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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권포럼 세션 "Gay in the mirror : 우리 안의 여성혐오" 발표문
2016-03-17 오전 01: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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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3월 
* 이 글은 2016년 3월 5일에 열렸던 LGBTI 인권포럼의 첫번째 세션, "Gay in the Mirror : 우리 안의 여성혐오"에 발표된 두 편의 글 중 '게이의 여성혐오'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발표문입니다. 현장에서 배부된 『THE 더러운 커넥션 : 2016 제8회 LGBTI 인권포럼 자료집』의 23-30쪽에 같은 글이 전재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동 세션에서 함께 발표된, '메갈리아의 게이혐오'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이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은, 자료집 11-22쪽에 수록된 발표문 "왜 메갈리아는 '게이 논쟁'을 필요로 하였는가?"를 참조 바랍니다. 자료집은 이곳에서 한시적으로 구매 가능합니다.

 

 

 

 

 
 
2016 LGBTI 인권포럼 세션 "Gay in the mirror : 우리 안의 여성혐오" 
: (아마도)끼스러운 (시스젠더 남성)게이년의 여성혐오와 젠더 수행
 
 
터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1. "게이는 남성인가?"라는 질문
2. 게이가 혐오하는 여성은 / 여성을 혐오하는 게이는 누구인가?
 1) '일반' 남성의 여성혐오 따라하기 
 2) 진짜 '여성'에 대한 열등감
  ㄱ. 마음에 드는 남자를 둘러싼 '연적', 미모에 대한 질투
  ㄴ. 여성의 직업 및 '정상가족'에 대한 희구
 3) '우리 노는 데'를 침범하는 여성 
 4) 외상적인 '실제 여성'
3. 게이 커뮤니티 안팎의 성별
 1) 게이 커뮤니티의 성장과 사회의 성장
 2) 시스젠더 남성, 그리고 세상의 이토록 많은 성별
 
 
 
IMG_2016-03-15 02:50:21.jpg 
 
 
 

 

너는 나의 좋은 친구 / 나는 너의 좋은 친구
거기까지가 아름다워 / 거기까지가 아름다워
너는 나의 좋은 친구 / 나는 너의 좋은 친구
네가 이상한 눈으로 / 나를 바라보기 전까지
사랑한단 말을 하면 / 널 죽여버릴 거야
내게 입맞추려 하면 / 널 때려줄 거야
난 너의 애인이 아니야
- 아무밴드, 「Homophobia」, 『이·판·을·사』(1997, 작사·곡: 이장혁)
 
 
 

 

남자들을 보고 있으면 여자와 함께 있는 것보다 남자들끼리 있는 걸 더 좋아하고 편안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 남성 간 성애를 호모섹슈얼homosexual이라고 하는데, 성적이지 않은 남성 간 유대를 호모소셜homosocial이라 칭하고 그것을 호모섹슈얼과 구별한 이가 바로 이브 세지윅Eve Sedgwick이다. 
 
[...] 호모소셜적인 연대란 성적 주체(로서 서로가 인정한 사이) 간의 연대를 말한다. [...] 반대로 남성 집단에 매복해 있을지 모르는 '계집'에 대한 경계는 주체 위치로부터의 전락, 즉 '나도 언젠가 성적 객체화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의미한다. 때문에 남성 집단 사이에서는 '계집'에 대한 마녀사냥이 격렬하게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을 호모포비아homophobia(동성애 혐오)라고 한다. 성적 주체로서 남성 집단이 가진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호모포비아는 필수불가결하다.
 
호모소셜리티homosociality(동성사회성)는 호모포비아에 의해 유지된다. 
 
- 우에노 치즈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은행나무, 2015(2012), 30-36쪽.
 
 
 
 
1. "게이는 남성인가?"라는 질문
 
동성사회성homosociality이란 말이 있다. 쉽게 말해 남자들끼리 '여자 따먹은' 얘기 하면서 즐거워하고, 그 즐거움 속의 '여자'는 다소 사소한 것이어도 되며, 그런 '끈끈한' 연대를 바탕으로 남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세상의 권력을 해쳐먹는 모양새를, 우아하게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더불어 그런 시크한 남성들은 그네들 '바운더리'에, '여자'한테나 향해져야 마땅할, 내 몸을 흘끔거리며 음흉하게 성욕을 느낄 남자놈을 용납할 수 없으므로, 그들의 연대는 필연적으로 동성애혐오homophobia를 수반한다. 우리는 "좋은 친구"이지만, 네가 "사랑한단 말을 하면 널 죽여버릴" 것이다. 따라서 동성사회성homosociality은 동성애homosexuality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 여기까지가 저명한 퀴어이론가 이브 세지윅의 말이다.
 
