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 12살 때부터 이 나라[미국]를 떠나는 공상을 해온 건 사실이지만, [부시] 대통령이 미 헌법으로 내 동성애 가족을 금지해야 한다고 발표한 지난 화요일[2월 24일]만큼 그 공상이 절박한 때는 없었다. 말하자면 나랑 내가 사랑하는 식구들은 정부가 겨누는 총의 엉뚱한 쪽에 서 있는 셈이었다--물론 말 그대로 총구 앞에 서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발표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우리의 가장 깊은 이해를 위협한다는 건 분명하다. 행복하고 사랑으로 가득하며 평범한 결혼 생활에 대한 우리의 희망은 이제 '국가적인 위협'이 돼버린 것이다. 조지 부시가 연방 헌법 수정안을 통해 동성 결혼을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난 대답을 뻔히 알면서도 아내한테 묻는다. '우리 그럼 그냥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캐나다로 가면 안 될까?' 우리는 이제 막 걸음마하는 아기를 둔 커플치고는 놀랄 만큼 말싸움도 적게 하고, 가급적 모든 순간을 함께 보낸다. 딱 한 가지 예외는 있는데, 우리는 아침마다 밥상을 앞에 둔 채 똑같은 주제로 언쟁을 벌이곤 한다. 그리고 그건 내가 '우리가 국경만 넘으면 지금 당장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어'라고 말을 꺼내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면 사라는 신문의 일기 예보를 들어 보이면서 말한다. '이것 좀 봐. 저기 바깥의 찬 공기는 바로 캐나다에서 온 거라구. 여기 오는 도중에 따뜻해진 거고.'
그러면 난 뱅쿠버 자체는 날씨가 따뜻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선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기후가 아닌 다른 이유로 안 가겠다고 한다. 그녀는 미국--그리고 더 구체적으로는 뉴욕--사람으로서 살고 싶어한다. 미국이라는 이 나라가 그녀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그녀는 우리 아들이 미국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설사 옆집 꼬마가 받는 보호를 박탈당하더라도 말이다. 그녀한테는 자기가 미국 사람이라는 게 중요하고, 그래서 그건 나한테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4년 전 가을, 우리는 감독교파 성직자 앞에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한 일이 있다. 당시 그 성직자는 이렇게 경고했다.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찌니라'(마가 복음 19장 6절). 심지어 대통령이 뭐래도 난 그녀를 떠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자유의 사이렌 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하도 이사를 많이 다니신 바람에 내가 뿌리 없는 사람이 돼버렸다고 우리 부모님을 탓해도 좋다. 동등한 권리랑 책방만 있으면 어디든 별 상관없다고 믿는 나를 탓해도 좋다. 난 망명자나 방랑자의 삶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불공평한 대접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난 이 여자하고 함께 온전한 시민이 되고 싶은 거다. 바로 오늘.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필요한 일은 뭐든지 하고 싶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다. 필요하다면 어디든 갈 용의도 있다.
나도 [이성 부부들하고] 동등하게 세금을 내고 싶다. 내 몫의 사회 보장 혜택이 낭비되지 않고 제대로 쓰였으면 좋겠다. 연방 헌법 수정 조항 5조에 명시돼 있듯, 사라한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고 우리 둘 사이에 오간 사적 편지나 문서를 소환장으로부터 보호할 권리를 누리고 싶다. 다른 [이성] 부부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같은 커플한테는 그런 권리가 없다. 놀라셨는지. [레즈비언 코미디언] 로지 오도널(Rosie O'Donnell)이랑 그 사람의 아내는 분명 놀랐다. 변호사들이 좇아온 순간에.
난 우리네 정치가랑 종교 지도자들이 더 이상 TV에 출연해서 우리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게 마치 사람하고 개의 섹스를 합법화하는 거랑 똑같다고 암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품에 안겨 있는 내 아내가 개란 말인가? 그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건 바로 내 품에 안겨 있는 내 아내란 말이다. 그 사람들은 그런 말이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과연 알까, 과연 신경이나 쓸까. 그 사람들한테서 안전하기 위해서 도대체 어디로 도망가야 한다는 말인가.
난 내 아내가 너무나 많은 압력과 두려움 때문에 밤에 잠자리에서 웅크리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면 지난 수요일, 즉 2월 25일 밤에 브루클린에 사는 어떤 여자가 침대에 누운 채 흐느껴 울었던 말이다. 왜 사람들이 자기를 그렇게 미워하는지, 왜 자기 삶의 아름답고 사적인 일부를 그 사람들이 극악한 수사법을 써가면서 헐뜯어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제발 그 광경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 때 내 아내는 눈물이 범벅이 된 채 누워 있었다. 왜냐면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그녀가 [이 나라에] 속하는지, 그녀한테도 '미국의 꿈'이라는 약속이 주어져야 하는지 정할 권한을 달라고 야단법석이기 때문이다--마치 이 사람들이 어느 쪽에 표를 던질지 의문의 여지가 있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하고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건 뭘까. 고작 스무 명 남짓한 상원 의원이다. 게다가 그 중 몇몇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의미 있는 결혼, 진실한 행복 추구에 대한 우리의 권리는 도대체 어디 있느냔 말이다. 우리는 정의랑 '가정의 평온(domestic tranquility)'을 원한다. 이제 이 나라가 도대체 누구네 나라인지 누가 제발 알려줬으면 좋겠다. 더 이상 내 나라는 아닌 것같으니 말이다.
