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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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대리는 티가나 #2 :
북창동식 인사법
그건 질투였다. 후배가 나보다 '더 좋은 곳'에서 환영식을 치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후배는 선배와 같은 방에서 섹스를 했고, 한 공간에서 떡을 나눈 그들은 이미 피를 섞은 형제와 진배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후일담을 듣는 내내 계속됐던 그 떨림은 질투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나의 환영식은 북창동스타일이었다. 북창동스타일은 1차와 2차로 구성되는데, 1차에서는 '아가씨'라 불리는 성매매 종사자를 사람들이 '초이스'를 하고, 그렇게 고른 '아가씨'를 자신의 옆에 두고 술과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아가씨'는 빠른 비트의 음악을 틀고, 그 음악이 흐르는 동안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고른 파트너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것으로 1차는 마무리된다. 노래가 끝나고 웨이터가 끓여다 준 라면을 나눠 먹으며 기다리면, 이내 곧 '아가씨'는 우리를 2차로 안내한다. 따로 구비된 방으로 들어가 각자의 용무를 마치면 북창동스타일은 끝나게 된다.
우리는 '남자들의 세계'라고 부른다, 함께 나누면 더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는 도시전설같은 그 무언가를. 룸살롱은 '좋은 곳'으로 1차와 2차 사이에 라면을 '별미'로 추억하며, 어떤 이는 그 '맛'에 회사를 다닌다며 말하기도 한다. 주로 남성끼리 있을 때만 실체를 드러내지만, 'XX씨한테 미안하지만'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앞에 붙이면 여성동료가 있는 앞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재밌는 건 이 주문은 항상 여성을 배려하는 듯한 제스처가 동반되지만, 그 배려에 고마워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후일담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태국의 유흥가.
최근 철옹성 같았던 도시전설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연초에 인사발령이 나면서 승진자들이 '승진 턱'을 냈고,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사랑방손님용 승진 턱은 따로 준비되어있었다. 으레 사랑방손님들은 자신들만의 단체 채팅창을 만들어 후일을 도모하고 있었는데, 다른 후배가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은 '그런 곳'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 그리곤 이윽고 다른 선배가 정중히 인사를 하고 채팅창을 나갔다. 따로 물어 이유를 들어보니 자기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리곤 올해 사랑방 손님 스페셜이벤트는 기약 없이 취소되었다.
나는 항상 눈을 감고 있었다. '아가씨'가 내 고추를 빨 때도, 수컷들끼리 모여 다음 '좋은 곳'을 모의할 때도, 심지어 마법의 주문이 여성동료의 얼굴을 붉히게 할 때도. 사랑방손님들이 거부한 '좋은 곳'을 나는 마다하지 않았고, 나는 '더 좋은 곳'에 간 후배에게 질투를 느꼈다. 내가 만든 수컷의 틀에 갇혀 나 스스로가 '남자들의 세계'가 된 셈이다. 그 떨림이 나에게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도시전설이 생각과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나의 무의식까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내 옷의 주인은 누구인지' 이젠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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