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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국퀴어자랑 #4> 경상도 대구 - 저항과 연대의 힘으로 함께 만드는 대구퀴어문화축제
2015-08-29 오전 01: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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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8월 

[전국퀴어자랑 #4] 경상도 대구 - 저항과 연대의 힘으로 함께 만드는 대구퀴어문화축제


 

2015년을 맞이해 친구사이 소식지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 <전국퀴어자랑>. 일요일이면 일요일마다 어김없이 찾아오지도 않고, 송해 선생님도 없지만, 팔도 방방곡곡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퀴어들, 그리고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신명나게 소개합니다. 그럼, 다 같이 외쳐보아요. 전~국! 퀴어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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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여름이었다. 비단 날씨 얘기만은 아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올해 서울과 대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는 1년 중 딱 하루조차도 편견과 혐오에 시달린 채 경찰보호를 받으며 치뤄진 것이다. 하마터면 열리지도 못할뻔 했다. 

 

하지만 결국 올해도 우리는 여름을 불태웠고, 더 단단해졌다. 그 중 지역 유일의 성소수자 축제인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우여곡절 경험을 조직위원장이었던 배진교님이 생생하게 털어놓았다.

 

"지금 살고 있는 대구에서 퀴어축제를 열고 싶다는 열망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 따스한 지지를 보내준 1회 퀴어축제 지지자와 참가자들에게 회를 거듭할수록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아직도 1회 개최 때 후원금을 담은 봉투와 편지를 간직하고 있을 정도다. 10회 때부터는 새로운 조직위원장을 모시고 본인은 후방에서 힘을 보태며 더욱 새로운 퀴어문화축제를 열겠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기자단 인터뷰 中)"는 그의 글을 소개한다.

 

 

 

“누구나 사용하는 무대, 퀴어문화축제는 안돼”

 

지난 6월 2일, 대구 중구청이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릴 동성로 야외무대를 갑자기 불허했다. 이유는 기가 막히게도 작년 시설관리공단의 이유와도 같았다. “공공질서에 유배되어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 대구가 보수적인 동네인데다가 반대세력이 있어 무대사용을 불허하는 쪽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문고뉴스> 기자가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장애인,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회나 축제를 연다고 했을 때 장애인이 보기 싫다는 사람이나, 이주노동자들에게 고국으로 돌아가라며 시위를 연다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처우 개선에 반대한다는 사업주들이 맞불집회를 열거나 반대민원을 넣을 경우 대구에서는 소수자의 축제를 열 수 없는 것이냐”고 묻자 중구청 관계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야기하기는 적절하지 않지만 다른 사안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퀴어문화축제 이전에 이 같이 장소사용 신청을 거부한 사례가 있느냐”고 묻자 “본 건은 특별한 경우”라며 “이렇게 반대민원이 많은 적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대구 중구청의 이 같은 결정은 이날 오전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이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며 윤순영 구청장을 항의방문한 직후 바로 이뤄졌다.

 

이후 대구 중부경찰서 앞에 밤새도록 난데없이 수십여 명이 줄을 선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를 위해 집회신고를 하려는데 ‘반동성애’를 주장하는 기독교단체가 같은 날 더 빨리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줄을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우리는 이 날 자정 두 팀으로 나눠 대구지방경찰청에도 집회신고를 했다. 기독교단체가 유령집회 신고를 18곳이나 하며 축제를 적극적으로 방해를 하지만 올해로 7년째 지역 유일의 성소수자 축제가 일부 혐오세력의 방해 때문에 멈출 수는 없었다.

 

이어서 대구지방경찰청이 대구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를 금지했다. 6월 5일, 대구지방경찰청은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 측에 “행진 전 불특정 다수 행인의 원활하고 안전한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집회는 받아들이되, 집회 이후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퍼레이드’는 금지한다는 설명이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무산’ 위기, 대구지역 43개 시민단체 조직위 결성하고 평화로운 축제 보장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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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결성 기자회견 모습

 

 

 

 