그렇다면, '남성' 동성애자들은 과연 '남자'들끼리 해쳐먹는 '가부장제'적 습관, '동성사회성'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그런 의미에서, 게이는 과연 남성일까? 이 글은 이 낯뜨거운 질문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아마도 끼스러운, 시스젠더 남성 게이년의 말이다. 
 
 
 
 
2. 게이가 혐오하는 여성은 / 여성을 혐오하는 게이는 누구인가?
 
게이가 '여성'을 혐오한다는 징후는 분명히 있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뽈록이"란 말이다. 여성의 가슴을 비하하는 뜻으로, 게이들이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럼 대체 게이들은 무슨 이유로 "뽈록이"들을 싫어하는 걸까? 더불어 그 "뽈록이"를 싫어하는 게이들 스스로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표적인 게이 포털 사이트 이반시티ivancity.com에 올라온 "뽈록이"의 용례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각각의 용례는 다음 몇 가지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사이트 내 별명과 특정 지명은 이니셜로 처리했다.) 
 
 
1) '일반' 남성의 여성혐오 따라하기
 
아래의 경우는 이른바 '된장녀', '김치녀'로 상징되는, '일반'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다. 이러한 "뽈록이"의 용례 속에서 일반 남성과 게이의 차이는 사실상 지워진다.
 
물론 저런 식의 전형적인 여성혐오 속 '여성'이란, 주로 연애관계 속에서 권력 관계상 우위에 있는 것만 같은 20-30대의 여성을 가리키고, 이 경우 남자들은 그들의 이상한 혐오의 대상이 되는 '여성'을 여성 '일반'의 문제로 쉽게 확대시킨다. 전반적으로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전반적으로 널리 노출되어있는 성폭력 피해 등, '다른' 여성적 지위의 실체에 대해서는 보통 입을 다문다.
 

 

[4050광장] 뽈록이뇬들의 횡포 ㅋㅋ / 티***, 2014.12.3.
이탈리안 레스토랑 하는데요, 이런 모습 자주봄.
: 남자 - 자갸 뭐 먹을까? 이집 전에 이거 먹어봤었지? 오늘은 이거 먹어볼까?
하면서 남자는 목살스테이크를 가리킵니다. 아마 고기가 땡기나봄
: 여자 - 아니!
: 남자 찍소리 못하고 "전에 먹었던 리조또랑 고르곤졸라피자 하나 주세요..."
개불쌍 남자들
 
└ [4050광장/댓글] w******, 2014.12.3.
ㅋㅋ 요즘 젊은남자애들 거의다... 개불쌍하죠. 이건머 머슴도 상머슴.
존중하고 배려하는건 아름답고 보기좋지만, 눈치살피며 노예질은 안타까움 그자체..
 
 
 
 
2) 진짜 '여성'에 대한 열등감
 
다음으로 주목되는 용례는, 게이들이 이른바 '진짜 여성'에 대해 갖는 열등감을 드러내는 경우다. 물론 이 경우에도 앞에서 본 여성에 대한 이상한 재현의 문제는 계속된다. 
 
 
ㄱ. 마음에 드는 남자를 둘러싼 '연적', 미모에 대한 질투
 
아래의 사례는, 내 애인이거나, 애인이어야 할(!) 남성 옆에 붙어있는 여성에 대한 질투로 읽을 수 있다. 이들은 잘생긴 남자 옆에서 '미모'를 보다 손쉽게 자랑할 수 있는 존재로서 '여성'을 상정하고 그를 미워하거나,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의 배경에는, 남남커플보다 남녀커플이 사회적으로 더 공인된 형태란 것에 대한 열등감이 깔려있다. 
 

