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24호][퀴어문화축제 참관기] 가슴 벅찬 행진
2012-06-12 오전 11: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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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 

[퀴어문화축제 참관기] 가슴 벅찬 행진

 

                                                                      정준 (소식지 팀)

 

 

올해로 13회가 되는 퀴어문화축제 벌써 13년째 이어져 오는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이 처음 참관한 축제이다. 퀴어퍼레이드 행사에 참여하면 혹시나 아웃팅 되진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인 것도 있고 친구사이 나오기 전까지는 혼자 가볼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나에겐 첫경험(?)이 된 퀴어문화축제게이로 살아오면서 이런 가슴 벅찬 느낌은 처음이었다.

행사 당일 아침 그래도 게이들이 모이는 곳인지라 옷부터 머리까지 신경이 쓰이긴했다. 나도 게이이긴 게이인가보다나름 꽃단장(?)을 마치고 부랴부랴 행사장을 향해갔다 도착했을 땐 벌써 지_보이스 공연이 한참 이었다. _보이스 공연은 언제 봐도 참 멋있다^^ 지보이스 신입단원인 나는 아직 공연울렁증 때문에 같이 참여하진 못했지만 언젠가 같이 공연하는 날을 상상해 보면서 즐거운 공연을 즐겼다.

공연이 끝나고 친구사이 부스에 마련된 낙원딴스홀은 클럽 컨셉으로 입구에서 출입할 때 도장도 찍어주고 모히또 소주와 맥주도 팔고 있었다 정말 클럽에 입장하는 느낌(?)이랄까? 아쉬운 점은 부스가 구석에 있었어 출입이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그에아랑곳 하지 않고 이태원 클럽 못지 않은 광란의 댄스타임. 그리고 라인댄스시간에는 친구사이 회원들 모두 나와 라인댄스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퍼레이드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서 여러부 스를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해봤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단체들이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막대사탕 모양으로 만든 콘돔을 나눠 주기도하고 성인용품을 파는 사람도봤다. 이태원을 방불케 하는 많은 외국사람들, 그리고 축제를 제대로 즐기려 코스프레한 사람들 특히 훈도시 하나만 입으셨던 분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잘생긴 훈남들도^^ 처음 와본 축제장은 마치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처음 게이 어플을 다운 받았을 때 느낌이랄까? TV에서 다른 나라의 퀴어축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서울 한복판 눈앞에서 퀴어축제를 보고 있으니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것 마냥 신기했고 13회까지 이어올 정도로 축제가 규모나 사람들의 참여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퀴어축제의 하이라이트 퍼레이드 시간. 여러단체의 화려한 퍼레이드 차량들이 줄을 이어 섰지만 그 중 단연 최고는 우리 친구사이였다! 하늘에서 방금 강림 하신 8선녀분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깃발댄스팀, 신나는 군무를 보여주신 지_보이스. 정말 우리 친구사이 포스가 가장 강렬했다 특히나 8선녀분들은 착한사람 눈에만 보이는 살색 선녀복(?)을 입으시고 현란한 춤사위를 보여주셨다. 그중 가장 내공이 크신 진석 선녀님은 게이창조란 슬로건에 맞게 직접 뒷산에서 나뭇잎으로 엮은 가리개는 태초의 아담을 보는듯했다^^ 진석님 짱!!

분위기는 절정에 달은 듯 했고 행렬의 함성소리와 차량에서 나오는 신나는 음악소리에 내 심장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뭉클해져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풀린다는 말처럼 맘 속에 묵혀두었던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건 아마도 나의 정체성을 깨닫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숨기며 지내야 했던 지난 시간 속에 나도 모르게 쌓인 아픔들을 퍼레이드를 통해 다 풀어내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날 하루만큼은 숨길 필요 없이 당당하게 걸을 수 있어서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퍼레이드를 무사히 마치고 부스정리를 하면서 축제를 위해 준비하신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공연준비, 퍼레이드 차량, 기타 물품준비 등 준비과정이 녹록치 않았을텐데그리고 더운날씨에 차량 위 8선녀분들 그리고 깃발댄스팀, 라인댄스에 지_보이스. 그리고 퍼레이드 준비하신 모든 분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번 퍼레이드에 아무 수고도 없이 그냥 즐기기만 한 게 너무 죄송스럽단 말씀 드리고 싶네요^^ 14회 퀴어 축제 땐 좀더 적극적인 참여로 보람된 축제를 기약하면서 내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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