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사람들

 

악법으로 이중낙인을 받고 있는 HIV감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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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소리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운영지기)

 

두 번의 쌀롱이 끝나고 나서 기획단은 세 번째 살롱에 대한 기대가 많이 커져있던 상태였다.

다양한 주제로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던 기획단이었기에 그 동안 진행했던 주제와는 비교적 다른 결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HIV감염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지난 주제인 HIV감염인의 섹스와 이어질 수 있도록

후천성면역력결핍증 예방법에 포함되어있는 전파매개행위금지 조항1에 대해 바로 알고 HIV감염인과 비감염인,

그리고 패널들이 의견을 나눠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군형법 제92조의 6처럼 사회적인 낙인을 찍는 악법으로 인해 이중낙인을 받고 있는 HIV감염인

 

최근 동성애자 A대위 사건으로 차별을 조장하고 사회적인 낙인을 찍는 악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슴 아프도록

느껴버린 최근, HIV감염인으로서 이중적인 낙인을 찍히는 악법이 존재하고 있다.

후천성면역력결핍증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의 금지(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

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가 바로 그 법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HIV예방을 위한 법이나 실상은 예방에 1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낙인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을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서 들어보자.

 

"국회에서 병합심위 때 콘돔미사용 성행위는 없애고 '고의적'인 성행위를 금지하자는 것으로 되었어요.

찝찝한 합의였죠"

 

우선 들어가기 전에 법이 만들어진 계기와 과정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85년도 국내에서 첫 HIV감염인이

확인된 뒤 88올림픽을 통해 외국인이 대거 입국할 것을 앞두고 정부가 쉽게 '관리 및 통제'할 수 있도록 후천성면

역력결핍증예방법이 급하게 만들어졌다.

급하게 만들어진 후천성면역력결핍증예방법은 HIV감염인에 대한 관리 및 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HIV감염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큰 동요가 없다가 2004년에 나누리+에서 주최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개정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었고, 당시 정부도 인권에 기반한 에이즈예방

정책을 권고하는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에이즈예방법을 개정하려고 했었다.

2005년 질병관리본부가 발주한 연구 'AIDS감염자,환자의 원권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성행위는

주거의 자유, 사생활 및 성적자기결정권에 의해 두텁게 보호되는 영역인데 법률로 규제한다는 것은 오히려

HIV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오해를 유발하고 사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연구 'HIV감염인 및 AIDS환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도 '감염인의 예방 조치 없는 성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규정은 삭제하고, 고의적 전파 행위로 타인의 감염을 유발한 것이 확실하다면 현행 형법 조항을 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이 합당'하므로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의 폐지를 주문했다.

하지만 2006년 정부 발의안은 부처간 협의를 거치면서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을 유지하였다.

2006년 현애자의원 발의안과 정부 발의안은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 존치 여부를 두고 팽팽히 맞섰는데, 국회 병합심의과정에서 '감염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의 예방조치 없이 행하는 행위(콘돔사용)에 대한 증거 확보 등의 실효성이 없어' 현애자 발의안을 일부 수용하여 제①항(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의 예방조치 없이 행하는 성행위, 즉 콘돔사용 없는 성행위)를 삭제하고, 제②항(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는 행위)은 남겨두게 되었다. 그런데 이후 법 적용에서는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결국 예방에도 효과도 없고 법을 통해 감정해소가 되는 것도 아니고 HIV감염인인 나의 존재가

범죄자로 느껴지는 그러한 악법이 되었죠"

 