 

[백일장] 애인에게 꼬리치는 뽈록이년 골려주기 / 메***, 2009.6.20.
시험기간엔 애인과 저는 도서관에가서 꼬박꼬박 공부를 했답니다. [...]
(여자 曰)'옆자리에 앉아 계신분 친구시죠??.. 좀 전해주시겠어요?'
ㅡ_ㅡ^ 아 뭐야... 개뇬이..
벅차오르는 가슴에 죽창을 꽂은 년한테 신경질마구나더라구요.. 더욱이 내 애인에게 감히 꼬리를 칠려고??
'직접 전하세요.'
'저 친구분.. 혹시 사귀시는분 있나요?'
나랑 사귀고 있거등?? 오크녀는 꺼져 - 라고 하고 싶었지만..
'네 여자친구 있어요. 그것도 상당히 예뻐요'
라고 까칠하게 대답해버렸어요.
 
└[백일장/댓글] 사*****, 2009.6.20.

처량한 뽈록이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4050광장] 21세기 대표 도레 미.친 뽈록이.jpg / 동*****, 2014.6.20.
<광고> "새폰, 쓰고 싶은데 누구한테 얘기하지? 아빠 < 오빠"
지 돈으로 살 생각은 안함!!! -_-;;;
최악의 광고 甲 b
 
└[4050광장/댓글] 하*****, 2014.6.20.
썩을년 미모가 있으니뭐: ㅋ
 
└[4050광장/댓글] 폴*****, 2014.6.20.

게이라서 행복해여~~

 

 
 
 
ㄴ. 여성의 직업 및 '정상가족'에 대한 희구
 
이렇게 여성을 향한 전도된 '부러움' 혹은 '경쟁심'은, 보다 사회경제적인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가령 아래의 경우처럼, 여성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경리직을 언급하면서, 거기에 얽힌 가부장제적 권력관계를 '변용'하여 그것을 남남관계로 치환하려는 욕망이 그것이다. 
 

 

[상담실] 경리는 왜 뽈록이들만 지원을 하는 거죠? / 고****, 2012.6.12.
저 일하는 곳에 경리를 뽑아야 하는데.. 다들 뽈록이들만 지원을 했더라구요. 전 잘생기고 몸좋고 중후한 남자가오면 좋은데 왜 죄다 뽈록이들만 이력서를 넣었는지... 남자보고 경리하라고 하면 다들 못하나요? 
 
└[상담실/댓글] 방*****, 2012.6.12.
보통 경리 직원은 커피도 타고 잔심부름도 해야되서가 아닐까요?
 
└[상담실/댓글] 고****, 2012.6.12.
그런건 걸커들도 잘하자나요.
 
└[상담실/댓글] 불*****, 2012.6.12.
회사 경리를 남자로 채용한다면 다른 거래처에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회사는 사장이나 직원들만의 회사가 아닙니다. 더군다나 월급이 적은데 과연 남자가 할까요... 직장 생활 오래 했다면 다 아실텐데, 굳이 이런 상담을 한다는건 회사 생활한지 얼마 안되는 직장 초년생 같네요
 
└[상담실/댓글] W******, 2012.6.12.

작은 회사일 경우 옛날 일이지만 사장의 정부 역할도 하는 여자들이 있었어요., 다 그런건 아니구 그런 풍습이 남아있는듯.. 게이 사장이면 당근 미남을 뽑아야,, 상고 나온 미소년들 많은데 경리일 너무 잘함

 

 
 
내지는 이른바 '정상가족'의 형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중년 여성'의 경우를 지목하며, 상대적으로 자신은 '정상가족'의 지위에 도달하기 난망함을 토로하는 아래의 언급도 눈에 띈다. 
 

 

[백일장] 게이 Life에 대한 고찰 2 - 직장에서의 내 위치 / L*****, 2010.2.5.
차장 이상의 간부급이 되려면 직장에서는 마누라의 역할이 중요하다. [...] 옛말에 "베갯 밑 공사(=송사)"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속살거리며 청하는 일"이란 뜻인데, 회사 내부에서는 직위가 간부나 임원을 움직일 수 있지만, 그 간부나 임원이 집으로 돌아가면 마누라 마누라들 손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리 간부나 임원의 눈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간부/임원의 마누라의 눈밖에 나버리면, 간부/임원의 마누라가 펼치는 "베갯 밑 공사"로 내 승진은 날아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게이로서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게이만의 특유한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중년 뽈록이들의 입맛에 맞게 행동할 수도 없고.. 그네들의 눈에 맞을 선물을 고르는 것은 더 고역이다.. 차라리 내 애인을 만들기 위해서 게이들 고르는 게 더 쉽다. 이런 점에서는 게이로 살면서 미혼이라는 점이 약점이 되어버린다.
 
