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은 되지 않았지만 현재 디빅 파일 수준의, 청소년이 주인공인 퀴어 영화 몇 편이 인터넷 다운로드 프로그램을 통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돌아다녔고, 조금만 시간을 쏟는다면 어렵지 않게 괜찮은 화질의 영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단 오늘은 '열 일곱 살의 혼돈Edge of seventeen(1998)'이라는 영화를 소개하죠. 이 영화는 이미 퀴어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 영화는 열 일곱 살의 청소년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과정, 그리고 이후에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게이 커뮤니티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우연히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같이 일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과의 장난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됩니다.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스스로 부정하려고 애써 보지만 동성을 향해 뻗어가는 그 성애적 느낌이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솔직하게 시인하게 됩니다.
이렇게만 끝나면 재미가 없겠죠. 영화는 이 소년이 게이 커뮤니티에서 겪는 첫사랑의 좌절을 경험하게 만듭니다. 차갑게 돌변한 그 아르바이트생이 소년의 첫사랑이었던 거죠. 그제서야 소년은 게이 커뮤니티에서의 사랑 방식이 어떤 영원한 사랑을 보증하는 듯한 이성애주의의 달콤한 밀어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게 무엇인가는 관객의 숙제로 남겨놓으며 영화는 끝나게 되죠.
뭐, 교과서적인 영화입니다. 작품성이 그렇게 높다거나 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우리 청소년 이반들이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될 영화입니다.
청소년 이반들이 누구나 처음에 겪는 혼란스러움, 그 격정, 그 놀라움에 관한 차분한 격언 정도 된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이성애를 유일한 성애 방식으로 고집하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이반들이 처음 겪는 '혼란과 낯섦'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혼란, 위기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자양분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네요.
p.s
갑자기 진지 모드로 나가려니 이거 원 참.... 그래도 만인지상 절대미모니 절 용서하세요~~~ 이쁘니까.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속도 느려서 대략 4시간 정도 소용될꺼 같구요..
나주에 감상후기라도 올리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