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9 : 제 6회 문집 발간회 + 낭독회 <그래야 살아!>
2019-10-31 오후 13: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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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0월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9

: 제 6회 문집 발간회 + 낭독회 <그래야 살아!>

 

 

 

"읽은티"는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갖는 친구사이 소모임 "책읽당"의 독서 모임 후기를

매월 친구사이 소식지에 기고하는 연재 기획입니다.
이번 달에는 지난 10월 12일에 진행된 제 6회 문집 발간회 + 낭독회 <그래야 살아!>의 당원 후기를 모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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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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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쓰려고 했다. (정말이에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잡지든 만화든 편집부 후기나 작가 후기를 제일 재미있게 읽는 인간이었다. 그게 제일 재미있었다. 암튼간에.

후기라니. 왜 감히 후기를 쓰겠다고 한거냐, 나년!!!

달리는 606번 버스 안에서, 그런데 한강은 언제 나와...

누구처럼 일곱 걸음 안에는 다 쓸 수 없어도 최소한 버스가

종로바닥 찍기 전에는 뭐라도 쓰겠지ㅡ

언제 낭독회를 했는지 아득하다. 기억이 안난다. (정말이라니까요.) 진행 순서도, 어떻게 읽었고 옷은 언제 갈아입었고 하는 것들이...

아니지.

 

글쓰기 모임에서 왁자하게 웃던 일,

진지하게 서로의 글을 평하면서 짓던 표정들,

연습모임에 못 온 당원의 녹음 속 꿀꺽 하는 침삼키는 소리,

리허설 때 눈부시게 때리던 조명,

 

그 아래에서 환하게 웃는 당원들.

 

서로 마음을 기울이며 함께했기에 이런 것들이 내게 지금처럼 소중할 수 있었던 거야.

올 해 낭독회를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운영진 여러분, 당원 여러분, 그리고 낭독회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가내평안하시고 내년에도 다시 만나고 싶어요.^^*

 

 

 

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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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고 춤추는 것 말고 진지한 무언가를 게이들과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책읽당 낭독회는 저에게 있어 그런 진지한 경험이었어요. 낭독회를 준비하며 책읽당 동지들의 다른 면을 보기도 했고, 쓴 글을 통해 각자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 모임이 술벙개였다면 그저 얼굴과 성향점수 정도만 파악하고 금세 잊었을 그런 인연이었을 텐데. 같이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하다 보니 모두에 대해 다소 쓸데없는 정보들을 많이 알아버렸습니다. 저 친구는 술 먹고 빵뎅이만 흔드는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진지한 고민이 있었구나, 저 인간은 점잖은 척 하더니 평소 머릿속에 음란마귀가 전세를 내고 있구나, 저 동생은 평소 밝아보이기만 했는데 남모를 아픔이 있었구나. 뭐 이런 것들이요. 알면 또 얽매이게 되지 않겠습니까? 아마 쉽게 이 모임을 벗어나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이 고맙습니다. 작지 않은 행사인데 무거운 책임감 처음부터 끝까지 기꺼이 짊어져 준 황이형에게. 몸도 아픈 주제에 항상 밝게 자기보다 남을 먼저 살펴준 노랑누나에게. 듬직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을기형에게. 돈 걷고 독촉하는 짜치는 일 군말 없이 해주는 존슨에게. 매일 이런저런 이야기와 좋은 리액션으로 채팅창 사운드가 비지 않게 해 준 종하에게. 그리고 성민이형, 소피아언니, 동우형, 단우형, 크리스언니, 모쿠언니, 헤이든언니, 스캇형, 희동이, 멧비, 조이, 모짜, 기표, 재윤, 자드, 상효... 잊은 사람 없죠? ㅎㅎ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서로 인생에 조금 더 간섭하고, 함께 즐겁고, 가끔은 위로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 살씩 더 먹은 내년에는 더 농염해진 인생들을 또 읽어내릴 수 있기를.

 

 

 

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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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회는 처음이었는데, 낭독자였어서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여름 동안 글을 쓴 것을 가을에 낭독회라는 형태로 거둔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네요. 이제 곧 연말입니다. 다들 따뜻한 겨울 되세요.

 

 

 

공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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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낭독회는 평범한 게이들이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두 시간 남짓한 아담한 행사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희는 보다 오래도록 기억될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며 서로에게 무척 고마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중 상당수는 만난 지 이제 겨우 한 해가 되어갈 뿐인데 일을 두고 다투지 않았고, 토라지지 않았으며 서로 미루지도 않았습니다. 각기 생업에 치였을 텐데 맡으면 조용히 자기 시간을 죽여 어려운 일들을 해냈습니다.

