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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내기 정회원 인터뷰 - 봄날의 문학청년, 행이
2016-03-17 오전 01: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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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3월 

[인터뷰] 새내기 정회원 인터뷰 - 봄날의 문학청년, 행이

 

 

 

 

이 사람의 말을 듣다보면 말투에 미소가 서려있는 사람 같달까.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서글서글한 눈매보다 단연 ‘행이다움’은 대화에 흠뻑 묻어났다. 예정된 약속 시간보다 30분 늦었지만, 갓 볶은 신상 머리로 나타나 본인만의 말투로 사과를 연발하는 이 사람을 어찌 구박할 수 있으랴. 어느 3월의 첫 번째 주말에 만난 사람. 바로 문학청년 ‘행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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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行'을 따서 행

 

Q. 행이님. 반가워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행이입니다. 나이는 22살이고요. 사는 곳은 용산!

 

 

Q. 왜 닉네임이 행이인가요?

 

 - 제가 글을 쓰는데, 소설이나 대본에서 캐릭터의 행동이 되게 중요하잖아요. 행동의 행을 따서 행이라고 지었어요.

 

 

Q. 글쓰는 일을 하신다는 게 어떤거죠?

 

 - 아직은 학생이고, 희곡작가가 꿈이에요. 

 

 

Q. 글을 잘 쓰시겠어요.

 

 - 어느 정도는 씁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여드릴게요!

 

 

Q. 언제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나요?

 

 - 고1 때부터 문학공부를 했어요. 처음에는 판타지 소설 같은 걸로 먼저 시작을 했죠. 하루에 열 권 이상 읽었어요. 책방에 있는 책을 다 읽고나서 더 이상 읽을 게 없어서 포기할 정도였어요. 나중에 연극에 관심이 쏠리고, 글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희곡작가에 대한 꿈이 생겼어요.

 

 

Q. 현재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 현재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사는 용산에서 시급이 가장 센 곳이에요. 사실 일이 어렵거든요. 손님이 많아요. 요리만 안 할 뿐이지 다 해요. 칵테일 만들고, 와인 따르고, 서빙도 하고 돈 관리도 하고.

 

 

Q. 일을 하시면 바쁠텐데 놀 시간은 있어요?

 

 - 일하는 시간이 자주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1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했는데, 아침에 나왔다가, 저녁에 나왔다가. 불만이 있었는데 돈을 더 주셔서, 거기에 만족하고 있어요.

 

 

Q. 돈을 벌면 쓰는 것도 중요한데, 주로 어디에다 쓰나요?

 

 - 오늘 같은 날은 머리를 하며 저에게 투자를 하기도 하지만, 돈을 벌어도 빠져나가는 곳이 많아서 맘대로 못 써요. 주로 생활비를 하는거죠. 밥먹고 차비하고 한 달이 지나면 돈이 없어져요. 제가 쓸 돈이 없더라고요

 

 

Q. 주로 밤에 일하면 친구분들 만나기도 쉽지 않겠어요.

 

 - 만나기 불편하죠. 사이도 요원해지고 만날 시간도 없고요. 전화로만 ‘언제 한 번 보자’고 반복하는 패턴 알죠? 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제 친구들은 다 군대를 갔어요. 저번에 친구한테 고마웠던 게 친구가 연평도 부대에 있는데, 거기서 힘들잖아요. 그 와중에 저한테 전화가 와서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는데 저한테 생기가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줘서 고마웠던 기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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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사이’ 때문에 헤어졌어요. 

 

Q. 친구도 친구지만 22살이면 연애도 중요하잖아요.

 

 - 최근에 헤어진지 1년 됐어요. ‘친구사이’ 때문에 헤어졌어요. 걔가 여기 나오지 말라고 했거든요. 전 그걸 무릅쓰고 나오려고 딜을 했죠. 지금까지 저는 이쪽 사람들을 아무도 몰랐어요. 그 친구는 마당발 스타일이라 제 주위엔 걔를 통해서 아는 사람들 밖에 없었어요. 제가 친구사이에 나오고 이쪽 사람들을 사귀게 되니 족쇄(?)를 채우더라고요.

