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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Seoul For All> #1 : 혐오의 도시계획과 위기의 헤테로토피아
2017-11-30 오후 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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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1월 

[기획] <Seoul For All> #1

: 혐오의 도시계획과 위기의 헤테로토피아

 

 

 

 

‘서울선언(Seoul Implementation Agenda)’과 ‘잘생겼다! 서울20’

 

 

 2017년 10월, 서울 여의도에서는 세계 39개 도시의 시장들과 OECD 사무총장이 모여 현 세대와 후손들에게 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사회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선언했다.

 

 

“우리는 도시들이 나이, 능력, 성별, 성 정체성, 사회적/민족적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시민들의 삶과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에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포용적이고 모든 인구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필요하다.”
  
“우리는 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세계적 노력, 즉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새로운 도시 의제(New Urban Agenda)를 지지함을 선언한다. 우리, 챔피언 시장들은 현 세대와 후손들에게 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사회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 서울선언(Seoul Implementation Agenda) 중 -

 

 

자료 1. 제3차 OECD 포용적 성장을 위한 챔피언 시장 회의 선언문

 

 

 그리고 OECD가 선정한 초대 챔피언 시장(Champion mayor)으로 도시 불평등 완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공간을 위해 구체적인 방침을 제시한 서울선언(Seoul Implementation Agenda)의 주인공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정책,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은 서울 전역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전국 곳곳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그렇게 옛 것을 허물고 새로운 도시개발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재생’의 방식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와 기억을 미래유산으로 보존하는 정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서울의 도시재생정책은 여러모로 우리의 삶에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작게는 친환경 교통정책 따릉이, 우리동네 안전거리만들기(CPTED)처럼 그동안 우리가 신경쓰지 못했던 저층주거·상업지에 대해 공공의 정책이 수립되고 있으며, 크게는 전면철거재개발 중심의 도시경제정책의 전환을 통해 세운상가·낙원상가, 서울로7017, 마포문화비축기지처럼 기존에 자리잡고 있었던 도시경관(Landscape)이 보존되는 등, 지난 40년 동안 우리가 겪지 못했던 새로운 도시 정책의 흐름에 많은 시민이 환호를 보내는 요즘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도시재생에 대한 기사를 찾아본다면, 혹은 현장에 찾아가본다면, 지금 서울의 도시재생정책이 기존의 전면철거형 도시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미명 아래에서, ‘공동체 회복’이라는 거대 담론 아래에서, ‘역사와 전통의 복원’이라는 구호 아래에서, 도시 속에 존재하는 평범하지 못한 소시민의 삶은 ‘공동체·지역활성화·미풍양속’이라는 혐오계획을 통해 너무나도 쉽게 지워진다. 그 가운데 시쳇말로 힙하지 않은 동네는 ‘죽어있는 동네’로 규정되고 새롭게 들어온 ‘청년 도시재생 스타트업’은 지역을 살리기 위해 들어온 이 시대의 영웅으로 포장된다. 결국, 전후 도시복구로부터 시작되었고 신도시, 뉴타운을 거쳐 지금의 도시재생까지 ‘경제 성장’이라는 일관적인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는 서울의 도시정책은,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의에서 살펴볼 수 있듯 공공 주도의 부동산 가치 상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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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올해와 내년 새롭게 문을 여는 공간과 열리는 행사 20가지를 엄선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로 개방한 곳이니만큼 서울은 늘 한결같은 서울이라고 여기시는 분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될 것입니다. 또 옛 서울을 추억하시는 분들에게 향수를 전하는 특별한 공간도 있습니다. (중략)

 

이들 20선은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성도 가졌다. 옛 것을 허물거나, 새로운 도시개발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도시재생’ 방식을 통해 가치와 기억을 미래유산으로 보존하는 정책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다시·세운 프로젝트처럼 버려졌던 공간을 되살리고, 장인의 기술과 청년의 창의력을 합쳐 창의 제조산업을 도모하는 곳도 있고, 새활용플라자처럼 재활용을 넘어, 버리는 물건에 새가치를 더하는 새활용 공간도 있다.