└[백일장/댓글] c*****, 2010.2.5.
와 닿네요...
 
└[백일장/댓글] p******, 2010.2.5.
음 저 이제 30된 회사원인데,, 곧 저에게도 현실이 될 상황이군요.

30된 후배에게 어떤 충고를 해 주고 싶으신지,, 궁금하네요. 저도 지금 방황중이라서 ㅠ

 

 
 
 
3) '우리 노는 데'를 침범하는 여성
 
다음으로 기존에 주로 게이들만 모여서 놀던 공간, 즉 클럽에 여성들이 드나드는 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어떤 공간이 지속적으로 게이들'만'의 공간으로 남기를 바라는 욕망을 읽을 수 있다. 구체적인 언급은 아래와 같다.
 

 

[질문&답변] ㄷ*을 가야 할까요, 리*을 가야 할까요? / 남*****, 2006.11.20.
음악 신나고, 화려하고, 사람 많은 곳. 그러나 여자는 없는 곳. ㄷ*은 '일반 클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던데, 그럼 리*을 가야 할까요? ㄷ*이 이벤트는 참 많아보이던데...
 
└[질문&답변/댓글] l*****, 2006.11.22.

ㄷ*은 이벤트 없을때 그냥 편하게 춤추고 놀기 좋은것같고, 리*은 역시 사람이 많은게 메리트인것같아요~ 둘다 재섭는 뽈록이들은 있구요.

 

 
 

 

[사람찾기] (업소)펄* 완전 일반클럽 된듯... / 훈*****, 2013.8.25.
금욜에 가봣더니 완전 뽈록이들, 일반커플이 판을쳐서... 왜그런지 엄청짜증낫었는데...이유가 있엇네요. 이 글(링크 삭제) 보니. 가관이 아니네요.. 미친 것들.. 댓글도 가관. 이런 글들이 또 연결연결되고... 어찌어찌해서 야오녀들뿐 아니라 일반애들 또한 호기심에 들락날락하게되면..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원치않게 아웃당하는건 너무 쉬운 일이 될듯..
 
└[사람찾기/댓글] z*******, 2013.8.25.
야오녀들 필수코스잖아요
 
└[사람찾기/댓글] 부*****, 2013.8.25.
목요일 뽈록이 만원아님요?
 
└[사람찾기/댓글] f******, 2013.8.25.
뽈록이 썅년이 쳐밀어서 술 흘렷는데 머리끄댕이 잡을뻔함.. 개빡침
 
└[사람찾기/댓글] t******, 2013.8.25.
관심없어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정말 너무 싫어서 쳐다보기도 싫다는걸 말로 해줘야 착각을 안할려는지;;
 
└[사람찾기/댓글] 나*****, 2013.8.25.
펄* 못가겠다
 
└[사람찾기/댓글] w*****, 2013.8.27.
펄* 입장객 줄겠네;;;
일반 남자들 궁굼해서 놀러간다는 뎃글좀 보소...

아웃팅 위험지역됬네;;

 

 
 
 
4) 외상적인 '실제 여성'
 
마지막으로 '실제' 여성, 혹은 여성의 성기에 대해 원초적(!)인 거부감을 토로하는 언급도 보인다. 자주 접촉하지 않았거나, 한번도 직면해보지 않은 '여성'에 대한 외상적인 반응들을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담실] 이반이 결혼하면 / 어*****, 2008.8.22.
이반이 여자와 결혼한다면 관계를 가져야할텐데 서나요..? 정상적으로 관계를 가질수있나요?
 
└[상담실/댓글] 도****, 2008.8.22.
여자가 뒤를 애무해주면 슬거같은데.. 근데 관계는 어떨지.. 아직 해본적이 없어서;;
 
└[상담실/댓글] 맛******, 2008.8.23.

어무나 난, 야동에서라도 뽈록이 보지만 보면 이틀동안 밥을 못먹을 정돈데..,, 우웩~~~~~~ㅠㅠ

 

 
 

 

[4050광장] 뽈록이 거부반응... / 페********, 2013.7.7.

오늘 번개남을 만나러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뽈록이 셋이 건너오는게 아닌가. 그 중에 한 뽈록이가 내 얼굴을 보더니, 호감을 보이며 말 붙여볼라구 가까이 접근해 오는데, 거부반응이 일어나면서 나도 모르게 표독스러운 감정이 일더라구여... 마치 경계 대상을 만난것 처럼... 아무래도 사회생활 하는데 문제 될것 같은데 걱정이네여...

