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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호][칼럼] 내 맘 같지 않은 사람 사이의 김대리 EP2 : 역시나 따로 볼 걸 그랬다.
2018-03-31 오후 19: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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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3월 

내 맘 같지 않은 사람 사이의 김대리 EP2

: 역시나 따로 볼 걸 그랬다.

 

 

 

 


역시나 따로 볼 걸 그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점심 자리가 불편했다. 모처럼 나간 포차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인사한 것까진 좋았는데, 이참에 같이 놀던 친구들을 불러 같이 점심이나 먹자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친구 중에 딱히 사이가 틀어진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연락이 뜸해지면서 사이가 조금 소원해진 탓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나를 불편하게 만든 건, 같이 모인 친구들과의 조합이었다.

 

 

우린 3년 전 한 모임에서 만났다. 동갑모임이나 밴드에서 만나, 종로의 게이빈이 위치한 레지던스를 빌려 단체사진을 찍던 유행이 끝날 무렵이었다. 여러 번의 SNS의 탈퇴/재가입으로 인해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 내 지갑 속에는 그때 찍은 즉석사진이 남아있다. 나머지 추억들은 카톡채팅방 어딘가, 아무도 말하지 않는 단카방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처음 50명이 다 같이 모였을 땐,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이렇게 많은 게이를 한 번에 본 적도 없거니와, 각자 가진 개성에 매료되어 밥 안먹어도 든든한 느낌이었다. 어디를 놀러 가나 단체사진은 필수였다. 빠진 친구가 있다면 '영혼태그'를 넣어 소속감을 과시했다. 흡사 연인처럼 매일 아침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우리는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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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SNS에서 소규모로 모이는 사진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의 스케줄을 맞추는 것은 힘들다가 표면상의 이유였지만, 그룹내 연애가 실패로 끝났다던가, 사소한 말다툼을 이유로, 혹은 끼가 안맞아서 등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 이윽고 소모임의 대화가 더 활성화되자 단카방은 권태가 찾아왔다. 매일 아침의 굿모닝이 의무가 되고, 약속은 부담이 되며 서로의 이야기가 메아리 없는 넋두리가 되자, 단카방에선 정적이 흘렀고, 간단한 작별인사와 함께 우리는 헤어졌다. 이윽고 나도 따로 판 다른 그룹채팅방에 초대되었다.

 

 

아직도 그 친구들을 보면 반갑지만 조합은 늘 신경 쓰인다. 누구와 사귀었었는지, 누구와 싸웠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누구와 어울리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사회성발달 혹은 낯가림과는 별개로,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모였더라도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다 달라서 조합마다의 온도 차가 있다. 나 역시도 모임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는 내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같이 놀면 안 되냐'는 질문은 겉으론 평화롭게 들리지만 안일하다. 여러 개의 단카방이 생겨나고 없어지면서 관계도 특성이 생긴다. 모든 게이가 똑같지 않듯, 관계도 각자의 개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성애자보다 더욱 관계의 개성이 가시적인 것은 게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가 작고 한정적이라는 특성때문에 생겨나는 불편함이다. 아예 종로와 이태원을 떠나 살면 모를까, 계속해서 부대끼며 살려면, 서로의 서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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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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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8-04-02 오후 18:13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어떤 지점에서 애인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울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애인도 좋지만 친구를 만나는 일... 꼭 필요한 삶의 주요한 과제인 것만은 확실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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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D 2018-04-02 오후 23:36

모든 게이가 똑같지 않듯, 관계도 각자의 개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 그러게요. 관계란 뭘까, 끊임없이 친밀한 관계를 갈망하는 마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정말 내 맘 같지 않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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