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월 |
|---|
[187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5]
RUN/OUT 2026 정치 축제: 참가자 후기

저는 지난 2026년 1월 15일과 16일,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 백래시에 대응하기〉와 그 다음날 대한민국 국회에서 진행된 〈국제 성소수자 정치 컨퍼런스: 다양성,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향해〉에 참여하였습니다. RUN/OUT 2026 정치축제의 주요 키워드는 ‘참여, 대표성, 그리고 민주주의’였습니다.
벽장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성소수자로서, 독일·일본·미국·캐나다·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에서 LGBTQ+ 인권 향상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싸워온 정치인과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은 제게 매우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동시에 이 자리에서 논의된 수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진심이 닿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과제도 남았습니다. 일본의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이자 지방의회 의원인 호소다 도모야 님의 발언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일본 사회에서의 백래시가 노골적인 배제라기보다는, ‘아직 이르다’, ‘너무 급진적이다’라는 언어를 통해 작동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사회 활동과 의회 정치 양쪽을 경험한 정치인으로서, 차별금지나 파트너십 제도가 논의될 때 어떤 단어와 프레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반발의 강도와 정치적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로 짚어주었습니다. 이 분석은 한국 사회의 상황과도 닮아 있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백래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독일 연방의회 의원인 니케 슬라위크 님의 이야기는 연대의 힘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성별자기결정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성소수자 운동만이 아니라 여성단체, 노동조합, 정신·심리학계, 연방위원회, 일부 기독교 단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민사회의 연대를 꼽았습니다. 이 경험은 성소수자 의제가 특정 소수의 요구가 아니라 민주주의 전체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니케 슬라위크 님이 미국 인권운동가들과에게서 “미국인의 90퍼센트 이상이 게이 지인을 알고 있다”는 점이 동성결혼 합법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부분에서 부러움과 함께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지난 40여 년간 벽장 성소수자로 살아오며, 가시화가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두려움을 넘지 못했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독일의 또 다른 사례로는 플로리안 시에크만 님이 프라이드 행사를 점차 확대해 가며 가시화의 힘을 강화해 온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프라이드가 단발성 축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는 정치적 실천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마이크 브루크너 님은 성소수자 차별을 빈곤·주거·노동 문제와 분리할 수 없는 교차적 문제로 짚으며, 성소수자 정치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깊이 맞닿아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독일 이야기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과거 프라이드 깃발이 농민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던 역사에 착안해 의회에서 극우 세력을 ‘탐욕스러운 지주’에 비유했다는 사례였습니다. 사람들은 지속적인 강경 메시지에 쉽게 지치고, 때로는 이런 유머가 정치적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이자 정치 영역에서 활동해 온 음 테 후이 님이 들려준 2025년 9월 퀴어 축제 이야기는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는 시민사회 활동가의 위치뿐 아니라 정치적 맥락을 읽어온 당사자로서, 코로나19 이후 국가 통제에 익숙해진 사회 분위기가 어떻게 시민들의 저항 가능성을 약화시켰는지를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퀴어 축제는 강력한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단 한 개의 무지개 깃발과 소수의 사람들이 수많은 통제 인력에 포위된 채 행사를 치러야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장면을 담은 사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국 게이 인권단체 ‘친구사이’의 활동가 심기용 님은 윤석열 탄핵 국면을 예로 들며, 광장에서의 민주주의와 국회 안 제도 정치 사이의 괴리를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저 역시 탄핵 광장에서 무지개 깃발과 응원봉을 함께 들고 참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 광장을 수놓았던 수많은 무지개 깃발의 존재는 지워지고 응원봉만이 정치적 도구로 소비되는 현실이 무척 슬펐습니다. 캐나다의 성소수자 정치인 웨이드 창 님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더 이상 정치인으로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도 큰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유색인종으로서 여전히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다는 그의 말은, 차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 밖으로 나가면 성소수자 차별 대신 인종차별을 겪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남았습니다.
저는 15일에는 조직적으로 응집된 혐오 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보이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단단하게 조직될 수 있을지 질문했고, 16일에는 성소수자 정치인의 가시화를 확대하기 위한 펀딩 전략에 대해 미국 ‘Victory Fund’의 에반 로우 님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16일 오전에 상영된 사라 맥브라이드 님의 정치 투쟁기를 다룬 영화를 보며, 그리고 이틀간 연사들의 발언을 듣고 질문을 나누며 한 가지 생각이 분명해졌습니다. 백래시는 단지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모두의 문제이며, 우리는 여전히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성소수자 의제는 때로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RUN/OUT에서 제가 들은 이야기들은, 극우 세력이 성소수자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점입니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가시화의 문제가 약화되자, 그 화살은 다시 트랜스젠더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트랜스 여성을 반려자로 둔 레즈비언으로서, 저는 이 공격을 결코 남의 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어 내부 결집을 꾀하는 시도는 반복될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 모두가 언제든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직 두렵게 느껴진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나 자신을 조금씩 가시화하고, 용기를 내는 연습부터 시작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백래시에 맞서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자원활동가 / 루니