나름 인권을 위한 개정이라고 했지만 이제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체액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애매한 상태에서 실제로 그 법이 적용 되는 것을 보니 실상이 인권을 위한 법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감염사실을 알리고 합의를 통한 흔히 말하는 노콘섹스를 했더라도 '보건복지부의 권고사항이 콘돔사용을 한 섹스'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법으로 변질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커뮤니티 내에 이 법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가 오히려 비감염인이 HIV감염인을 '협박'할 수 있는 근거를 쥐어 줌으로서 커뮤니티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법이 되었으며, 만약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을 통해 법적인 절차를 진행한다고 해도 '성관계 장소', '사정위치', '만남장소'등 입증하는 과정에서 정말 양측 모두 치욕스러운 감정을 겪는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 떠오는 것은 바로 군형법 제92조의 6 '추행'죄와 많이 닮아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HIV감염인은 언제나 범죄자가 될 수 있으며 성관계라는 정말 사적인 생활을 침해받는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욱 웃긴 것은 대부분의 HIV감염인은 상대방의 악의적인 성관계보다 감염사실을 모르는 HIV감염인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법은 질병관리본부상에 현재 등록되어있는 HIV감염인만을 처벌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감염유무와 상관없이 HIV감염인은 처벌을 받아요.

그 과정에서 신체부위를 찍자는 인권침해적인 경찰의 발언도 있었어요"

 

지난 2009년 제천택시사건, 정말 유명해진 사건이다.

HIV감염인이었던 택시기사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6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해 1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은 사례이다.

뉴스기사에서는 마치 강간을 한 것처럼 이야기 되었지만 모두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고, 택시기사는 HIV확진 후

꾸준한 약 복용으로 바이러스가 아주 적게 검출되어 전파력이 낮은 편인데다가 그 여성들 모두 감염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징역형을 받은 것이다.

2016년에 판결 난 다른 사건은 커플이 헤어진 후 비감염인이었던 한쪽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것이 HIV감염인이었던 상대방의 탓이라고 고소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당연 감염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HIV감염인인 상대방은 바이러스 미 검출 상태였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말처럼 감염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까웠고, 헤어진 후 그사이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증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고소인이 진술한 감염인의 특정 신체부위 사진을 찍자는 반인권적인

수사를 진행하려고 했고 변호사가 영장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정말 영장이 발부되어 황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맡았던 나누리+의 권미란 활동가는 그 과정에서 자신 또한 이런저런 개인적인 것을 묻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결국 두 사건 모두 비감염인이 HIV에 감염되었건 안되었건, HIV감염인인 상대방을 통해 HIV에 감염이 되었는지 확실하지 않아도, 바이러스가 미검출로 전파력이 0에 가깝더라도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을 피하지 못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보건복지부의 권고사항이 콘돔사용을 한 섹스이기 때문이다.

 

"잠재적 범죄자의 HIV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은 노콘섹스"

 

결국 이 법으로 인해 누군가가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HIV감염인을 사귀고 있는 후니훈은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을 통해 잠재적 범죄자로서 낙인 찍혀 있는  상대방을 만나는 사실로 슬픔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고충을 털어 놓기도 했다.

또한, 친구가 HIV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는데 다른 사람과 연애하면서 HIV감염인이라고 말하지 않고 콘돔 없이 섹스를 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는 익명의 질문도 받았다.

여기서 필자는 저 질문이 '콘돔을 끼지 않는 것이 범죄라고 느끼고 있다.' 는 고민으로 받아들여졌고, 질문을 한 분은 자신은 저 질병과 관계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쌀롱에서 웃자고 한 이야기처럼 '장송처럼 누워 서로간의 전희 없이 단지 콘돔을 끼고 삽입에만 치중되어 있는 자세로 인간미 없는 섹스를 해야 하나?' 라고 생각됨과 동시에 'HIV는 게이라면 노출확률이 더 높은 질병인데 그렇다면 섹스를 아예 안 할 것인가'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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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 권장하는 가장 안전한 섹스의 모습은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아니면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할지 모른다.

 

"이건 정말 썩은 법인 것 같아"

 

헌법상 성적자기결정권을 기본권으로 가지고 있는 현재 콘돔을 무조건 꼭 사용하라고 국가가 강제한다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법으로 인해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은 1도 증명된 것이 없다.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잡은 우리나라에서의 존속살해는 가중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사건들을 보면 부모님의 심각한 학대와 성폭행으로 인해 발생한 경우가 많다. 또, 간통죄가 없어진 후 간통이 늘어났는가?  

