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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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해군 간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은

명백한 성폭력 범죄이자,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다. 
무죄 판결한 고등군사법원 규탄한다!

 

 

지난 11월 8일, 19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이 해군 간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각각 1심에서 10년형, 8년형을 선고받은 가해자들에게 연달아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 사건 피해자는 7년 전 2010년 9월 직속상관과 지휘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강간과 강제추행 피해를 겪고 이로 인해 임신과 임신중지마저 경험하게 됐다. 피해자는 그 이후로 수년간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인한 불안증세, 우울감에 시달렸다. 7년 뒤 2017년에서야 우여곡절 끝에 비로소 수사가 시작되어 이후 언론을 통해서 사건이 알려졌다. 2심 고등군사법원은 1심 보통군사법원의 판결(2018년 4월 18일, 5월 15일) 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성폭력은 어느 누구를 향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이다. 우리는 미투운동을 통해서 확인했다. 성폭력 판단에서 피해자의 행위 또는 정체성이 아닌, 가해자의 ‘성적 침해’ 행위에 집중해 사건을 규명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이 사건에서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만 몰입하여,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강간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강조하며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 없었던 군대의 조직 문화, 상명하복이라는 위계질서에 대한 조건은 고려하지 않았다.

 

군대의 성폭력 조장과 은폐는 고질적 문제다.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성차별과 동성애혐오가 만연한 군대 내에서 성폭력을 드러내어 말하기는 더욱 어렵다. 특히 피해자는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이 다수에게 알려질 수 있는 부담을 감수하고, 더 이상 숨죽이거나 고립되는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며 용기를 내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의 용기에는 답하지 않은 채, 성범죄자를 엄호하기에 급급했다.

 

이 사건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약점 삼아 성폭력을 저질렀다. 특히 최초 가해자는 피해자가 성소수자라는 점을 악용하여 '남자 맛'을 알려준다는 빌미로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 했다. 이는 명백한 성폭력 범죄이자 중대한 인권침해이다. 성소수자 군인은 특히 성폭력에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성폭력을 알리기도, 그 이후 제대로 사건을 해결하기도 어렵다. 또한 많은 성소수자 피해자가 가해자의 아웃팅 협박, 그리고 동성애자인 피해자가 성폭력을 유발했으리라는 왜곡된 통념에서 기인한 2차 피해를 경험한다. 심지어는, 성폭력피해를 호소한 동성애자 군인이 군형법상 추행죄로 기소되어 처벌의 위험에 처하는, 믿기 힘든 인권침해마저 발생한다.

 

그 뿐 아니다. 2017년 육군의 대대적인 동성애자 군인 색출은 그 자체로 성폭력이었다. 수사관들은 부대훈령을 어기고 섹스 경험, 포르노 취향 등을 캐묻고 상세한 답변을 강요했다. 동성애자 군인의 성폭력피해를 군형법상 ‘추행’으로 수사한 것처럼, 그들이 동성애자 군인에게 가한 폭언과 언어적 성폭력도 군형법상 추행죄 ‘수사과정’이었다. 불법적 수사·기소 및 그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국내외의 질타가 쏟아졌지만 국방부는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지금 18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국민청원 서명을 통해 이 사건 판결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국방부와 각 군은 고등군사

법원 판결의 문제점, 비판에 대해 뒤로 물러서 방관해서는 안 된다. 군형법상 추행죄가 성적 군기를 지킨다는 낡은 말을 되풀이해봤자, 이 사건의 판결을 보듯이 성폭력관련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주범이 군대라는 사실은 감춰지지 않는다. 근거 없는, 현실에 맞지 않는 ‘동성애가 흐트러뜨리는 군 기강’ 타령을 멈추고, 이제라도 군대 내 성차별과 성소수자혐오를 철폐하는 노력을 시작해야한다. 여성과 성소수자 군인이 군대에서 경험하는 성폭력과 혐오폭력,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고 여성과 성소수자가 동등하고 안전할 수 있는 군대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지금 군의 역할이다.

 

2019년 11월 26일

 

군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한국성폭력상담소/ 6개 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레주파, 무지개인권연대, 부산 성소수자 인권모임 QIP,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사회적소수자 생활인권센터),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사)신나는센터, 언니네트워크,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전라북도 성소수자 모임 열린문,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총 29개 단체 및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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