 

- 내 손안의 서울 새롭다! ‘잘 생겼다! 서울20’ 시민참여 캠페인 중 발췌

 

 

자료 2. '잘생겼다! 서울20' 온라인 홍보물

 

 

 그렇다면 동대문운동장과 포장마차가 철거된 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되고 있는 푸드트럭 축제(서울밤도깨비야시장), 경의선숲길을 통해 새로 태어난 저층주거지의 무분별한 상업화, 막대한 공공의 홍보비를 통해 유치한 관광객을 성공의 지표로 내세우고 있는 서울로7017, 뉴타운 사업의 전면철거에 대한 반성에서 진행된 돈의문박물관마을의 너무나도 새로운 신축 한옥들까지, 이것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서울의 잘생김이었을까? 물론 이러한 정책을 통해 흔히 외국으로 나가야만 느낄 수 있었던 온갖 정취(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이라고 불리는 건축·조경의 트랜드들)를 한국에도 구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인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인지하는 경제적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의 호응을 불러 모으는 등 여러모로 정치공학적 효용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공정으로서의 정의 등 국가와 사회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공공성을 잃어버린 서울시의 도시정책은 그것이 복구, 개발, 회복, 재생 등의 그 어떤 단어로 마케팅 될지언정, 결국에는 도시공간의 재생산 정책을 통해 서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토피아(utopia)를 지워내는 정책에 지나지 않음을 목도한다.

 

 

거세당한 서울 속 헤테로토피아, 종로3가

*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 '정상'적인 제도와 문화에서 벗어난, '차이를 만들어내는' 모든 공간

 

 

 한편, 최근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부정당한 동대문체육관 대관 취소, 인권조례 폐기, 서울광장 퀴어퍼레이드 불허 등의 사태에서부터, 지역에서의 존재와 역사를 부정당하고 그 과정에서 참여를 배제당하고 있는 홍대, 이태원, 종로3가 일대까지, 공공성을 잃어버린 서울이라는 도시공간 속에서 퀴어의 존재는 이미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는 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해방 이후 도시빈민에게, 성매매 여성에게, 그리고 퀴어에게 나름대로 고유한 기억의 장소로서 존재해왔던 종로3가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오랜 옛날 중촌(中村)이라고 불렸던 종로3가 일대, 주로 내시와 궁녀가 궁에 쉽게 출입하기 위해 살았던, 조선의 도시계획가 정도전의 피맛길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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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3. 종로3가 일대 헤테로토피아의 형성과 발달 과정

 

 

 

 종로3가 일대는 첫째, 도심 내 빈민들의 삶의 공간이다. 조선시대 신분이 낮은 백성들이 양반들의 말이나 가마를 피해서 다니던 길로 일찍부터 서민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사용되었던 종로3가는, 1920년대부터 ‘한국 최초의 부동산 개발업자’라 홍보되고 있는 정세권(鄭世權)에 의해 저렴한옥단지(Affordable Hanok Village)로 조성되었다. 이후 최근까지도 20~30만원의 월세를 내고 살아가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지역이었으나, 익선동의 젠트리피케이션과 함께 일부 공간의 자취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종로3가 일대는 둘째,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약자인 성매매 여성들의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종로3가 일대는 유곽촌으로 유명했는데, 익선동에 위치했던 ‘국내 1호의 관광 요정(料亭)’ 오진암과 더불어 돈의동의 명월관, 인사동의 태화관 등이 모여 있던 종로3가는 해방 이후 요정정치의 주요 무대로 기능했다. 이러한 지역의 성격은 종로3가 일대 집창촌까지 이어지게 되어, 1968년 서울시의 ‘종삼’ 정화계획인 ‘나비작전’ 이전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적선지대(동쪽으로는 파고다공원·낙원시장 주변에서 서쪽으로는 익선동·낙원동·돈의동·운니동·와룡동·묘동·봉익동·훈정동·인의동·종로까지)’로 번성했다. 오늘날 이들에 대한 흔적은 박카스 할머니라고 불리는 종묘와 탑골공원 일대 성매매 여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종로3가 일대는 셋째, 수도권 내 대표적인 게이 공간이다. 초기 ‘종삼’일대 적선지대가 나비작전 이후로 도심공동화 현상을 겪게 되면서 소규모 게이 공간들이 낙원빌딩의 파고다극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상업 군집을 이루기 시작하였다.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소비·유흥 문화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팽창한 종로3가 일대 게이 상업 군집은, 친구사이 등의 인권단체 형성과 맞물려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지역 내에서 스스로 담론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한편, 00년대 초반까지 이태원의 게이 클럽 발달과 함께 그 확장세가 잠시 주춤하는 현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종로3가 일대 게이 문화는 지역 내에서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나가면서, 최근까지도 축제, 교육, 정치적 의제, 영화 등 기록물 생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하고 이를 가시화하는 등 명실상부한 한국 성소수자 문화 중심지 중 하나로 성장하였다.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이처럼 지난 100년 간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기억들(수많은 아픔과 불행 가운데 존재했던 조금의 행복과 추억)이 서려있는 종로3가라는 공간에서 최근 ‘조선’이라는 왕조의 역사적 신성(아우라)을 강조하며, ‘보행친화’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계획된 도시재생계획이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역 공동체와 경제 활성화 그리고 장소적 가치 복원’이라는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정책의 비전을 위해, 그동안 지역에 존재해왔던 사회적 약자들인 성매매 여성, 퀴어, 빈민, 노숙인과 같은 헤테로토피아의 존재는 성장만능주의와 결합한 충실한 폭력적 도구로서의 도시계획을 통해 지워지고, 영혼없는 공무원과 함께하는 혐오의 정치와 배제를 통해 부정당한다.