 

 
 
위의 막말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 남성의 그것과 같이, 게이들 또한 그들의 머릿속에서 이상화된 '여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거나, 자신들이 겪은 '여성'의 편린을 확대하여 '여성 전체'에 대한 적대로 치환한다.
 
둘째, 일반 남성의 그것과 같이, 게이들 또한 연애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듯한 여성들을 지목하여 '된장녀' 등과 같은 프레임을 통해 그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셋째, 한편으로 일반 남성과는 달리, 게이들은 (전통적 의미의)'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 시선 속)'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질투하고, 딴은 부러워하고, 열등감을 느끼며, 결과적으로 그들을 혐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게이들 스스로 취하고 싶으나 그러기 어려운)정상가족, 혹은 번듯한 연애관계,또는 누가 봐도 아름다운 미모를 갖춘 여성으로 한정된다. 
 
넷째, 일반 남성의 경우와 달리, 게이들은 '실제 여성'에 대한 외상적인 감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일반 남성에 비해, 게이의 경우 여성을 안 보고 살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점들은, 여성을 혐오하는 '일반' 남성의 경우가 그러한 것처럼, 당연히 혐오의 대상이 되는 여성보다, 혐오의 주체인 게이의 모습을 훨씬 더 극적으로 드러낸다. 여성을 "뽈록이"라 부르며 그들을 혐오하는 동시에 그들을 질시하고 부러워하는 게이들의 위치는 불안하기 짝이없다. 그런 의미에서 '게이 스스로 남성이 되고자 하는' 기획은, 이들의 토로 속에서 번번히 실패로 돌아간다. 
 
더불어 게이들의 여성혐오, 그리고 그 속에서 더 모순적이고 흔들리는 채로 현상되는 게이들의 모습 앞에, 혐오의 대상으로 어설프게 지목되는 '진짜 여성'의 모습은 되레 더욱 적극적으로 삭제되기 쉽다. 따라서 게이의 여성혐오 양상에 대해 메갈리아megalian.net에 올라온 다음의 구절은 나름 핵심을 찌르는 면이 있다.
 

 

[자유게시판] 지금 이 상황이 게이가 약자가 아니란 증거임ㅋㅋㅋ / ㅇ****, 2015.12.8

게이들은 여자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 스트레잇 남자들의 여혐이 이중적이라면 게이들의 여혐은 단순하다. 그래서 여자에게 더 위험하다.

 

 
 
 
사진 2016. 3. 15. 오전 2 49 23.jpg
 
 
 
 
3. 게이 커뮤니티 안팎의 성별
 
 
1) 게이 커뮤니티의 성장과 사회의 성장
 
2015년 말엽 메갈리아에서는 게이 또한 남성이며, 게이 또한 여성혐오를 일삼는 집단이라는 지적이 오갔다. 이 현상에 대해 다양한 정치적, 문화적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그 중 중요한 점 하나는, 드디어 '게이'도 여타 여성 성소수자들을 넘어 '일반' 여성들에게까지 (반성해 마땅할)집단적·사회적 범주로 가시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에 성소수자운동 연대체 안에서 게이(들)의 남성중심적이고 패권적인 행태가 지적된 적은 간혹 있지만, 이렇게 대중적이고 젠더적인 차원에서 '게이'들이 주요 주체로 부각된 경우는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영광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 사용되는 여성비하적 수사에 대한 지적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년'이라 부르는 한편, '자궁떨린다' 등 여성의 신체나 지위를 패러디한 비칭을 게이들끼리 사용하는 것에 대해, 그것 자체가 여성혐오적 맥락을 내포한다는 지적은 성소수자 인권운동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헌데 이러한 비칭들은, 게이로만 한정된 커뮤니티 내에서의 사용이라면 그나마 용서받을 수 있는 구석이 있다. 앞서 보았듯 끝내 '남성'이 되지 못하는 자신들의 젠더적 처지에 대한 넋두리나 자조로 읽을 여지도 있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다져질 수 있는 소속감이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얽힌 일말의 치유가, 커뮤니티의 형성과 개인의 정체화 과정에서 과도적으로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가부장제를 넘어)'모든 남성'에 대해 치를 떨고 그들을 욕하는 여성주의 그룹 의 말들이, 그들 스스로의 커뮤니티 기반 형성을 위해 중요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러나 그런 어휘들이 자신들을 떠나 진짜 여성, 진짜 남성을 만날 때는 명백히 문제가 된다. 따라서 과거 게이들의 어휘를 지적한 여성 성소수자들의 비판은 지극히 당연한 문제제기임과 동시에, 이제는 그 어휘들이 '일반' 여성에게까지 표적으로 가시화되는 데 이른 것이다. 이는 그간에 진행된 게이 커뮤니티의 성장과, 성소수자 및 젠더 이슈를 소화하는 사회의 성장이 함께 공모한 결과다. 
 
