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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영화 <두결한장>의 완성 : 음악극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2014-10-31 오전 10: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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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0월 
 

 

정치적으로 올바른 LGBT물을 만들려는 노력은 버렸습니다. 이 공연은 판타지와 편견과 전형성과 신파가 가득한 공연입니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우리가 하려던 얘기는 사람 얘기는 거기서 거기고 비슷하고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그게 안심되고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남자든 여자든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그 본질은 같은 것이구나 느끼게 되길 바랍니다.

 
- 김태형(연출), "Greeting Message" 中, <음악극 :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프로그램 북, 2014.
 

 
 
게이와 레즈비언이 계약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김조광수 연출)이 2012년 개봉했다. 전국 누적 관객수 51,049명을 기록하여 한국에서 제작된 퀴어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했다. 상영 이후 2년에 걸친 각색 과정을 거쳐 2014년 9월, '음악극' <두결한장>(김태형 연출, 추민주 극본/각색)이 초연되었다.
 
영화 <두결한장>은, 종전의 어두운 분위기의 퀴어 영화와는 달리 발랄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고, 퀴어의 삶에 있어 중요한 이슈인 커밍아웃, 동성결혼, 가족구성권의 문제를 빼곡히 집어넣어 이에 대한 환기를 추구했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그러나 극중에 등장하는 레즈비언과 게이, 또 그들이 꾸리고 있는 계약결혼의 양상들이 어떤 전형적인 재현 이상의 구체성과 개연성에 도달하지 못한 점, 또 한 영화 안에서 여러 이슈를 강조하다보니 생기게 된 연출상의 난맥 혹은 과잉 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헌데 음악극으로 각색된 <두결한장>에서는 영화의 이러한 아쉬운 점들이 대부분 개선된 한편, 영화 <두결한장>의 중추가 되었던 주요 플롯들이 재조합되면서 제대로 음미되지 못했던 원작의 설정들이 충분히 소화되고 있어, 음악극을 처음 보는 관객은 물론, 원작 영화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한 이들에게도 문제없이 어필할 수 있는 연극이라 판단된다. 이런 면에서 이 연극은 자못 <두결한장>의 Redux, 완결판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데, 과연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이 그러한지, 아래 원작 영화와의 비교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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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에 개봉한 영화 <두결한장>.
 
 
 
 
1. 주인공 "민수"와 레즈비언 커플 "효진", "서영"
 
 

 

"나는 그냥 좀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 (음악극 <두결한장> 中 "민수"의 대사)

 
 
이 영화의 줄거리를 단도직입적으로 요약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한 은둔게이의 성장기이다. 자신이 게이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이가 레즈비언을 만나 위장결혼을 하면서 겪는 좌충우돌은, 성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삶 속에서 어떤 파국을 낳느냐를 보여줌으로써 극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그런 면에서 <두결한장>의 남자 주인공은 외모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극중에서는 성정체성 문제로 인한 '찌질함'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음악극의 주인공은 영화에 비해 훨씬 디테일하고 심각하게 찌질해보이고, 여기에서 극의 현실성이 높아진다. 어떤 잘생긴 은둔 게이가 (무려)전용 업소의 게이들과 (심지어)레즈비언들을 알고 지냄은 물론 그들과 (자그마치)위장결혼에 성공한다는 내러티브의 비현실성이, 그 당사자가 가진 찌질함을 더 깊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만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영화에서와 달리 음악극에서는 "민수"의 동성 애인 역인 "석"이 빠졌고, 그가 맡았던 대사들은 다른 등장 인물들에게 각기 분배되었다. 자칫 영화에서의 "민수"처럼, 은둔 게이가 여성이랑 결혼도 하고 동성 애인도 있는, 마치 가질 걸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반감된 것이다. 또한 "부모한테도 속여, 같은 게이끼리도 속여" 등의 대사를 비롯, 은둔 게이가 사람을 대할 때 어떤 문제점을 드러내는지가 더 깊게 묘사되었고, 특히 여성스런 게이를 싫어하는 모습을 두고 "포비아가 심한 게이란 생각밖에 안 들어"라는 레즈비언 부인 "효진"의 대사를 통해, 은둔 게이가 지니기 쉬운 내부포비아적 성격을 가일층 드러내고 있다. 
 