7월 1일부터 19일까지 열릴 예정인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대구 중구청이 야외무대 사용을 불허하고 경찰도 거리행진을 금지하기로 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평화로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행정당국의 협조를 촉구했다. 대구시민사회연대회의와 대구여성회, 인권운동연대 등 43개 시민단체는 6월 15일 오전 중구청이 불허한 야외무대 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대구퀴어문화축제 보장을 요구하며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결성을 알렸다. 조직위는 대구퀴어문화축제의 개최 여부에 따라 한국사회의 민주적 다양성과 소수자 인권존중, 관용의 정신을 가름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축제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경찰이 금지한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진이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으로 다시 열리게 됐다.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판사 김연우)는 6월 25일, 7월 초에 예정된 대구퀴어문화축제 중 거리행진에 대한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중부경찰서의 집회시위 금지통고와 관련해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경찰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경찰은 집회시위 금지통고 이유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고 했지만 이를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집회시위 자유는 표현의 자유 집단적 형태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정치·사회적 의사형성과정에 효과적 역할을 한다”며 “민주정치 실현에 중요한 기본권이므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지 않는 경우 제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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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힘"

-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를 구성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중구청이 불허한 동성로 야외무대위와 대구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며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고 엄호하였다.

 

 

 

 

“저항과 연대의 힘으로 2015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열다”

 

드디어, 7월 5일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릴 동성로 야외무대에 메인 현수막이 걸렸다.
중구청의 ‘동성로 야외무대 불허 통지’와 경찰청의 ‘퍼레이드 금지’라는 큰 산들을 저항과 연대의 힘으로 넘어 대구의 한 중심인 동성로에 퀴어문화축제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린 것이다. 애초의 슬로건은 ‘혐오를 쏴라!’였지만 큰 고비들을 넘을 때마다 느꼈던 연대의 힘과 전국에서 모여든 지지를 모아 올해의 축제 슬로건은 ‘함께 만드는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탄생한 것이다.

 

대구지역은 성소수자 당사자 단체들이 없기도 해서 1회 때부터 지역사회와 연대를 하며 치러왔던 게 보이지 않는 자양분이 되어 퀴어축제를 지역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대구퀴어문화축제는 대구지역사회가 만들어 내는, 말 그대로의 축제인 셈이다. 그 결과가 올해에 빛을 발했다. 축제까지 총 43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섯 명의 공동대표가 세워지는 등 올해는 퀴어문화축제가 우리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받아안고 함께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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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사진) 연대발언 중인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두번째/세번째 사진) 퀴어문화축제 당일 지_보이스 공연 모습과 퍼레이드 풍경

 

 

 

 

 

“인분 뿌리며 방해했지만 ‘사랑’과 ‘자긍심’이 혐오를 이겼다”

 

혐오스러운 존재로 낙인을 찍고 편견과 차별로 맹무장한 저들이 혐오를 할수록 우리는 더 강해졌고, 저들이 힘으로 누르면 누를수록 우리는 더 높이 튀어 올랐다. 지난 서울의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 17개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했고, 6월27일에는 미국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을 법제화했으며 서울과 대구에서는 경찰이 금지한 퍼레이드를 법원이 열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많은 단체들과 개인들이 연대를 해오면서 든든한 지지자들이 많이 생겼다. 단언하건데, 앞으로 저들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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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했습니다”

 

결국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혐오 집회와 반대 단체의 오물 투척이 있었음에도 '사랑'과 '자긍심'의 구호 속에 마무리됐다.

 

7월 5일 오후,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찾은 대구시 북구에 산다는 어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한참 무대를 쳐다보던 친구는 “좋은 것 같아요. 소수자들인데도 이렇게 나와서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라며 어느새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서울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내려온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지인 씨는 “우리 사회 많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이 숨어 있다. 성소수자 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임이 있다는 걸 알리고, 우리 아이들이 이 밖에서 차별받지 않고 혐오받지 않게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서 내려오게 됐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일부 기독교세력이 대구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따라다니며 혐오를 퍼붓고 화를 냈지만, 우리는 자지러지는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눈빛을 담아 ‘차별없는 사랑’으로 화답하였다. 행복했다. 넘쳐나는 흥겨운 몸짓과 이 몸짓에 호응하는 사랑스러운 시민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퍼레이드였으며, 성소수자 스스로 긍정하는 빛나는 ‘자긍심의 퍼레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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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배진교(무지개인권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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