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6호] 한발 앞으로 나갔습니다.
2010-10-01 오전 07: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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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9월 


한발 앞으로 나갔습니다. 9월 친구사이 활동기

 

 

 

이쁜이(친구사이 사무국장)

 

 

 

 

 

여전한 더위로 시작한 9월이었습니다. 9월이라, 선선함을 기대했던 이들을 실망시키는 높은 온도가 이어지면서, 정말 가을이 없어지는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었죠. 그렇지만 지금은 낮에는 조금 더워도 아침과 저녁으로 쌀쌀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기온이 성큼 내려갔습니다. 기분 좋은 날씨라고 말해도 될듯했습니다.

 

9월은 10월을 준비하는 듯, 다양한 회의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월초부터 매우 기분 좋은 소식들이 연이어 들렸습니다. 먼저 9월 9일 목요일에는 영화[친구사이?]에 대한 행정법원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미 친구사이 공지사항을 통해 아시는 분들도 있을거라 예상합니다. 영화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영화[친구사이?]에게 내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은 위법하다는 행정법원의 판결입니다. 영등위는 2009년 11월 09일 영화[친구사이?]는 성적 정체성이 미숙한 청소년의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이를 수용하거나 소화하기 어려워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건전한 사회윤리, 선량한 풍속 및 사회통념 등에 비추어 보아도 청소년이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친구사이와 영화사 [청년필름],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과 함께 그 위법성을 지적하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 취소를 목적으로 하는 소송을 제기 하였고 9월 9일에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판결에서는 그 동안 ‘청소년 보호’를 외치며 동성애를 유해한 것이라며 떠들던 많은 이들의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고, 현실 사회에서 변화하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의식을 정확히 읽고 있으며, ‘동성애’가 처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려하면, 가히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짧은 인터뷰 1. [친구사이?] 소송 담당자 장서연에게 묻다.
친구사이 : 1심에서 이겼다. 지금 기분은?
장서연 : 정말 기쁘다. 솔직히 법원의 판결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승소 소식을 듣고 더 기뻤다. 소송을 처음 시작할 때는 재판부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뭐 이런걸 다 소송하나? 하는 표정.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 검증기일을 거치고 점차 재판부도 진지하게 이 사건을 대했던 것 같다.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다.

친구사이 : 이번 판결의 의미는 무엇일까?
장서연 : 이번 판결은 '동성애를 표현한 영상물이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일반적(?)인 편견이 근거가 전혀 없는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하였다는데 의미가 크다. 그리고 한국에서 최초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분류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여 취소판결을 얻어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영등위가 더 신중하게 등급분류를 했으면 좋겠고, 최대한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친구사이 : 한국 최초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더불어 지금 한국 사회는 청소년에게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 하면 안된다는 분위기인데, 청소년에게도 그럴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장서연 : 판결문에 보면, 영화 '친구사이?'가 청소년에게 해롭지 않다는 판단에서 더 나아가 "영화를 관람하는 청소년들에게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성적 자기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교육적인 효과도 제공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밝히고 있고, "동성애를 내용으로 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의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판결문에서 이렇게 명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친구사이 : 그래도 판결에 동성애와 관련해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사회적 현상이라고만 이야기하고 법원의 판단은 하지 않았다. 대법원까지 가는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을 할까?
장서연 : 그렇다. 아쉬운 점은 판결문을 보면, 법원이 스스로 '동성애'에 대한 가치판단을 직접 하지 않고, "동성애에 관하여는 이를 이성애와 같은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하여, '주장'으로 표현하였다. 영등위가 언론에 항소예정이라고 밝힌만큼, 이 소송에 대법원까지 갈 것 같다. 아직 한국법원에서 '동성애'에 대한 가치판단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소송을 통하여 법원으로부터 '동성애'에 대한 가치판단을 받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할 예정이다.  

친구사이 : 이번 사건은 왠지 재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성소수자 개인들은 그냥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다. 이번 사건이나 혹은 실생활에서 성소수자 개인들이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까?
장서연 : 난 이 싸움이 법정 안에서만 머무르는 싸움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소송을 하기 전부터 김조광수 감독이 기자회견을 했었고, 소송을 제기하는 시점에서도 기자회견을 하고, '영화 친구사이가 청소년에게 유해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도 진행하여, 청소년과 동성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의 장도 마련한 적이 있었다. 이 소송을 계기로 청소년과 동성애에 대한 논의를 더 공론화하였으면 좋겠다.    

