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호][활동보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대세인 시대. 평등에 합류해야 합니다.
2020-07-03 오전 10: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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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 

 

차별금지법 제정이 대세인 시대. 평등에 합류해야 합니다.

 

 

 

2020년 6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원위원회[1]는 제21대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2006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국무총리)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이후로 14년 만의 차별금지법 관련한 적극적인 요구를 한 셈입니다. 또한 하루 앞서 6월 29일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포함한 총 10명의 의원이 21대 국회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2007년 제 17대 국회에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이후로 13년 동안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제정 논의가 21대 국회 개원 초기에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새인 것입니다. 이제 국회에서는 정의당에서 발의한 차별금지법과 국가인권위가 국회에 의견표명한 평등법이 논의가 될 예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우선 우리에게 친숙한 ‘차별금지법’으로 통일하여 부르겠습니다.

 

아마도 친구사이와 같은 성소수자 인권단체에 활동하는 회원이나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관심있는 커뮤니티 일원들이라면 ‘포괄적’ 차별금지법[2] 제정에 대한 요구를 많이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2007년 10월 2일 법무부는 인권위가 권고한 차별금지법안을 받아 논의를 거쳐 정부안을 만들어 입법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20여일이 지난 10월 22일 동성애차별금지법안저지의회선교연합(의회선교연합)이 법안에 열거한 차별 금지 사유 중 '성적 지향'을 빼 달라고 요구하며 개신교인 12만 명의 서명을 받아 법무부에 제출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차별 금지 사유에서 성적 지향을 포함한 총 7가지 사유를 삭제한 법안을 최종 입법 예고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성소수자 운동 진영 뿐만 아니라 인권, 시민사회 운동 단체들은 이러한 정부의 결정을 규탄하는 항의 행동을 이어갔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성적 지향 논란은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삭제된 것은 7가지 차별금지조항만이 아니라 성별 정의 조항까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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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부 결정에 성소수자를 포함한 인권,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분노하게 된 것은,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법 제정 과정에서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사회적으로 차별 받고 있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시 참여정부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에 포함되어 있는 차별금지 사유들을 삭제하라고 함으로써, 인권의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은 이들의 주장을 사회의 한 의견으로 인정한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러한 주장은 2007년 이후 다양한 인권과 관련 제도화 과정으로 이어져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 어려워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당시 대응을 통해 2008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란 성소수자 운동의 새로운 상설 연대체가 출범하게 되었고, 이후 차별을 조장하는 세력에 맞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 차별과 혐오에 맞선 운동주체이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맞서 싸우는 주요 세력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성적 지향으로 인한 논란으로 시작되었지만, 차별이라고 하는 것은 성적 지향이란 단일한 사유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에서 차별금지사유[3]는 최소 21개 이상입니다. 너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러한 사유로 우리 사회에서는 합리적인 이유없이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들이 직, 간접적, 복합적으로, 그리고 괴롭힘과 성희롱 등의 형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유들은 단순한 예시의 열거를 넘어 지금 우리 사회에 심각한 차별의 현실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고, 기존의 삭제 논란을 통해서 보듯이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을 위한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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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우리 사회 곳곳의 차별의 현실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무시와 배제, 거부, 구별, 제한 등의 차별의 역사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분쟁과 갈등의 역사를 거쳐 인권의 규범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후 운동과 투쟁의 역사를 거쳐 완성된 인권 규범에서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법 앞에 평등하며,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보편적이고 불가침의 원칙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대한민국의 헌법에서도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합니다. 헌법과 개별적 차별금지법 등이 존재하지만, 헌법이나 개별법으로 우리 사회에 구조화되고 공고한 차별의 현실을 규율하기에는 부족하기에, 차별금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영역,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차별시정을 위한 책무와 역할, 차별받은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인 구제 조치 등이 명시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것입니다.

 

즉 이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차별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기초이자 최소한의 장치인 것입니다. 이 법으로 인해 바로 차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초 장치가 있어야 우리 현실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고, 혐오와 낙인, 편견으로 인해 비가시화 되어 있던 소수자들이 차별금지법을 통해 사회의 인식이 개선되고 변화됨에 자신을 좀 더 드러낼 용기를 갖게 되면서 평등으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는 현실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 발의를 통해 21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 논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과거의 국회를 비추어 볼 때 국회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리고 실제 제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안에 서명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 표명을 통해 나온 시안에 대해 아직 서명하지 않은 290명의 국회의원들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서명해야 합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차별금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차별금지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는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바라는 시민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그런데 일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조장법이며,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누구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소수자에게 특권을 주는 법이 아니라, 평등으로 향하는 길을 확장함으로써 소수자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적인 평등 지수를 높이도록 하는 법입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 및 저상버스 숫자를 늘리는 것은 비단 장애인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노약자 및 이동이 불편한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것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이주민, 난민, 장애인이 특권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인 평등 지수를 높여서 결국 우리 모두의 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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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차별금지법이 대세인 시대입니다.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사람들을 구별하고 배제하고 무시하며 거부해서는 안됩니다. 어느 누구도 이러한 차별현실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입니다. 모두를 위한 차별에 반대한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이제는 맞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남은 2020년 하반기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기획될 다양한 행동, 캠페인, 기획 등에 우리들의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합니다. 남은 290명의 국회의원들이 차별금지법에 서명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에 더 강하게 요구하고 설득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대세인 시대. 평등에 합류해야 합니다.

 

 


[1] 전원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장 1인과 위원 (상임위원 3인, 비상임위원 7인) 10인 전원으로 구성된 회의체.

 

[2] "한국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고용상연령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합니다. 위와 같은 개별법들은 특정한 차별사유를 구체화하여 심화시켰지만, 개별법만으로는 차별이 설명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닙니다. 가령 장애여성노인이 직장에서 차별당했을 때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를 다룬 연령차별금지법과 장애를 이유로 하여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고용상 성차별금지법의 기로에 서서 내가 겪은 차별이 어디에 속하는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각자 다른 차별시정기구에 진정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복합적인 차별 사유 중 효과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구제받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러한 차별이 발생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차별의 경험을 포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차별의 경험을 보다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운동 10문 10답> 중에서)

 

[3] 6/29에 국회에 발의한 장혜영의원안의 차별금지사유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6/30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의견표명한 법안의 차별금지사유는 “성별, 장애, 병력(病歷),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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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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