아니다. 실제로 법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그 정용이 상당히 괴리감이 심한 경우 이러한 법은 차례대로 폐지되거나 적용되지 않는 죽은 법이 되고 있다. 생각해보라 예방법은 위에서 설명했듯 감염사실을 국가에 통보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법이다.

HIV감염인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에서 감염시킨 사람은 처벌시킬 수 없다는 것인데, 계산을 해 보면 내가 모르는 것이 더 괜찮을 수 있다. 난 몰랐다고 하면 되니까. 오히려 이러한 법은 조기발견, 조기치료 등 유엔에이즈가 예방에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이루기 힘들도록 장애물이 되거나 아니면 오히려 감염사실을 안 사람들이 국가에 등록하지 않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숨어버리게 만드는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독일에서는 올해 4월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고 성관계를 한 감염인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독일은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이 없는 나라 중 하나인데, 중상해 미수로 기소되었던 것이다. 그는 꾸준한 치료로 바이러스 미검출인 상태였고, 30년 넘게 HIV/AIDS 치료해 온 의사가 "효과적인 HIV 치료는 콘돔보다 훨씬 더 나은 보호"라고 증언한 것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우리나라와는 반대되는 상황이지 않는가?

그리고 알 수 있다시피 이 법이 없어진다고 해도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성관계나 성폭행으로 감염이 되었다면 기존에 있는 중상해죄로 고소 및 처벌이 가능하다. 더욱 웃긴 사실은 현재 감염병에 관한 법은 수 없이 많지만 감염경로가 비슷한 감염병 중 이러한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이 있는 것은 후천성면역력결핍증이 유일하다는 것을 본다 해도 정말 이 조항은 개인의 사생활을 규제하고 기본권을 침해하며 낙인을 조장하는 소위 말하는 썩은 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술을 준비하세요."

 

그렇다면 이런 악법이 자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감염인인 본인이 HIV감염인이 좋아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술을 준비하고, 좋은 장소를 섭외하고, 데이트를 신청해라 HIV감염인이라 무서운 것이 아니라면 매력적인 상대방에게 다가가 것이 문제는 될 것이 없다.

만약 '비감염인이라면 들이댔을 것인가'란 질문에 고민이 된다면 우선 HIV감염인을 많이 접해라, 그것이 키씽에이즈쌀롱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나 친구사이 같은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다.

상상 속의 동물로서 자리하고 있는 HIV감염인이 아니라 우리 곁에 확실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자주 그들을 접하다 보면 그러한 공포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정보로 아는 것과 그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당장 달려가라! 달려가서 붙잡아라!! 단, 상대방에게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들은 아프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일 수도 있다. 그것을 감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당신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마무리하면서"

 

언니들의슬램덩크에서 김숙이 이런 말을 했다. '20대에 기준점을 하나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라'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슬펐다.

HIV감염인이 된 지 대략 5년 동안 기본적인 희망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졌다.초기 때는 삶을 포기한 적도 있었고,

직업을 가지기도 힘들고,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들고... 꿈은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에겐 직업을 가지기 위해 달릴 수 있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 만지는 것, 섹스하는 것이 희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은 이것을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조항이다.

기본적인 권리, 생활권,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법으로 규제하고 막고 있고 HIV감염인들의 희망을 막고 있는 것들 중의 하나이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유엔에이즈낙인지표조사 교육를 받으며 유엔에이즈 선언문을 보니 가장 예방효과를 보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이다라고 권고하는 문구가 있었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 자체가 낙인을 찍고 위축시키며, 숨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법이다.

확진을 받고 자기 관리하는 것보다 그러지 않아서 확산되는 것을 오히려 부추기는 것이지 않을까?

예방과 동떨어지는 이 조항은 폐지되어야 하며 동시에 HIV감염인의 인권을 증진할 때 비로서 우리가 말하는

예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1. 제19조 (전파매개행위의 금지)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그 당시 예방법에 포함 되어있던 전파매개행위금지 조항은

①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의 예방조치(시행령 제23조상의 성행위시 콘돔의 사용의무) 없이 행하는 성행위,

②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금지하였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