친구사이 : 언론 기사를 보면 영등위는 항소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친구사이 : 영등위가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 이 소송의 결과가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항소심에서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더불어 친구사이를 들뜨게 해준 소식이 들렸습니다. [친구사이]와 성적소수문화환경모임 [연분홍치마]가 공동제작한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이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분인 와이드 앵글부분에 진출하였습니다. 남성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을 전면적으로 다룬 작품인 [종로의 기적]은 2011년 개봉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짧은 인터뷰 2. [종로의 기적] 제작PD 김일란에게 묻다.
친구사이 : [종로의 기적]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분 출품을 축하한다.
김일란 : 고맙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이 첫 대중상영이어서 설레기도 하고 긴장된다.

친구사이 : 와이드 앵글부분은 상금이 있나?
김일란 : 와이드앵글 전체는 아니고, 그 가운데 경쟁부문 진출한 작품 중에 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종로의 기적>은 경쟁부문으로 진출했는데, 기왕 진출했으니 기대도 하고 있다.

친구사이 : 친구사이랑 공동제작했다. 이런 제작 방식을 자주 하는가?
김일란 : 간단한 캠페인영상 같은 경우에는 종종 있었지만, 장편 다큐멘터리로는 처음이다. 장편의 경우는 논의하고, 합의해야할 사항들이 많이 있고,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주하는 방식은 아니다. 이 번 작업은 친구사이와 연분홍치마가 서로 신뢰하고 함께 쌓아온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친구사이 : 친구사이랑 공동제작하는 것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무엇이 있을까?
김일란 : 장점과 단점이 같다고 해야할까? 화끈하고 뒤끝이 없다는 거... 아무래도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고 제작해왔던 연분홍치마와 극영화의 제작에 공동참여 했던 친구사이는 경험차이가 있어서 서로 이해해야할 부분들이 많이 있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다큐멘터리를 함께 제작하다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과정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행여 감정적으로 힘들어진다 하더라고 그 순간 뿐이라는 것, 이런 점이 함께 작업하기가 편했다. 그리고 언제나 힘들어질수록 유쾌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친구사이분들의 모습도 위로가 되곤 했다. 또 고마운 부분은 공동제작이라는 연대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 수 있겠지만, 수차례 반복되는 모니터링 과정을 매번 충실하게 감상하면서, 매번 웃고 울고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친구사이 : 당신에게 [종로의 기적]의 다큐는 어떤 의미인가?
김일란 : <종로의 기적>은 연분홍치마로서는 성소수자인권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3부작의 종지부를 찍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선 작품이었던 세 명의 성전환 남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3×FTM>, 한국최초로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국회의원 후보 최현숙씨의 선거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레즈비언정치도전기>에 이어, 게이들의 커밍아웃에 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커밍아웃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세 작품들 모두 자신의 삶을 걸고 커밍아웃하면서, 성소수자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러 주인공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종로의 기적>은 앞선 두 작품에 비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여겨지고,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에 대해서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계기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친구사이 :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일정 및 이벤트는 어떤가?
김일란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0월 8일 금요일 저녁 7시, 10월 11일 월요일 4시 두 회 상영이 있다. 상영하는 동안 정말 재미있는 이벤트들이 진행될 것 같다. 친구사이의 또 다른 장점이 이벤트를 정말 잘 한다는 것인데, 이 장점이 여지없이 발현될 듯하다. 커밍아웃한 사람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전도 준비하고 있고, 첫 번째 상영일 저녁에는 해운대 근처에서 커밍아웃 파티도 열릴 예정이다. 그 밖에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고, 부산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종로의 기적>이나 커밍아웃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친구사이 : 추후 [종로의 기적] 일정은 어떻게 될까?
김일란 : 아직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극장개봉, 공동체 상영, 기획상영 등 다양한 상영활동을 통해서 앞서 말씀드린 ‘커밍아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마련해 보려고 한다.

친구사이 : 성소수자들, 특히 남성동성애자들에게 [종로의기적]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김일란 : 이 작품은 남성동성애자들, 게이들의 집단적 커밍아웃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품이다. 정말 많은 게이들이 주인공으로든, 단순한 등장인물로든 커밍아웃을 하고 있고, 또 어떤 분의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모자이크를 해야했지만, 그것 역시 그분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커밍아웃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집단적 커밍아웃에 많은 지지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정말 많은 분들이 지지와 관심을 보내주다면, 이 다큐멘터리가 많은 성소수자들을 대신해서 답답한 사회에 여러분들을 대신하여 커밍아웃에 대해 그리고 성소수자들에게 가혹한 이 현실에 대해 보다 강력한 목소리로 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커밍아웃’이라는 말 속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평화롭고 조화로운 관계만 있을 뿐, 그 속에 ‘차별’이라는 의미는 없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영화[친구사이?] 소송 결과와 다큐멘터리[종로의 기적]이 어떤 큰 변화를 일구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이성애중심의 한국 사회에 다양성을 향한 중요한 한걸음을 내디딘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변화를 위해 친구사이는 언제나 열심히 활동할 예정입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풍요롭고 즐거운 가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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