작년 8월 '친구사이' 정기모임에서 처음 접했던 <RUN/OUT> 프로젝트. 그 여정의 연장선인 '2026 정치 축제'의 일환으로, 지난 1월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제 성소수자 정치 컨퍼런스: 다양성,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위해” 섹션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진보당 손솔 의원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로 "이번에는 꼭"이라는 희망을 다시 한번 품어보는 이때, 아시아와 미주, 유럽에서 온 커밍아웃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경험은 각별했습니다. 제도를 통해 세상을 바꾸어 가는 그들의 투쟁과 성취, 그리고 도전을 전해 들으며 "그렇다면 우리와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보게 됩니다.
올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여전히 한국에서 성소수자 정치인이 정체성을 드러내고 당선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번 정치 축제가 곧 우리 앞에 나타날 성소수자 정치인을 맞이할 단단한 지지 기반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도전이 멈추지 않도록 응원하고 후원하는 것은 결국 '나'의 몫임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하인리히 뵐 재단, 친구사이, 무지개행동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 / 박재현
저는 <국제 성소수자 정치 컨퍼런스> 자원활동가로 참여하였습니다. 이전까지는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의 필요성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급진적(?)이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이를 상상하지 못하는 사회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그 가능성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2부에서 진행된 성소수자 정치인들의 대화를 들으며 각국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성소수자 인권 운동과 정치가 진행되고 있는지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캐나다의 2SLGBTQ+, 베트남 정치체 내에서의 성소수자 운동 등). 특히나 최근 극우 세력이 세계적으로 위협이 되는 상황 속에서 성소수자 정치인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정치에 참여하는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다면 한국의 맥락에서는 어떤 성소수자 정치인이 필요할까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성소수자 정치인이 등장한다고 해서 사회가 곧바로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곳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의 생각이지만) 오히려 현재의 정치 제도, 선거제도가 다양한 삶의 대표성을 가진 이들이 선출될 수 있는 구조인지, 혹은 정치가 그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듣도록 요구하는 구조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성소수자 정치인은 이러한 교차적인 발판을 고민하고 만들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 컨퍼런스가 뜻깊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제도권 진입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각국의 다양한 실천을 토대로 다양한 상상과 고민들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 / 시윤

친구사이가 성소수자 정치인을 위한 축제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던 저에게는 굉장히 생소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정치를 하려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정체성이 정치활동에 제약이 되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이 참여를 할 것이라는 사실이 전 흥미가 생겼고, 그런 사람들을 접해보고 성소수자 정치 뿐만 아니라 큰 틀로서의 정치에 대한 식견을 보다 넓혀보고자 런아웃 워크샵에 참여하였습니다.
참여하여 여러 세션들을 경험해보니 워크샵은 제가 막연히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정치가 얼마나 전략적이어야 하는지, 성소수자임을 전략적으로 어떻게 사용하거나 드러낼지, 마케팅적인 관점에서의 정치 등 정말 구체적이고도 실용적인 정보들이 오고 갔고, 그런 정보들을 알게 되는 것이 그동안의 정치인들을 이해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선의 어려움과 임기 이후 생활의 고충, 그럼에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만 하는 이유들을 진심으로 와닿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정치인이 되고싶거나 참여하고싶다는 적극적인 마음이 없더라도 정치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것에 도움이 됐기에 참여한 것에 굉장히 만족합니다.
![]()
동국대학교 성소수자 중앙동아리, 큗 QUD / 필승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염세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소설 『돈키호테』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 성소수자 정치인을 탄생시키겠다는 것 역시 한때는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보였습니다. 2008년, 최초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국회의원 후보였던 진보신당 최현숙 후보의 출마 이후로 성소수자들의 도전은 계속 이어졌고, 제7회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마침내 오픈리 성소수자 정치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끝내 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별을 붙잡았습니다.
저 역시 이번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직이나 돈에 대한 걱정보다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게이’라는 나의 정체성이었습니다. “내가 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지역에서는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미 ‘너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게이 친구들과 멀어진 경험이 있는 나는 다시 친구들을 만들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과 불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고민을 안고 런아웃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해외 성소수자 정치인들의 경험을 듣고, 직업 정치인을 고민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구나.” 무너져가던 자신감을 다시 쌓아 올릴 수 있었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선거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느 정도 준비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이미 반은 승리한 것이다.”라는 『돈키호테』의 또 다른 대사처럼, 저는 절반의 승리를 넘어 완전한 승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 완전한 승리의 길에 여러분이 함께해 주실 것이라 굳게 믿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
기본소득당 서대문구 지역위원장 / 차상우
[187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7] 미국 Victory Fund & Institute CEO 및 대표, 에반 로우 인터뷰
기간 : 1월
2026-02-06 01:18
[187호][활동스케치 #4] 2026년 1월 주한외교계 LGBT+ Coordination Group 참여 후기: 연대를 마주한 자리에서
기간 : 1월
2026-02-06 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