 

스물에서 마흔에 걸친 온갖 게이들이 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머리를 맞대어 읽고, 문집을 내어 기념하고 다시 공간을 구해 사람들 앞에 섰다는 것. 책읽당이 아니라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쿠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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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회가 끝난지 2주밖에 안 됐는데 2달도 더 된 일같다. 오래전 읽은 소설처럼 아득하다.

낭독회는 10월 12일 열렸지만 그 시작은 6월 8일 글쓰기 강좌부터였다.

이후 우리는 쓰고 읽고 고치고 낭독하며 4달을 보냈다. 넉 달은 한 계절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다.

그 넉 달을 난 '책읽당의 계절'이라고 부르겠다.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책읽당의 계절'이 지나고 나면

한 해를 다 보낸 기분이다.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총무 존슨,

낭독회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편집장 을기,

그리고 일년 내내 정말 고생한 총재 황이.

애정을 담뿍 담아 운영진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수고했어, 올해도 :)

 

 

 

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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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점

 

04 2013년이었을거야. 살 곳도 직장도 없이, 대서양에 조난된 느낌으로 수도권에 들어갔는데... 오갈 데 없는 촌놈이라고, 챙겨주며 즐겁게 어울려주던 게 책읽당이었거든. 추억팔이를 해보자면, 그 때 참 대단했지. 고상하고 우아한 곳인 줄만 알고 갔는데, 사실 총재도 당원도 다들 밑친련인 거야. 뭘 해도 재미있고 즐거웠어. 그 때 코흘리개 신입으로 봤던 사람이, 지금의 총재 황이. 코찔찌리가 총재라니...

 

03 중간에 집으로 내려오면서 서울과는 물리적으로 멀어졌고, 자연히 시나브로 책모임에도 나가지 않게 됐어. (그간 고생했던 리수와 자미예에게는 살짝 미안하다!) 원래 사는 게 그러하듯이, 시간이 지나 2019년이 왔어. 여러모로 지치는데 심심하기까지 하니까 다시 찾게 되더라구, 책읽당을. 코흘리개 말고는 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알아주는 이도 없는 짬밥 덕인지 막 낯설지는 않더라. 그와중에 신입인 줄 알고 환하게 말 걸어준 노랑버프 덕에 그 후로 책모임에 적극 나올 수 있었어. 사실 예전과 사뭇 다르게 잘생긴 사람들이 많더라고 ㅇㅈㄹ 미남 보는 맛에 더 나오고 싶더라니. 노랑은 후에 알고 보니 고인물도 그런 고인물이 없더라며 땅을 치더라는...

 

01 여러 사람들 각자의 케미가 맞았던 덕일 거야. 책모임 자체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유지된 건. 글쓰기 모임부터 지도 선생님이 훈남이었던 탓일까? 책모임의 연중행사인 글쓰기 모임도 아주 즐거웠어. 일단 참여인원이 많았고, 글도 제때 잘 써주어서, 선생님의 피드백도 친절하게 받을 수 있었을 거야.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 흥미로운 글을 쏟아내는데, 재밌지 않기가 어렵겠지. 내가 참여해서가 아니라, 2019년 문집 퀄러티 정말 좋더라. 솔직히 내가 참여했기에 특별한 거겠지만. 아무튼 어쨌든 모쿠와 호세 글 정말 사랑해. 모쿠 글은 한 편의 시 같았고, 호세 글은 피부에 닿는 글. 인권 갬수성까지 탁월.

 

02 책읽당 여름 모꼬지를 갔는데, 아니 이 사람들이 노는 것도 열심히인데다가, 다가올 낭독회 준비에도 적극적인 거 있지. 냅다 포스터를 맡은 멧비와 PPT 가져간 호세는 제정신이 아닌 거 같았어. 나까지 얼떨결에 그 분위기에 합류해버렸다. 영상물 만들어 보겠다고 주접을 떨었으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잖아. 준비과정에서 당일 현장 녹화까지 미션 클리어. 무임금으로 이런 가성비 없을 거예요.

