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호][활동스케치 #2] 친구사이 회원대상 반성폭력 교육 1 : '게이커뮤니티에서 성폭력이란 무엇인가' 후기
2020-10-05 오후 12: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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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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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2]

친구사이 회원대상 반성폭력 교육 1

: '게이커뮤니티에서 성폭력이란 무엇인가'

 

 

종종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 성폭력과 관련한 교육 및 워크숍에 참여할 기회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고민들을 나누는 자리에 참석하게 된다. 이처럼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이러한 시간들이 값진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그 끝엔 늘 어딘가 명쾌하지 못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아마도 게이로서 스스로의 경험들을 반추해보며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들이 존재하고, 또 한편으론 책임감 있는 대응과 문제해결을 요구받는 위치가 주는 부담이 섞인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초 친구사이에서는 지난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등한 조직문화 및 성폭력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기로 했고, 그 논의 끝에 첫 번째 순서로 ‘게이커뮤니티에서 성폭력이란 무엇인가?’라는 부제의 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번 교육은 성폭력 문제에 대해 게이커뮤니티의 피부에 닿는 언어로 풀어내고, 성폭력 예방과 성적 동의의 문제를 게이 커뮤니티의 전승과 맥락 안에서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교육 대상을 게이 커뮤니티로 한정하여 진행되었다.

 

교육은 게이커뮤니티의 성적 활력 및 동의를 이야기하기 위해 ‘왜 우리는 종태원에 모이게 되었나?’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바로 이것은 제도적 이성애를 전제한 상태에서, 게이들이 그 제도적 이성애를 피해 종로와 이태원이라는 게토에 모이게 되었다는 개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나중에 설명되는 '게이는 이성애자 남성과 다르다'는 결정적 근거 중 하나이기도 했다.

 

게이커뮤니티의 성문화에 대한 설명에서는, 이것은 이성애자 남성과는 달리 억압과 피해 위에 존재했으며, 이러한 역사의 일례로 '종태원'이 게이커뮤니티의 위치이자 성매매집결지이도 했다는 점이 강조되었고, 게이가 성매매여성과 비슷한 성 습속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빗대어 쓴 ‘보갈’의 은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렇듯 게이커뮤니티의 성적 활력은 이성애자 남성의 성적 활력과는 다르게 인식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게이커뮤니티 내에서도 성적 활력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나아가 성적 활력이 넘친다고 해서 동의 없는 성행위가 당연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강조되었고, 따라서 우리가 가진 성적 활력의 역사와 우리가 지닌 성적 활력의 한계를 동시에 보아야 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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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성적 동의에 대한 부분이 이어졌다. 게이커뮤니티 안팎에서 발생하는 비동의 성접촉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았는데, 먼저 이성애가 연루된 사례의 경우, 과거 조폭들이 일반 사우나에서 게이들을 상대로 성적 접촉을 유도한 후 걸려든 게이들을 대상으로 아웃팅 협박을 통해 금품을 갈취하는 것이 일종의 통과의례였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군대 내 성폭력의 경우 이성애자 선임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은 사례와 같이, 비동의 성접촉 관계 안에서는 성욕보다 위력과 위계가 어떻게 작동되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한편 게이커뮤니티의 성문화와 게이 간의 성폭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모두가 성욕에 차있고, 섹스를 원할 것이라는 게 부당 전제일 수 있고, 설령 그게 일정 부분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모든 개인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이처럼 성적 활력은 성적 동의가 필요 없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게이커뮤니티 안에서도 오랜 성적 활력의 전통과 함께 성적 동의의 전통을 만들어온 역사도 존재했는데, 바로 2000년에 발행된 <보릿자루>에 실린 한 글에서 “인격적인 이반사회”라는 대목이 등장하고, 이는 게이들이 연애와 섹스만 하는 이들이 아닌, 서로의 인적 사항들을 주고 받으며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게이커뮤니티로의 인식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었다.

 

이처럼 게이커뮤니티의 성적 활력의 전통은 성적 비동의의 핑계가 될 수 없고, 성적 활력의 전통과 함께 성적 동의의 전통도 함께 만들어져 왔으며, 이와 동시에 이성애자의 시선으로 게이커뮤니티의 성문화를 바라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그간 여전히 풀리지 않았던 작은 매듭 하나가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이어서 성적 동의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역시나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에 단번에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핵심은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위계와 위력을 파악하는 것과 적극적 합의를 구하는 것, 또 침묵은 합의가 아니며, 분위기를 깨더라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합리적 피해자’ 관점과 피해자의 회복에 대한 설명, 그리고 비동의 성접촉을 겪은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와, 당사자가 이후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마지막 챕터의 핵심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시 '피해자 → 가해자 → 우리 모두'의 회복이라는 우선순위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것은 우리가 지닌 섹슈얼리티와 친밀성의 세계가 모욕당하지 않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강의의 세줄 요약으로 강의는 마무리 되었다.

 

- 사람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헛갈리면 무조건 사과하라.

- 동성 간 성폭력은 성적 활력의 부산물이 아니다.

- 성적 활력을 지키되, 성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자에 공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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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진행해보는 온라인 화상 형식의 강의이기도 해서 참여자들이 다소 수동적이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예상과 달리 교육이 끝난 뒤 참여했던 이들 사이에서 다양한 소감과 의견들이 나왔다. 게이커뮤니티의 하위문화 중 하나인 찜방에서의 성적 동의에 관한 적극적 해석의 필요 여부, 성적 활력의 부분에서 배제되는 이들 중 외모와 식차별 등 우리가 언급하는 성적 활력에 누구를 참여시키고 참여시키지 않는지, 우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 또 종로와 이태원을 우리의 유산처럼 공유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공간을 기반으로 게이커뮤니티에 진입하는 새로운 세대의 성소수자들에게 게토의 역사가 얼마만큼 와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까지, 각자의 생각과 의견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 한 번의 교육으로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고 조직 문화가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앞서 강의에서 언급했던 위계와 위력을 인지하고, 게이커뮤니티 내에서 계승해 왔던 성적 활력과 동의의 맥락들을 알고, 또 교육에서 미처 언급되지 못한 다양한 개인들의 이야기들을 이어가며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힘과 언어들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다 보면 조금은 달라진 우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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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교육팀장 /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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