-------------------------
내가 부모 노릇을 통해서 얻는 가장 심오한 교훈 중 하나는 바로 내가 사라랑 아기를 한꺼번에, 즉 하나의 단위로서 보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힘 없는 동화의 여주인공이고 나는 무슨 부치 기사라는 건 아니다--더구나 우리 두 사람 중 터프한 건 바로 그녀이니 말이다. 오히려 난 모든 어머니는 보호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비로소 육아라는, 마음을 열고 실천해야만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도움이 되는 방식은 바로 사라를 모든 일에서 우선으로 하는 건데, 이 때 아기는 언제나 사라랑 함께 간다. 그래서 만약 구명 보트에 두 자리밖에 없다면 난 물에 빠져 죽을 거다. 집에 불이 나면 난 애부터 구하러 뛰어들어갈 거다. 먹을 게 떨어지면 나는 굶을 거다. 하지만 그녀랑 우리 아기가 배 곯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그런데 이제 나보다 훨씬 중요하고 수적으로도 우세하고 나를 자기 마음대로 코너에 몰아넣을 수 있는 적수가 나타난 거다. 난 내가 정말 강적을 만났다는 걸 깨달으면 '제발 없어져라~'하고 마음 속에서 빌곤 한다. 그래서 난 사라한테 이 동성 결혼 금지 헌법 수정안이 절대로 연방 상원 밖으로 못 나갈 거라고 얘기한다. 연방 하원에선 통과시킬지 모르지만, 상원만큼은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이렇게 큰소리 치는 건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왜냐면 우리 둘 다 각 주에서는 이 수정안이 통과될 확률이 높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38개 주가 승인하면 되는데, 벌써 그만큼 많은 주에서는 동성 결혼이 불법이다. 그 때 가면 사라가 [이 나라를] 떠나겠다고 할까? 그녀는 '어쩌면'이라고 말한다.
비록 그 중에 우리 동성애자들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긴 하지만, 난 나이 지긋한 흑인들한테서 선례를 찾는다. 그 분들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생각할 뿐이지만 말이다. 버밍엄의 소방 호스를 향해 행진해간 아이들, 폭도가 머리에 케첩을 퍼부어도 간이 식당의 흑백 격리 자리에 앉아 있던 어른들... 그 때 [흑인] 부모 중에는 자기 아이들한테 [흑인 등교 금지] 학교 문을 첫 번째로 열고 들어가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돌이 날아오건 총알이 빗발치건 말이다... 하지만 딴 사람들은 [인종간 평등 실현을] 평생 기다리고 싶지가 않아서 [흑인들한테] 상대적으로 관대한 북부의 시카고나 할렘으로 갔고. 물론 지금 우리 동성애자들한테 일어나고 있는 일이 그 때랑 완전히 똑같진 않다는 건 나도 알지만, 나한테 그만큼의 용기를 요구하는 건 사실이다. 내 살아 생전에 돌파구를 찾기를 바랄 수 있을 뿐이다.
사적이라는 점이 이 투쟁의 제일 나쁜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계속 혼자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은 [우리 동성애자들이 왜 이렇게 절박하게 결혼 합법화를 위해 싸우는지] 도무지 이해 못한다. 그 사람들은 우리한테 이런 말이나 한다. '결혼이 생각만큼 좋은 건 아냐.' 마치 우리가 벌써 오래 전에 종교적인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는 듯이, 마치 시(市) 사무 직원 사무실 출입이 가로막히는 게 엄청나게 재미있는 일이라는 듯이 말이다. 이런 말도 한다. '민법상 동반자 관계(civil union)로도 충분하지 않아?' 아니면 요새 서부에서는 동성 커플이 실제로 결혼식도 올리니까 '부시가 이 결혼건 덕분에 대선에서 이기면 정말 싫겠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니면 '정말 세금을 그렇게 [합법적으로 결혼한 이성 부부보다 많이] 내야 돼?', '동거 파트너(domestic partner)로 등록하면 [세금 계산할 때] 도움되지 않아?', '우리가 맞벌이 부부라서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되는지 넌 모르지...'라고 한다. '상황이 너희같은 사람한테 더 좋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결혼하거든! 결혼식에 와줘!'라고 말이다.
어떤 때 난 [동성 결혼이라는] 우리 대의명분에 제일 큰 장애물은 바로 '미국'이라는 신화의 막강한 위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이 나라가 자유를 대변한다고 너무도 굳게 믿기 때문에 미국이 실제로 정반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건 아예 상상조차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충고한다. 계약서 몇 장 서명하면 이성애자 부부랑 똑같은 권리를 누리게 될 거라고[동거 파트너나 민법상 동반자 관계를 가리키는 듯함]. 이 사람들의 선의는 이해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허구다. 그렇지만 법 아래에서 '거의 평등'한 걸로도 충분하다는 생각만큼 말도 안 되지는 않는다.
사라랑 내가 '결혼'이라고 부르는 걸 두고 부시같은 지도자가 능글맞게 웃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거기에도 못 미친다. 만일 그가 우리 두 사람의 결혼 서약이 얼마나 큰 도덕적 무게를 지니는지 증거를 보여달라고 한다면 난 이 점을 고려해보라고 말할 거다. 내가 지금 꾸려가고 있는 진정한 결혼, 그리고 내가 사랑하기로 맹세한 아내의 여러 필요 사항만 아니었다면 난 평등이라는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미국이라는 이 나라를 떠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비록 겁은 많이 나지만--난 그녀랑 함께 남아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