 

 

Q. 가장 중요한 문제네요. 그 친구는 친구사이가 왜 싫었대요?

 

 - 아는 사람이 많은데 되려 이쪽 사람들에 대해서 의심을 하더라고요. 내가 친구를 사귀면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저는 그게 정말 싫었어요. 본인이 마당발이면서, 이건 아니잖아요. 대화를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끝은 항상 싸우게 되고 지치더라고요. 오래 만나다보니 맨날 카페만 가게 되고, 같은 취미를 가진 것도 아니니까, 권태기가 찾아온 셈이었는데, 거기서 제가 제안을 했어요. “같이 배드민턴을 쳐보자. 운동을 싫어하면 악기를 배워보자” 그러다가 저도 책을 좋아하고, 그 친구도 책을 좋아했거든요. ”같이 책읽당 나가보지 않을래?”라고 물어본 그 날 헤어졌어요. 그 친구가 “너는 나랑만 만나는게 싫냐”고 말하면서 떠나갔어요.

 

 

Q.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평소에 취미가 뭐예요?

 

 - 취미는 배드민턴, 책읽기, 음악 감상이요. 또 이불 속에서 하루종일 뒹굴뒹굴!(웃음) 너무 좋아요. 그리고 뭔가 쓸데없는 걸 좋아해요. 집에서 종이를 하나하나 찢거나, 손이 가는 심심해서 하는 행동들도 하고요.

 


Q. 친구사이에 나오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 2014년 지보이스 정기공연 [밝힘]을 보게 됐어요. 공연을 보면서 저 사람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부러웠어요. 그 때는 개인적으로도 우울한 시기기도 했고요. 나도 언젠가 저 사람들처럼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어요. 그때 문앞에서 세 시간 동안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했던 거 같아요. 마침 뒤에서 누가 다가와서 “누구세요?” 물어보길래 발을 처음 들이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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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보이스 습하면서 매일매일 행복했어요.

 

Q. 지보이스 신입단원으로서 적응하기엔 어땠어요? 

 

 - 저는 행운이었어요. 동갑 친구들이랑 친해져서 의지도 많이 하고, 형들도 너무 잘해주셔서 별로 불편한 점이 없었어요.

 

 

Q. 연습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다면요?

 

 - [길고양이의 노래]를 부를 때요. 부르면서 이상하게 우리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트랜스젠더 분이 만든 노래 [오빠의 결혼식]을 부를 때요. 소수자에 대한 노래를 어느 누구도 부르지 않는데, 괜히 제가 부르면서 이상하고, 혼자서 가끔 울컥했어요. 너무 좋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재작년에 ‘저 사람들 대단하다. 나는 저렇게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어느새 이걸 하고 있네’ 자체가 신기했어요. 연습하면서 매일매일 행복했어요.

 

 

Q. 공연을 하면서 사람들 앞에 설 때 기분이 어땠어요?

 

 - 그때는 오히려 멍했어요. ‘진짜 하는 건가?’ 하는데 입만 뻥끗하다가 지나간 것 같아요. 두 번 공연 했는데 처음은 완전 멍 때렸어요. 두 번째는 밤이다 보니 관객들도 많고 호응도 좋았어요. 처음에 했던 실수들에 대한 아쉬움을 풀 수 있었죠. 끝나고 나니까 너무 좋더라구요. 

 

 

Q. 혹시 공연 보러 온 친구분들도 있었어요?

 

 - 일반 여자친구 두 명 초대했어요. 뒤에서 요염하게 보더라고요. ‘잘하네~’ 이런 반응이랄까. 그 애들이 보수적인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평소에도 ‘널 이해하지만 너가 안그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어요. 공연끝나고 찾아가서 어땠는지 물어보니까 걔네들이 “음, 그렇긴 한데 아직은 이해를 못하겠어”라고 하더라고요. ‘안녕, 잘가~’ 그냥 보냈어요. (공연보러온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저때문에 보러 온거죠.(웃음)

 

 

#.  ‘이거 잘 선택한 거구나, 참 잘했구나'

 

Q. 친구사이 정회원이 되고 난 뒤엔 기분이 어떠셨나요?

 

 - 평소 이쪽 사람을 만나고 싶은 갈망이 있었던 거 같아요. 삶이 너무 무미건조 했어요. 나도 대화를 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싶은데 전에 사귀었던 친구가 그런걸 자꾸 막으니 오히려 욕망이 커졌어요. 어느 생각 까지 했냐하면, ‘내가 게이 친구를 영원히 못 만날까? 다른 사람을 나는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친구사이 형들을 만나고, 연락도 자주하고, 친구가 생기고 난 뒤, ‘이거 잘 선택한 거구나’라고 요즘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참 잘했구나.