 

00 을기의 낭독회 장소섭외, 짝짝짝 장소도 이런 장소가 없을 거야. 1회 낭독회는 친구사이 사정전에서 단촐했지. 물론 그 분위기도 좋아하지만, 이번 전태일 기념관은 위치며, 무대까지 정말 two thumz up. 엄지가 세 개라면 세 개 들었을 거야. 낭독회 당일 무대 뒤에서 열심히 음향감독 해준 소피도 고생이 많았어. 개인적으로는 촬영한답시고, 낭독회를 하나도 즐기지 못한 게 사실이긴 해. 무대 뒤를 오가며, 당원들을 열심히 피사체로써만 찍어댔으니... 원래도 나는 인생자체가 결과보다는 과정인 사람이다 보니, 촬영자로서 지켜본 낭독회는 정말 최고였어. 최상급 표현 잘 쓰지 않는 놈이 최고라고 했으니 말 다 했지 뭐. 전문 성우들의 프로페셔널한 무대와 비교하자면야 여러모로 어리숙했을 지도 모르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어? 치열하게 준비했고, 즐겁게 무대를 채웠으니까. 뒷풀이까지 신났고, 담백했다고 생각해. 아름다운 밤이었어, 2019 낭독회.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멧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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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학교 선배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던 중에 갑자기 한 형이 이렇게 물었다. 근데 너, L이랑 정말 왜 헤어졌냐?

 

이유는 명확했지만 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그 형뿐만 아니라 L과 나를 알던 많은 친구들이 물었을 때도 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남자를 너무도 좋아하는 남자였고, 그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고, 우리는 서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헤어져버렸다.

 

L을 생각할 때면 무책임하고 우물쭈물하던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고민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는 종로3가 치킨뱅이 건물 3층으로 오르는 토요일이 그저 설레고 즐겁다.

 

언젠가의 낭독회에, 답을 기다리던 그들 앞에 당당하게 서있는 나를 상상한다. 매번 같은 것을 묻지만 제대로 된 이유를 들을 수 없었던 나의 오랜 친구들도, 여자 좀 만나라고 독촉하는 짓궂은 선배들도, 미래의 며느리를 그려보는 우리 엄마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조차도 미안한 L도. 다 같이 모여 우리들의 진짜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는 그런 날을 언젠가 맞이할 수 있기를.

 

 

 

S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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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로서의 나를 더 적극적으로 마주하다.

올해로 낭독회에 4번째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낭독회를 마치고나야 그 해를 말끔하게 매듭짓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에게는 낭독회가 굉장히 중요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책읽당은 어느새 제 생활의 변두리가 아니라 핵심적 활동 중 하나가 되었고, 게이로서의 제 정체성과 게이로서 여러 사람과 교류하고 활동하는 것이 제 생활 속에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작년까지 발표하던 주제인 사랑과 연애를 벗어나, 이번 낭독회에서는 처음으로 게이의 삶에 지침이 될 관습의 필요성에 관한 짧은 생각을 발표했다는 점이 특히 의미 깊었습니다.

게이로서의 관습이 비단 게이들 간의 사회생활에서만 통용되고 버려지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게이는 일반사회를 떠나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게이들만의 관습을 고민함으로써 게이로서 삶에 관한 관점을 확고히 하면서도, 이를 일반사회에서 맺은 여러 인연과의 관계에 접목하고 그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데 활용하려 합니다.

성소수자라서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고립되어야 하는 법은 절대로 없습니다. 성소수자라는 특징을 꼬옥 품에 안은 채, 세상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힘차게 살아갈 내일을 꿈꿉니다. 끝.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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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낭독회 단톡방. 책읽당 형, 누나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릅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을 때 나에게 사람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에 대해 쓰기로 한 낭독회였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이 앞섰습니다.

 

작년 낭독회는 여러 사정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런만큼 이번 낭독회가 더 의미있게 다가온 이유는 사람들의 눈을 보며, 숨소리를 느끼며 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는 것 때문이겠죠.

 

낭독회라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신 총재님과 편집장님, 많은 책읽당의 당원들, 그리고 작은 농담에도 즐겁게 웃어주신 여러분 덕분에 책읽당에 들어와 또 하나의 추억을 가슴에 묻습니다.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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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당에 회원으로 등록은 해놨지만, 열심히 나가지는 않는 회원이라 낭독회 참석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신입 회원이라고 인터뷰를 할 수 있던 것도 참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사람들과 함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벽보도 붙이고, 무대 위에 의자도 정리하고, 사람들과 함께 행사를 만들어 갈 수 있어서 보람도 있었어요. 다시 대학생이 되어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찌들어 있다가 얼마만에 느껴보는 대학생 기분인지! 하지만 무엇보다 직접 쓴 (야한) 글을 사람들 앞에서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읽을 때 객석의 몇 분이 피식 해주셨는데, 그 때 정말 짜릿했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2부 초반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인터뷰이로서 말을 할 때, 어떻게든 관객들을 한 번이라도 더 웃기려고 괜히 더 끼를 떨었던 거 같아요. 실제로는 전혀 끼가 없거든요. 하하.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진짜 재밌었어요.

