Marriage For All>(메리지포올; 모두를 위한 결혼)이라는 동성혼 운동 단체가 일본에서 이미 동성부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원고로 모집해 각 지방에서 ‘동성혼 소송’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주장은 동성혼이 보장되지 않는 일본의 현실이 두 가지 헌법 조항에 위반되고, 따라서 국회가 동성혼 법제화에 나서지 않는 것은 방임이며, 국가는 현실을 살아가는 동성부부들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한국과 달리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각 지방법원이 판결할 수 있고, 3심까지 간다면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확정짓습니다.
위헌 여부가 판단되는 헌법 조항은 아래 두 가지에요.
제14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아래 평등하며 인종, 신조, 성별, 사회적 신분 또는 문벌(門地)로 인해 정치적, 경제적 또는 사회적 관계에서 차별받지 않는다.
제24조 1항 혼인은 양성의 합의에 의해서만 성립되며, 부부가 동등한 권리를 갖는 것을 기본으로 상호 협력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 2항 배우자 선택, 재산권, 상속, 주거선정, 이혼, 혼인 및 가족에 관한 기타 사항에 대해 법률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에 입각하여 제정되어야 한다. |
즉 (1) 제14조 1항에 대한 위반 여부 (2) 제24조 1항에 대한 위반 여부 (3) 국가 손해배상 책임의 인정 여부가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성혼 소송의 요점입니다. 일본의 지방법원들은 이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가에 대해서 일관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 이 소송들은 계속 기각 판결되고 있습니다만, 국가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는 실질적으로는 이 소송을 법리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한(물론 인정받는다면 더 좋겠죠!) 주장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두 항에 대한 위헌 판결을 얻어내는 건데요. 위헌이 인정된다면, 국회가 동성혼을 법제화해야 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도쿄지방법원은 일본에서 동성혼이 불가한 현실이 제14조 1항에 위배되고, 제24조 1항은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삿포로지방법원 제14조 1항에 위배될 뿐 아니라, 제24조 1항도 위배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제14조 1항은 ‘평등권’에 대한 것이고, 제24조 1항은 ‘혼인’에 대한 정의 조항인데요. 도쿄지방법원은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이것이 시정되어야 하지만, 제24조 1항이 동성혼 권리를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반면 삿포로지방법원은 제24조 1항에서 말하는 ‘양성의 합의’는 상호 간의 동의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합의된 혼인관계로서의 동성혼을 보장하는 문구라고 해석했습니다. 도쿄보다 삿포로에서 더 전향적인 판결이 나온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도쿄와 삿포로 두 경우 모두 동성혼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위헌이고 시정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쿄와 삿포로 모두 2심 판결이었는데요. 3심인 최고재판소 판결을 기다려봐야 하겠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일본 성소수자 활동가과 시민, 그리고 언론들의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한 판결의 결과를 기다리며, 재판 전후로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퀴어퍼레이드를 하듯이 시민들이 원고와 변호사들과 함께 무지개 깃발을 흔들면서 도쿄지방법원을 걸었습니다. 예상되는 판결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어떤 논조로 평가할 것인지 미리 치열하게 토론된 상황이었고, 재판 후에도 활동가들은 재판 결과를 가지고 문항 하나하나 따지면서도 종합적인 평가를 빠르게 내리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언론도 정말 많이 왔어요. 원고와 소송 대리인단을 둘러싼 인파가 보이시나요? 한국도 모두의 결혼에서 동성혼 소송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때도 한국 시민과 언론들이 큰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역사적인 한 순간에 저도 저 인파에 있을 수 있어서 신기하고 가슴 뛰었던 것 같아요.
일본 활동가 분들이 한국 활동가들을 너무 잘 환대해주시고 이야기 나눠주셔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3일이었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서 히로시-필립 부부께 특히 감사드려요. 3일 내내 모두의 결혼 도쿄팀의 에스코트를 해주셨답니다. 첫날에는 집에 초청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주시기도 했죠. 필립은 주한뉴질랜드대사를 역임할 때 처음 보고 히로시도 동성파트너로 한국에 머물 때 처음 봤었는데, 임기 후에 이렇게 일본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다음에 한국에 일본 활동가들이 오면 반갑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어요!
그런데 이게 결국 일본의 일이지 한국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일본의 경우를 배운다고 한국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인권활동을 하면서 국제적으로 교류하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여러 활동 전략, 활동가의 유형, 동기들을 공유받으면서 정말 많은 영감을 얻게 되거든요. 그리고 비단 한반도 남부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뿐 아니라,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위해 세계적인 연대를 이어나간다는 것이 우경화되고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세태에 함께 저항하는 일이기도 하다면, 우리는 더 연결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근현대사를 전공했었고, 식민지 정치에 대한 일본의 책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왔습니다. 저는 일본의 지식인들이나 정치인들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위안부나 조선인에 대한 탄압, 살인, 방화 등 악행이 빈번히 일어났던 일제강점의 고통과 교훈으로 일본에 대해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한국인들도 적지 않게 존재하지요. 영토 분쟁만을 반복할 뿐 당장 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일본은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지요. 이런 대중적인 생각과 감정 때문에라도 일본이 동성혼 법제화가 한국보다 빨리 된다면, 한국도 자존심이 상해서 법제화하지 않을까 농담삼아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번 일본 출장을 통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각자 위치에서, 다른 역사적 정치적 맥락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영향력을 주고 받고, 영감과 원동력을 주고 받는 관계에 있습니다. 배우고 연대하고 서로 의지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두 번의 세계대전이 남긴 것이 무거운 상처와 과오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더 많이 대화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일이, 결국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남기기도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일본 활동가들, 그리고 원고들의 건승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멀리서 기사를 통해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로 동료가 되어가는 저의 일본 친구들이 변화의 기쁨을 곧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기쁨은 일본 국민, 그리고 모두를 위한 것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p.s 아니 일본어 못해도 한국 남자 인기 많을 거라고 한 사람들 빨리 나오셈. 내가 뭐가 돼.. 하...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모두의 결혼 활동가 / 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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