따라서 앞서 보았듯, '우리 노는 데'를 게이들만의 공간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게이들 일군의 기대는, 앞으로 점점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게이클럽에 이성애자들이 유입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고, 이는 '게이'라는 범주가 사회 속에서 공공연해지고, 그들이 가시화되는 것이 점차 자연스러워지는 사회의 변화와 조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회 속에서 유의미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부각될 필요도 없었을 게이 하위문화들 또한 사회 속에서 차츰 가시화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그 중에 게이들이 그들 스스로를 묶기 위해 잠정적으로 이용했고, 또 그것이 드러날 리 없었기에 용케 유보될 수도 있었던 여성혐오적 문화 또한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게이들이 숨어살 수만은 없을 거라는 것은 1994년 인권운동의 태동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고, 그간의 노력으로 게이라는 개인적·사회적 정체성이 형성된 만큼, 그들의 문화가 이전과 달리 '전국구 차원으로 털릴' 가능성 또한 실은 자연히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게이 커뮤니티는 자신들의 고양된(?) 위치에 걸맞도록 – 혹은 처음부터 정리했어야 마땅했을 – 그네들 스스로의 젠더 감수성을 자신에게나 타인들에게 보다 말이 되는 형태로, 재빨리 공글리고 다듬을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게이는 남성인가"라는 화두가 현재의 시점에서 안팎으로 중요해지는 이유가 이와 같다.
 
 
2) 시스젠더 남성, 그리고 세상의 이토록 많은 성별
 
앞에서 본 "뽈록이"의 경우, 실제 여성(을 표적으로 삼은 상상의 여성)을 가리키는 어휘이기에 보다 문제가 된 것이지만, 그것 말고도 게이 커뮤니티에는 "not T", "일틱 훈남", "걸커" 등, 이른바 여성스러움을 상대적으로 폄하하는 듯한 표상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누가 봐도 남자다운(일틱한) 게이와, 일반 남성으로 패싱(!)되지 못하는 끼스럽고 여성스런 게이가 게이 커뮤니티에서 받는 대우는 서로 같지 않다. 또 앞 장에서 봤듯이, 게이는 종종 그들 스스로의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완정한 '남성'으로 대우받기 힘들다. 이는 생물학적 성별이 대부분 남성일 게이들이지만, 그와 별개로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형태의 젠더 계서제에서 그들이 처한 상대적으로 '열등'한 위치를 드러낸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털리게 될’ 스스로의 운명을 체감한 채로, 커뮤니티 바깥의 진짜 '성별'에 대해 직면하는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 가령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다소 지엽적으로 경험하는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의 성별이, 외과적 수술까지 고민되는 트랜스젠더의 성별확정과 그 체감의 층위가 다르다는 경험도 필요할 것이고, 또는 남녀 양성을 향한 성 확정의 문제가 너무 중요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내에서, 역으로 그들의 모호한 성별 인식 때문에 고생하는 젠더퀴어들의 고초를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게이'라는 소수자적 정체성 외에, '시스젠더 남성'이라는 헤게모니적 정체성을 내 안에서 새로이 발견하고 음미하며,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사회적 젠더권력'의 정체가 무엇인지 체감하는 과정 또한 유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을 가눌 최소한의 힘을 갖춘 연후에, 세상의 이토록 많은 성별들 가운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좌충우돌하며 아쉬운 대로 자라온 게이 커뮤니티의 힘을, '동성사회적 남성'의 권력에 뒤따른 '2등 시민'이 되기 위해 소비하지는 말아야 할 이유를 곱씹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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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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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6-03-18 오전 02:44

즐겁게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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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er 2016-04-06 오전 01:54

자료집을 기다리는 중에, 잊고 있다가.
찾아 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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