 

 

 

박 시장 = “밤새워 빨리 쓰세요(웃음). 지금 문서 창고에 서울 요소요소의 재생계획이 다 있습니다. 낙원상가, 인사동, 익선동의 남은 한옥들, 국악로, 세운상가, 율곡로…. 계속 하고 있는 거죠. 100년은 더 해야 하는데 기다리실 수 있겠어요, 답사기 서울편은 (예정하신) 네 권으로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10권은 쓰셔야 합니다.” (중략) “제가 시장으로 있는 한 여기 있는 건 다 보존하면서 그 바탕으로 새 시대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옛날에는 낡았으면 없애고 다시 지었습니다. 우리는 고쳐서 다시 씁니다. 한양도성 주변 23개 망루처럼, 곳곳의 삶과 주거지와 이야기를 복원하면서 현대를 건설할 겁니다.” (중략) “물론 한 시대가 전환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전면철거 방식에서 점진적 수복형으로 바꿀 때입니다. 그것을 바라는 시민이 다수입니다. 뉴욕이나 런던, 파리는 우리의 모델이 아닙니다. 우리 선조들이 쌓은 바탕 위에 세월과 시민이 함께 축적하는 도시여야 합니다.” 

 

- 백승찬 기자, 「[유홍준 & 박원순 대담] “낙원상가·익선동 한옥, 예전엔 허물었겠죠…우리는 고쳐서 씁니다」, 『경향신문』 2017.9.5.

 

 

자료 4. 경향신문의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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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5. 서울특별시 역사도심재생과, 문서번호 ‘역사도심재생과-15517’, 2017.11.13. 

 

 

 

 

Q: 역사·문화 도시의 공간으로 무계원을 추천했는데.

A: 김영종 구청장: 서울의 얼굴인 종로는 조선 왕조의 수도였다는 역사성을 정체성으로 삼으면서도 현대화된 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보여 주는 대표 사업 중 하나가 무계원이다. 민선 5기 출범 직후인 2010년 10월 종로 익선동에 1910년대 지어진 근대 한옥으로 출발해 1970~80년대 3대 요정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린 오진암이 호텔 건립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을 발견했다. 이에 안평대군의 숨결이 깃든 무계정사지 인근에 부지를 확보하고 철거 자재가 팔린 강원도 인제 등으로 찾아가 자재를 되찾아왔다. 숭례문 복원에 참여했던 건축기술자들이 기와, 서까래, 기둥 등 큰 자재는 물론 창호와 같은 부수 자재까지 옮겨와 오진암을 복원해 2014년 3월 무계원을 개관했다. 무계정사의 분위기를 옮겨 온 정원이란 의미로 무계원으로 명명했다. 

 

- 주현진 기자, 「“역사도시 1번지 종로 ‘자문밖문화포럼’…세계 예술도시로”」, 『서울신문』 2017.11.5.