 

 

 

모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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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토요일이면 으레 책읽당에 나가던 시절을 지나 모임에서 묘한 이질감을 갖던 시기가 있었다. 나름 만족스러운 독서를 하면서도 집에 돌아갈 때면 알 수 없는 서늘한 기운에 몸을 털어내기도 했다. 그런 때가 있었다.

무게 추를 만지작대며 어찌 저찌 모임을 나가다보니 어느새 책읽당 정기 낭독회 날짜가 성큼 다가왔다. 책읽당의 한 해를 한 편의 소설로 구성해보면 낭독회는 '절정'에 가까운 것 같다. 정기 낭독회는 꾸준히 모임을 통해 책과 시선을 맞춰온 경험을 바탕으로 당원들이 직접 글을 써보고, 낭독을 하는 행사다. 동시에 책읽당이라는 이름으로 모임 밖의 당신을 향해 용기 내어 손을 내미는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는 참석자의 여유로운 시선으로 행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약간은 어두운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행사장 주변 곳곳에서 새나오는 부산스러움과 음악이 어우러져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어 시작한 낭독회는 시간 배분과 구성이 탄탄했고 낭독과 무대 진행과정이 깔끔하게 이어졌다. 진지하게 낭독에 임하는 당원들을 가까이서 보니 이날을 위해 다같이 달려왔을 노력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들과 내가 같은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현실이 새삼 자랑스러웠다.

곧 소식지에 실릴 다른 당원의 후기가 기대된다. 이 똑같은 순간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보고 있을 당신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당신이 우리와 충분히 떨어져 있다고 느껴지는지.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손이 어디를 향해 뻗어있는지 바라볼 차례이다.



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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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 모임에 발을 들여 제법 오래 신세를 졌습니다. 매번 열명이 넘게 모이는 정기 모임을 꾸준히 이어가야하는 모임을 어떻게 몇 사람이서만 끌고 움직이겠습니까마는, 여기서는 몇 사람이 특히 더 품을 들인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임에 신세를 지고 있는 입장이라면, 편한 일만 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는 더 품을 들이는 몇 사람 중에 하나로 모임에 나오고자 하였습니다.

 

사실, 제 1회 낭독회에는 문집이 없었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책의 어떤 구절을 읽었습니다. 그 때 저는 책읽당 당원이 아니었고, 1회 낭독회가 제가 처음 참가한 책읽당 공식 모임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길래, 얼마나 똑똑하고 얼마나 학벌이 좋을까, 나처럼 멍청한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모임일까 걱정이 많았습니다만, 사람 사는 데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했나요?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2회 낭독회에는 처음 만든 문집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경험도 쌓였고, 문집의 두께도 두꺼워졌지만, 그 때보다 지금의 문집이 더 나은가하면, 그건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나의 볼품없는 글이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는 책에 실린다는 것은 설레는 경험이었고, 그 동안 어디에서도 널리 알리지 못했던 나의 이쪽 이야기를 그런 책에 실을 수 있다는 것은 두려우면서도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2회 낭독회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문집에 실었던 글을 낭독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그 느낌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3회 4회 5회를 반복하면서 제법 구색이 갖추어지고, 문집 역시 새로운 당원들과 새로운 이야기들로 풍성해졌습니다. 책읽당은 이미 제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었습니다. 문집도, 낭독회도, 매년 어떤 시기가 되면 또 볼 수 있을 것 처럼 당연해졌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외부에 공개하는 낭독회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책읽당 내부 행사로 간략하게 낭독회를 진행하긴 하였지만, 못 내 아쉬웠습니다. 그건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모임이 매년 같은 모습일 필요는 없는 것이지만, 전보다 작아지는 모임을 지켜보는 일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운영진이 되어 모임에 더 많이 품을 들이게 되었을 때, 저의 목표는 모임의 원상복구였습니다. 물론 모임이 작아졌다는 평가 역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원상복구는 어느 정도의 수준을 의미하는지 역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올해는 문집도, 낭독회도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많은 도움을 줬던 운영진들을 비롯하여 아낌 없이 재능을 나누어주었던 많은 당원들, 특히 올해 새로 들어왔지만 낯 가리지 않고 어울려 준 신입 당원들 덕분입니다. 완벽한 책, 완벽한 낭독회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저의 기준에서는 목표치 초과입니다. 다들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아직 올해는 다 지나지 않았지만, 일단 크게 한숨 돌려봅니다. 낭독회를 찾아주신 많은 여러분께도 다시 한번 뜨거운 감사를 전합니다!

 

 

 

 

 

 

 

책읽당 참석 문의 : 7942bookpar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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