 

 

Q. 앞으로 친구사이에서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요?

 

 - 사실 지보이스는 일 때문에 잘 모르겠어요. 못하고 있죠. 제 생활이 안정을 찾고, 공부도 다시 시작하면 지보이스도 글쓰는 일 같은 게 많잖아요. 그런거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Q. 대화를 나누다 보니 밝고 쾌활한 느낌이 좋아요. 원래 성격이 그래요?

 

 - 처음엔 안그랬어요. 중학교 때만 해도 굉장히 내성적인 애였어요. 그러다가 일련의 사건들이 제 인생에 터졌어요. 사춘기때 그걸 이겨내고 나니 억척스럽게 되더라고요. 사실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면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까, ‘차라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돌려 생각했죠. 

 

 

 - 저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게이인 걸 알고 있었어요. 너무 이게 거지같은 거예요. 한마디로 최악의 최악.(웃음) 그때는 약간 이러면 안되는데 고칠까 생각했죠. 고3때까지 고치려고 노력했어요. 여자를 사귀어보고 그랬는데 이게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매일 신한테 기도를 하면서 고쳐달라고 눈물의 통성기도를 했어요. 그랬는데 안고쳐지더라고요.

 

 

Q. 아직 잘 모르지만 행이님은 성격 자체가 밝은 느낌이에요. 사람 성격이 크게 바뀔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춘기때 누구나 의기소침 해질 수 있죠. 특히 게이라면 더더욱. 더 어렸을 때 자기 성격을 생각해보면,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해서 그게 내 원래 성격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더라고요. 잃어버린 자기 모습을 오히려 성인이 되고나서 다시 찾아가는 과정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만날 사람도 많잖아요.

 

 - 모르겠어요. 못 만나겠더라고요. 일도 바쁘고, 게이 어플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요. 사진을 올리면 누가 알아볼까 싶어요. 어플에서 가끔 동창을 보는데, 이런 걸 보면 무서운 어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제가 1년간 솔로인 건 매력이 없는건가요.

 

(소식지팀) 아니에요. 눈만 보면 박서준 닮았어요 (웃음) 훈훈한 이미지라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거예요.

 

 

#. 제대로 놀고, 자고 그리고 연애...

 

Q.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 일단은 밀린 공과금을 내고. 그리고 연애를 하고싶어요…(웃음) 할 마음의 준비가 됐어요. 몸의 준비는 항상 청정해역이에요. 아무 걱정 없어! 안 했으니까. 하하. 그리고 하는 일들 제대로 하기. 일이나 공부나 할 거면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본인에게 제대로 안한 거 같아요. 놀고, 자고 제대로 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책을 한 권 추천해달라는 말에, 행이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책을 골랐습니다. 전쟁통에서 쌍둥이 형제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라고 합니다. 동유럽의 아방가르드한 느낌이 물씬 나는 소설이라고 하는데요, 뭐랄까, 이 청년이 추천해 준 책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때 야설 좀 썼다는 행이의 추천도서! 모쪼록 전쟁 같은 이 세상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굳센 청년을 상상하며 되려 에너지를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서로 좋은 기운 나누며 힘내서 살자구요. 

 

다시 한 번,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 행이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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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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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지 2016-03-17 오전 02:50

눈만 보면 박서준 꿀잼ㅋㅋ
잘 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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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v 2016-03-17 오전 04:24

박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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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v 2016-03-17 오전 04:2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농담.ㅎ 행이 음성지원되네요 귀여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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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울 2016-03-17 오전 06:20

글쓰는 사람이 별로 글쓰는 사람 티가 안나는 거 개인적으로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 생각 ㅋ 인터뷰 읽으니 새삼 보고 싶넹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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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2016-03-17 오전 10:06

행이 항상 응원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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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Jamie) 2016-03-18 오후 21:21

책읽당 나오자고 한날 헤어지다니ㅜㅜ 또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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