계약결혼이 실제로 야기하게 될 여러 분란들도 영화에서보다 더 심각하게 묘사된다. 우선 "민수"의 어머니이자 "효진"의 시어머니 역은 훨씬 억척스럽게 표현되어, 계약결혼에 임할 때 레즈비언이 겪을 수 있는 '고전적인' 여성 억압이 더 문제적으로 그려지게 된다. 또 이를 두고 "보통 여자들은 다 그러고 살아"라고 말하는 "민수"의 대사에서, 결혼이 일반적으로 남성의 시민권을 보다 무심하게 뒷받침한다는 환기를 겸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음악극 <두결한장>의 레즈비언 캐릭터들이 영화에서보다 월등히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것과 연결된다. 영화 <두결한장>에서는 레즈비언 부인 "효진"이 어떤 상황을 부당하게 참거나 말을 상대적으로 덜 하는 식으로 그려져, 어떤 의미에서는 은둔 게이인 "민수"보다 더 경직된 인물처럼 보일 위험이 있었는데, 음악극에서는 보다 발랄하되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캐릭터로 바뀌었다. 가령 "효진"이 병원에서 아웃팅을 당하게 됐을 때, 가해자에게 "선생님이 제 얘기 하셨다면서요? 즐거우셨어요?" 같은 대사를 뱉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또 영화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효진"의 동성 애인 "서영"(영화에서는 정애연 분)의 대사와 극중 역할도 대폭 늘었다. 그로써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었던 게이와 레즈비언 사이의 묘사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었다. 특히 음악극에 새로 추가된 아래 "서영"의 대사는 통쾌한 감이 있었다.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끝까지 숨겼어야지, 아니면 고쳐진 척이라도 했어야지, 너 혼자 행복하자고, 네 마음 편하자고, 네가 우리 가족을 어떻게 망쳐놨는 줄 알아?" (영화 <두결한장>, "석"의 동생의 대사. 음악극에도 원용됨)
 
"나 예전의 나 아니야. 아빠랑 네가 나 협박한다고, 겁먹고 도망치고 울고, 그랬던 나는 이제 없어. 나는 네 누나야. 야, 그리고, 너 말은 똑바로 하자. 그 땐 가족들이 날 망쳤지! 그 때 진짜 내 인생 쫑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라?" (음악극 <두결한장>, "서영"이 동생에게 하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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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즈비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영화 속 "서영"(정애연 분)의 분량이
음악극에서는 대폭 증가했다. 
 
 
 
2. 게이 조연 캐릭터
 
영화 <두결한장>에는 여성스러운 게이 조연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 유독 여성스런 게이가 작품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에는 여러 논란이 있으나, 어쨌든 먼저 눈에 띄고 숨어 살기 어렵기에 먼저 배제받는 이들 또한 그들이라는 진실을 되짚어보면, 그들에게 재현된 게이의 대표성을 쥐어주는 것이 아직까지는 유효하다고 생각되며, 그런 전형을 바탕으로 영화에서는 주로 재미를 위한 감초 역할을 게이 조연들이 맡아주었다.
 
그런데 영화의 게이 조연들은 자칫 어떤 재미나 장면을 위해 기능적으로 사용되는 '도구'의 역할에는 충실하지만,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에 대한 묘사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인물'로 기능하지는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이 문제가 음악극에서 해결되었다. 게이 조연 한 명 한 명에 대한 인물 소개가 충일해졌고, 또 게이 조연을 맡은 배우들이 게이 뿐만 아니라 각기 호모포비아 여간호사 등 1인 다역을 소화하게 함으로써, 배우들 뿐만 아니라 각각의 배역들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만든다.  
 
실제로 이들 게이 조연들은 영화 이상으로 개그 캐릭터의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장치들은 그들을 '인물'로서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함은 물론, 개그를 구사하는 그들 스스로가 '희화화'되기보다는 주체성을 갖고 '남을 웃기는' 측면을 더 부각되게 만든다. 가령 '내가 자랑스럽기 위한' 과잉 여성성과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과잉 여성성, 그리고 거기에 깃드는 주체성과 수동성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는데, 음악극은 이런 위험을 연극적 장치들로 슬기롭게 극복하고, 개그 캐릭터들이 극중에서 '주체적으로' 뛰어놀 수 있도록 안배하고 있다.
 
배역들의 면면이 입체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비단 조연 뿐만 아니라 음악극에 나오는 모든 배역들이 그러하다. 영화 속에서 부분적으로 묘사되던 배역들이 음악극에서는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그들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인물의 구체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무엇보다 영화에 비해 연극 무대의 특성을 살려 한층 부각된 조연들의 개그 연기는 그야말로 '보는 재미'를 극대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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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코러스 지_보이스의 공연에서처럼,  음악극 <두결한장>에도 반주자가 등장하고, 극에 크게 개입하는 점은 흥미롭다.
 
