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감독: 존 카메론 미첼(John Cameron Mitchell)
제작자: 프로세스(Process)사 팀 퍼렐(Tim Perell) 및 하워드 거틀러(Howard Gertler)
배역 감독: 수전 숍메이커(Susan Shopmaker)
* 배경 사진은 이제 그만들 보시고... [제작사 사이트 배경 사진이 쬐~끔 야하거든요 *^^*]
질문: 왜 강렬한 얘기를 전달하고, 웃음과 슬픔으로 가득 차고, 강렬한 연기로 가득 차고, 상당량의 노골적인 섹스--꼴리고 싸는 것까지 포함해서--가 등장하는 영화는 없는 걸까.
섹스는 대화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실제로 섹스하는 장면이 식당에서 얘기하는 장면만큼이나 극적으로 흥미롭지 않을 이유가 뭘까.
왜 '웃었노라, 울었노라, 쌌노라'라고 말하게 만드는 영화는 없는 걸까.
* 영화의 노골적인 섹스
섹스는 세포간질같다. 섹스는 우리의 정서적 일상의 신경 종말 다발같다. 섹스야말로 우리의 모든 기쁨, 두려움, 트라우마, 그리고 희망이 무의식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다. 우리는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섹스의 복잡함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서 섹스가 영화로부터 강탈됐다고 믿는다.
헐리우드가 섹스를 다루는 방식이 비하적이고 환원적이고 실망스럽다는 건 명백하다. 하지만 북미의 인디 영화, 외국 예술 영화, 줄거리가 없는 실험 영화, 그리고 포르노조차도 똑같이 답답할 수가 있다. 줄거리 있는 인디 영화 중에서 이야기는 만족스러운 작품도 있지만, 결국 다들 강렬하고 검열되지 않은 섹스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프랑스가 주도해서 만든 최근의 몇몇 예술 영화 중에는 이야기 잘 만들려고 고심했고 신선할 만큼 검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잘난 척하고, 웃음도 없으며, 일부러 섹시하지 않다. 실험 영화의 경우, 성적으로는 노골적이지만 이야기면에서는 '게으를' 수도 있다. 오로지 관객으로 하여금 싸게 만들기 위해 제작되는 포르노는 분명 즉흥적일 수도, 보는 사람을 흥분시킬 수도 있다. 특히나--70년대~80년대 초에 만들어진 포르노 중 괜찮은 작품에서처럼--연기자들이 카메라의 제약적인 시선에서 벗어나서 연기에 몰두할 경우에 말이다. 하지만 포르노는 지적이고 정서적이고 이야기적인 면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단조롭게 마련이다.
* 이 영화
우리는 강렬하고 전통적인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즉 젠더, 성(sexuality), 미술, 음악, 정치가 유동적이고 폭발적인 현대 뉴욕시의 범성애적(pansexual) 보헤미안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낭만적이고 성적인 관계들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탐색해보고 싶은 거다. 우리는 일부 일처제 또는 한 사람한테만 감정적으로 성적으로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살펴보고, 그게 특정한 동성간 관계랑 이성간 관계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고 싶다. 우리는 섹스랑 사랑이 어떻게 상호 배타적인지 연구하고, 그 두 가지를 합치기 위한 노력을 그려내고 싶다.
전통적인 헐리우드 영화에 비춰볼 때, 우리 영화는 웃음이랑 정서에서는 '이투마마(Y Tu Mama Tambien)'하고 비슷하지만 노골적인 섹스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 될 거다. 그리고 우리는 강렬한 관계에 대한 여러 영화의 정조(情調)랑 주제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여러분도 한 번 보시길 권한다--존 카사베츠(John Cassavetes)의 '별난 인연(Minnie and Moskowitz)',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춘광사설)', 일레인 메이(Elaine May)의 '과외 수업(The Heartbreak Kid)', 프랑크 리플로(Frank Ripploh)의 '변소로 가는 택시(Taxi zum Klo)', 우디 앨런(Woody Allen)의 '스타더스트 메모리(Stardust Memories)', 앨버트 브룩스(Albert Brooks)의 '결혼과 이혼 사이(Modern Romance)', 로버트 알트만(Robert Altman)의 '세 여인(Three Women)'과 '결혼식(A Wedding)', 그리고 심지어 에른스트 루비치(Ernst Lubitsch)의 '낙원에서의 곤경(Trouble in Paradise)'까지.