 


자료 6. 서울신문의 김영종 종로구청장 인터뷰 중 일부

 

 

 

 

바른문화운동국민연합(바문연)은 사행문화, 음주문화, 미신문화가 사회정서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탑골공원 입구에서 술에 취한 사람들이 스피커를 동원해 벌이고 있는 고성방가를 비판하며, 탑골공원 좁은 인도를 무단 점용하여 시민들의 보행권을 침해하는 12개 점집시설들에 대한 철거를 요청해 왔다. 강남구청 관할과 서초구청 관할인 강남역 일대는 본회의 끈질긴 민원을 받아들여 시민들의 보행을 방해하는 점집 노점들과 불법 노점들이 철거된 사례가 있었다. (중략) 탑골공원은 문화재가 있는 서울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다. 탑골공원은 원각사터에 조성한 근대식 공원으로 '흥복사'라고 불린 절이었지만, 유교 국가였던 조선은 사찰을 그냥두지 않았다. (중략) 3·1운동 100주년에 앞서 못다핀 소녀상 문제로 일본과 정치적 마찰을 야기하기보다는, 탑골공원의 3·1운동 정신과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3·1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며, 우리만의 골목 문화는 골목으로 이동시키고 세계인들에게 관광명소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종로구청이 종로를 유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계 속에 숨쉬는 3·1 문화를 홍보하는 으뜸 구청 되기를 기대한다.

 

- 이대웅 기자, 「탑골공원 일대 점집 노점, 이대로 좋은가?」, 『크리스천투데이』 2017.11.15. 

 

 

자료 7. 바른문화운동국민연합(바문연)의 성명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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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8. 다산콜센터 문서관리번호-D0000031590354 ‘어르신문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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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9.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 232쪽.

 

 


 결과적으로, 서울특별시와 종로구청 그리고 지역의 여러 주민과 정치인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종로3가 일대 공간재생산 계획에서 1) 고급 요정 ‘오진암’은 한국 근현대사의 일부이고 건축적 보존가치를 지닌 공간이지만, 종로3가 일대 성매매 여성들의 삶은 역사가 될 수 없으며, 2) 종로 어르신 문화 거리에서 건전하지 못한 박카스할머니와 노숙인들은 사라져야 하고, 3) 젊은이들의 신흥문화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자원이지만, 게이문화는 풍기문란과 야간활동, 노상방뇨과 같은 지역의 골칫거리이며, 4)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환영받지만, 노숙인은 우리 지역에 방문하지 않았으면 하고, 5) 익선동의 불법건축물은 용인되지만, 불법 포장마차는 정비되어야만 하는 것들에 불과하다.

 

 

 

 

‘현대 대도시는 중세도시처럼 신성한 순례의 장소이다. 파사주, 부티크와 백화점은 상품의 성소이며, 존경을 표해야 하는 신전이다. 파사주와 그 뒤를 잇는 백화점, 그리고 박물관은 진보에 대한 숭배에 헌정된다. 박물관이 독특하고 아우라(aura)적인 대상을 포함한다면, 백화점은 탈아우라적인 대량생산 상품을 함유한다. 19세기의 세계 수도로서의 파리는 상품 문화뿐만 아니라 문화의 상품화를 목격한다.’


- Smith, Gray ed. 1988. On Walter Benjamin: Critical Essays and Recollections. Cambridge, Mass:MIT Press

 

 

 

 

모두를 위한 무지개빛 서울을 위해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와 제도를 통해 디자인된 현실적·실질적 장소에서, 전혀 조화롭지 않은, ‘정상성’을 벗어난 수많은 공간들이야말로 ‘유토피아’ 그 자체임을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듯,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너와 내가 ‘다를 수 있는 권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리고 우리 중 민감한 일부라면, 앞에서 짧게 이야기 나눠보았던 종로3가의 이야기가 마포·홍대 일대의 레즈비언 문화 공간의 이야기, 그리고 이태원의 트랜스젠더·게이 문화 공간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오래 전부터 체감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를 위한 서울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동성결혼이 법제화되면, 군형법 제92조6항이 폐지되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동네에서, 지역에서 오롯이 나라는 사람 그 자체로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그러한 성취는 중요하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전부일지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성소수자들이 법적으로 같은 국민으로서 평등을 보장받는 순간, 우리는 동네에서, 지역에서 같은 시민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정받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잠깐만 생각해보자. 지역마다 분포하고 있는 시의원과 구의원, 종교공동체, 학부모협의회, 새마을지도자, 바르게살기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상가번영회까지.. 어쩌면 우리는 바로 옆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너무나도 쉽게 지나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서울의 성소수자(혹은 얼라이)들은 각자가 살아가는 공간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모두를 위한 무지개빛 서울을, 너와 내가 함께할 수 있는 우리의 내일을 꿈꿔보고자 한다.

 

 

 


“가능한 것만 꿈꾸는 건 아니잖아요?”
- 이효리 -

 

 

 

 

 

* ‘모두를 위한 서울’, 연재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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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연구자 / 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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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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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7-12-01 오전 11:46

유익한 기사
계속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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