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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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대리는 티가나 #5
: 김대리라면 말할 수 있겠어요?
폭언, 욕설은 기본, 그마저도 성에 안 차는 날엔 부모님 욕까지 서슴지 않았던 우리 회사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가 물러나고 남은 생존자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왜 진즉 볼드모트를 정도경영실에 신고하지 않았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되물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동성애자임을 말하지 못하는 내가, 남이 부당함에 저항하는 것은 쉽게 여긴 것이다. 나를 짓누르는 그 부당함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매 순간 느끼고 있는데도 말이다.
김대리라면 할 수 있겠어요?
'아니오'라고 눈으로 말하곤, 입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짧게나마 회사생활에서 체득한 의사소통방식이었다. 요즘에는 입보단 오히려 눈으로 말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는데, 회사에서 처음 '게이 같다'라는 놀림을 받았을 때 흔들리던 나의 눈이 옹알이였다면, 지금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드러날 때면 일렁이는 나의 마음도 담담히 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모국어가 되었다. 그렇게 침묵의 순간엔 눈이 그 자릴 대신했다.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어도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는 용기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해리포터가 아니기에 조금 느리고 더딜 뿐 아예 눈을 감은 것은 아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으로 피해 자신이 그리는 세상에 투표하고, 답답한 가슴 치듯 자판을 두드리며 우리의 울분을 드러낸다. 그걸로 해결이 안 되면 거리로 뛰쳐나간다. 시위현장에서 나눠준 전단 뒤로 얼굴을 숨기지만, 사이사이 드러난 눈빛은 우리가 어떤 심정으로 이곳에 나왔는지 전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우린 서로를 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내게 되돌아온 그 질문처럼, 내가 안고 있는 고민도 언젠가는 그에게 돌아갈 것이다. 삶이 누구에게나 어렵고, 그 어떤 이도 자신의 문제가 '나중에' 해결되길 원치 않기에, 나의 이야기를 그도 이해하리라 믿는다. 입을 떼는데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로 하겠지만,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 내 외치고 싶다, 내 목소리를 잃어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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