사진 설명: 영화 '헤드윅'의 한 장면
* 줄거리
이 영화가 가려는 데까지 갈 만큼 용기 있는 북미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다수의 전문 배우랑 그 매니저나 기획자는 우리 영화에 나옴으로써 앞으로 시트콤에 출연하지 못할까봐 걱정할 거다. 우리가 이 사이트를 만들고 홍보하는 비범한 방법을 택한 주된 이유는 바로 비범한 배우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국을 뒤지고 나서도 (1) 독특한 카리스마로 우리를 매혹시키고 (2) 우리가 원하는 즉흥적 연기가 가능하고 (3) 카메라 앞에서 섹스를 할 수 있고 (4) 또 다른 적절한 배우하고 성적으로 교감이 가능한 배우는 한 손에 꼽을 정도일 거다. 그래서 우리는 대본을 갖고 시작해서 거기에 배우를 끼워맞추는 대신에 일단 배우를 찾아낸 다음에 그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 사람들에 의해서 대본을 쓸 거다. 4주 동안 진행될 대강의 틀만 짜인 워크숍을 통해서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 가지 이상의 게이 관계에 개입될 거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는 레즈비언 또는 이성간 관계일 거다. 양성애자 남자가 남자, 그리고 여자하고 두 가지 관계를 갖는다는 내용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남자, 남자, 여자 사이에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삼각 관계를 다룰 수도 있다. 인물 중 하나는 창녀(또는 남창)이거나 실전 위주의 성 치료사(sex therapist)일 수도 있다. 어쩌면 하루 종일 집에서 자기 자지를 빠는 인물이 나올지도 모른다(이럴 경우엔 비유적으로 인상을 끄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겠다--암튼 배우 지망생 여러분은 이력서의 '특기'란에 이런 능력을 적어넣으시기 바란다). 암튼 우리는 배우가 다 갖춰지기 전에는 이야기 자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아는 게 하나도 없을 거다.
* 배역
우리가 찾는 사람은 똑똑하고, 카리스마가 있고, 개성적이어야 한다. 성별, 인종, 피부색, 신념, 체형, 나이(물론 만 18세 이상이어야 되지만)는 상관 없다. 우리는 배우들이 서로 그리고 제작자측하고 동등하길 원한다. 우리는 문화적 주류--심지어 동성애 문화의 주류--에 속하지 않는 배우를 원한다. 우리는 이반이건 일반이건 기존의 이미지나 모델의 판박이는 원치 않는다. 연기 경험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상당 부분 즉흥 연기에 기댈 테니 그게 핵심적이지는 않을 거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일면을 연기하는 데 불편해하지 않는 사람을 원한다. 우리는 배우들 자신한테 개인적으로 중요한 극적 주제랑 상황을 탐색해보도록 권할 거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우리는 인물하고 장면을 허구로서 발전시키되, 느슨한 대화를 권할 거다. 어쩌면 심지어 실제 촬영 중에도 대사를 말 그대로 치는 건 전혀 원치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재미있고 서로 믿는 작업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그래야만 거리낌 없이 배우 개개인의--자신도 모르는--창의적인 면을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영화에서 섹스는 얼마든 가능하다. 유일하게 금지되는 건 바로 자의식이나 '이성'이라는 놈이다.
* 워크숍과 리허설
배역 과정에서는 인물, 주제, 줄거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내게 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한 달 동안 워크숍을 통해서 즉흥 연기를 개발하는데, 이 과정은 배역이 끝난 뒤 곧장 시작될 거다(3월 말~4월 초 시작 예정). 워크숍에서는 배우들이 보상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감독의 지도 아래 집중적인 토론과 즉흥 연기를 하게 된다. 마이크 리(Mike Leigh),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카사베츠같은 감독들의 리허설/각본 집필 기술 중 일부를 차용할 거다. 섹스하고 무관한 조연 배우들은 바로 이 시점에서 작업에 합류하게 되는데, 인물, 주제, 줄거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우리 팀원 누가 내든 대환영이다. 물론 일이 진행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드는 배우가 있을 경우, 그만 두면 된다. 그리고 영화 제작자측도 특정 배우가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배역을 다시 할 수 있다.
워크숍이 끝나면 한두 달 동안 대본을 쓰고 제작 준비를 할 수 있다. 감독은 꽉 짜인 대본 대신 대강의 틀만 갖춘 대본을 준비하게 된다. 그래서 대사는 언제나 느슨하고 변할 수 있다. 대본 각색과 재촬영을 쉽게 하기 위해서 심지어 장소도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촬영을 시작(2003년 초가을 예정)하기 얼마 전까지는 모든 배우하고 2주 동안 아주 집중적인 리허설을 거칠 거다.
우리는 재능 있고, 용기 있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이 특이하고--어쩌면 경솔하며--분명히 획기적인 일에 동참하기 바란다.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