 
 
3. "지보이스"와 "티나" 
 
 

 

"시골에서 농사 짓다가, 외로워서 똑 죽을 것 같더라.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지, 포장마차에서 술먹다가 경남 언니 알게 되고, 언니들 다 떼로 알게 되고 지보이스도 하고, 진짜 행복했다." (영화 <두결한장> 中 "티나"의 대사)
 
"이렇게 와보니까 이렇게 멋진 변호사도 있고, 술집 사장님도 있고, 그리고 잘생긴 의사 선생님도 있고 헬스장 관장님도 있고 내처럼 야채파는 사람도 있고... 세상 사람들이 다 똑같은 것 같아서, 눈물나게 안심된다." (음악극 <두결한장> 中 "티나"의 대사)
 
 
 
영화 <두결한장>의 중심 소재로 등장하는 "지보이스"와 "티나" 역은, 동명의 실제 단체와 인물을 원용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둘러싼 많은 감정의 회오리를 만들었다. "티나" 역의 모티브가 되었던 지_보이스 단원 故 최영수님의 일화는 2011년 개봉된 퀴어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에서도 다루어진 바 있다. 
 
우선 음악극에서 달라진 점은, "티나" 역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늘어 영화의 남주인공 "민수"를 뛰어넘는 위치로 자리매김되었다. 그에 따라 극에서의 비중도 커져, 극중 몇 안 되는 가창곡 중 한 곡이 "티나"의 독창과 듀엣으로 이루어져 있고, 또 "민수"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오히려 '끼순이'에 가까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면서, 성정체성을 인정한 후의 떳떳함을 극중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등, 극중 배역의 성격 또한 질적으로 확장되었다. 
 
더불어 영화에서는 실제 지_보이스의 창작곡 가사를 원용하고 곡을 새로 입혀 "지보이스"의 연습곡을 표현했던 반면, 음악극에서는 "지보이스"의 직접적인 연습곡 묘사를 피하고, 가사와 곡을 모두 새로 쓴 넘버들을 내러티브의 핵심이 되는 장면에만 사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극에 사용된 가창곡은 총 4곡인데, 이는 이 연극이 '노래극'이 아닌 '음악극'임을 상기하게 해주며, 전체적으로 가창곡은 포인트로 삽입되고 있고 그 외에는 반주자가 그 때 그 때 극의 흐름에 맞게 연주하는 배경음악이 극중 대부분에 사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실제 지_보이스와 극중 "지보이스"의 성격 및 음악적 방향이 지나치게 혼동될 수 있는 위험을 피했다. 
 
실존 단체와 인물을 모티브로 한 각색은 늘 감동과 위험이 동시에 따르는데, 음악극에서 묘사된 "지보이스"와 "티나" 역은 각각의 원형에 대한 '예우'를 비교적 잘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단체의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지_보이스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음악극 고유의 색채로 재구성해낸 게이코러스 "지보이스"와,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삶을 낙관해가는 주요 캐릭터로 재구성된 "티나" 역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재현들을 영화의 연장선에서 다루되 영화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결과물들이다.  
 
특히 영화에서 핵심 플롯으로 사용되었던 "티나"에 대한 린치와 교통사고, 그에 이은 "민수"의 우발적인 커밍아웃이, 음악극에서는 좀더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해소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음악극에서의 각색 중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음악극의 결정적인 스포일러로, 연극을 직접 보실 분들께 감상을 미루고 싶다. 다만 "지금이 내 게이 인생의 황금기"라는, 영화와 음악극 공히 사용된 "티나"의 대사를 듣고, 그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음악극 안에서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걸 이해해놓고 보니, 극의 중후반 이후 "티나"가 읊었던 모든 대사들이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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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극 <두결한장>의 한 장면.
 
 
 
음악극 <두결한장>은, 원작 영화 <두결한장>의 "찰진" 대사빨을 그대로 살리면서 극에 긴장을 주던 플롯들은 용의주도하게 살리고, 무리한 전개들은 과감히 쳐내면서 극의 흐름을 재구성하였으며, 그를 통해 원작 <두결한장>이 의도했으나 다소 '덜 씹어졌던' 설정들이 보다 잘 음미되었고, 결과적으로는 본래 영화가 기획했던 의도를 한층 더 충실하게 반영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웃음과 눈물이 적절히 분배되어, 연극을 보던 중 많은 사람이 웃었고, 또 많은 사람이 눈물을 훔쳤다. 비단 '퀴어' 관련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극이 주는 순수한 '재미'와 '감동' 면에서 추천하기에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연극은 오는 11월 30일까지 대학로 DCF대명문화공간에서 공연된다. 
 
 
 
PS) 개인적으로 2008년, 친구사이 소모임 지_보이스 정기공연 "Naked"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무대에서 즐겁게 공연하시던 생전의 故 최영수님을 보았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본인을 모티브로 하여 그려진 이 음악극의 "티나" 역을 보고, 고인께서 하늘에서 기뻐하셨으면 좋겠다고, 외람되이 생각해보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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