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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 2004.03.07 02:55

요새 전세계(?)를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고 있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의 동성 결혼 합법화 여부죠. 하지만 모든 면에서 미국 중심--또는 미국 유일(!)--사상에 쩔어 있는 대한민국이다 보니, 특히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힘을 주체 못하고 마구 휘두르는 지금이야말로 매사를 우리 관점에서 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공정성도 유지하고 싶어서 미국 소식은 오히려 가급적 자제해온 게 사실이예요... (물론 보도 건수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요~ ^^;) 따지고 보면, 비록 소수지만 동성 결혼을 별 소동 없이 합법화한 유럽 국가에 비하면 미국은 지극히 촌스럽고 보수적인데다 죵교적이기까지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 동성애자 인권 운동도 미국만 따라할 게 아니라 우리랑 처지가 비슷한 제 3세계하고 연대해야 되겠다 싶구요.

그래도 이번 글은 단순한 '사실 보도'가 아닌데다 '중심부'의 동성애자들이 느끼는 절절한(!) 고통과 분노를 보여줘서 옮겨왔어요(게이 여러분, 레즈비언 얘기라고 씹기 없기예요~ -.-+). '미국 = 자유와 정의의 나라'라는 단순하고 비사실적인 '공식'이 거슬릴 수 있지만, 그 마음가짐은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친 사람들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될 것같구요(솔직히 저는 국가라는 걸 워낙 못 믿다 보니 차마 그 외침에 동참하진 못했지만요... -_-;).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선 엄연한 공무원들이 현행법을 어겨가면서 동성애자들한테 결혼 증명서를 발급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게 마치 게릴라전처럼 전국 각지에서 터지니까 긴장한 보수파의 반격도 만만찮을 것같더군요. 동성 결혼이 올해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국 헛된 기대, 심해진 입장 차이 등 부정적 결과만 낳고 끝나지 않을까 싶어요... =_=;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백인) 동성애자들이 자기네 나라가 얼마나 차별적이고 지난 몇 십년 동안 개선하고 쌓아온 자기네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허망할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같네요(당해본 사람만 당해본 사람 마음 알 수 있잖아요~ ^^;). 그리고 새끼 부시가 일개 주 헌법 아닌 '성스러운' 연방 헌법에 동성 결혼 금지 조항을 넣으려는 건 중도적인 미국 사람들한테도 꺼림직하거나 적어도 섣부른 일로 비쳐지는 모양이예요. 비록 9.11의 충격 탓에 전반적으로 비판 정신이 무뎌졌지만, 생각 있는 사람들은 이런 헌법 수정이 차별을 법제화하는 거라고 보고 걱정하거나 반대하더라구요.

물론 '미혼 = 불효'인 조선에서 나고 자란 죄로 오늘도 결혼 압력에 시달리는 우리네 입장에서는 퀴어들이 이성애주의의 역사 그 자체인 결혼(제도)에 목 맬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동성애자 인권 운동이 더 오래 됐고 보편화됐다는 미국에서도 평범한 게이 레즈들은 죽어라고(!) 결혼하고 싶어하는 걸 보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것같진 않아요. 수당이나 보험 등 실질적인 혜택 말고도 상징적인 의미, 공개적인 약속, 가족 친지의 인정 등 '보너스'가 많잖아요. 그래서인지 일반들도 결혼한 다음에는 관계 자체나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그냥 동거했을 때하고는 달라지는 것같구요.

암튼 결혼... 참 묘한 제도입니다그려! 해도 괴롭고 안 해도 괴롭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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